신용카드로 보통 월 70 전후를 사용하는 A씨. 첫 신용카드는 그냥 통장을 개설하면서 같이 만든 카드였는데, 혜택을 누린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다. 최근 A씨는 유튜브를 보다가 신용카드 광고를 하나 보게 됐다. 그런데 할인되는 곳들이 평소 생활패턴에 꼭 맞고, ‘아 이 혜택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하고 아쉬워했던 부분이 다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A씨는 결심했다.
그래, 내 혜택은 내가 챙겨야지!
하지만 한 달 경과, 결제 대금 청구서의 [할인금액] 란을 보고 A씨는 충격을 받았다. 선명하게 찍힌 숫자 ‘ 0 ’. 카드를 이렇게나.. 썼는데.. 혜택을 1도 못 받았다고…? 합리적인 소비자가 되겠다는 나의 포부는 어디로…?
‘이 카드가 내 카드다!’라고 확신하기 전에 딱 세 가지만 질문해보자. 일단 이것만 물어봐도 숫자 0은 피할 수 있을 테니까.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신용카드 ‘혜택 조건’의 비밀.
신용카드의 전월실적은 청구금액과는 다르다. 내가 쓴 모든 돈이, 내 카드의 ‘실적’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신용카드를 선택할 때 가장 1순위 고려대상은 ‘전월실적’ 금액이 되어야 한다. 계속 실적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혜택이 0이라면 그 카드를 쓸 이유가 없으므로. 크게 소비 카테고리를 나누어 필요한 혜택을 골랐다면, 이제 예상 지출금액이 [전월실적 기준]과 [전월실적 제외대상]에 얼마나 포함될지 시뮬레이션 해 보자.
#월 지출이 70 전후인 A씨에게 전월실적 50만원은 아예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과는… 0
- 무이자할부 이용금액(전체 금액) 전월실적 제외
- 할인 받은 이용금액(전체 금액) 전월실적 제외
- 이동통신요금 전월실적 제외
- 아파트 관리비 전월실적 제외
= 다 빼고 나니 50만원에 턱없이 부족했다. A씨는 다음 달에 이 카드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할부’다. 이번 달의 내가 질렀으나, 다음 달의 나와 다다음달의 나와 다다다음달의 내가(!) 열심히 힘을 합쳐 갚아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신용카드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무이자할부가 전월실적에 포함되는 개이득 카드들이 있다. 할부를 자주 이용한다면 주목!!!
신용카드 할인의 핵심은 ‘할인한도’다. 월 할인한도가 결국 ‘그 달에 할인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기 때문이다. 전월실적에 따라 정해지는 구간별로 할인한도가 다른 경우가 많다. (많이 쓸수록 많이 할인 받는 구조!) 할인 영역과 할인율이 마음에 들었다면, 할인한도가 높은지도 체크하자.
#버스/지하철 할인율이 20%라니! A씨는 삑- 카드를 찍을 때마다 마음이 가벼웠다. 하지만 결과는… 0
- 대중교통 이용금액 월 할인한도 5천원
= 월 10만원에 달하는 A씨의 교통비. 그 중 할인이 적용된 금액은 2만 5천원뿐이었다.
신용카드가 익숙하지 않다면 이 한도가 높은지 아닌지 감이 잘 안 온다. 일단 [할인한도÷할인율]을 해 볼 것. 단순한 계산이지만 꽤 도움이 된다. ‘이정도 이용하는 것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거구나!’ 내가 쓰는 돈으로 생각하면 더 와 닿기 때문이다.
ex) 대중교통 20% 할인(0.2), 할인한도 5천원 → 5,000 ÷ 0.2 = 25,000원 → 버스/지하철 요금 25,000원까지 할인 받을 수 있다.
쓰는 만큼 계속 10%, 20%씩 할인을 해 줄 수는 없으니 할인한도를 두는 것인데, 아무리 찾아도 할인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의심하고 또 의심해…) 당연히 다른 방식으로 제한을 둔다. ‘그 달에 할인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정하는 또 하나의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횟수제한’이다. 일 횟수, 월 횟수, 연 횟수 등. ‘몇 회’라는 단어가 나오면 집중하자.
#이전 카드에는 없던 배달앱 할인과 함께한 A씨의 즐거운 Everyday 야식라이프. 하지만 결과는… 0
- 배달앱 할인 월 할인횟수 5회
보통 자주 가는 곳에서 할인을 받는다. 따라서 할인율이 높아도 횟수제한이 있는 것보다 할인율이 좀 낮더라도 횟수제한이 없는 게 더 이득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할인금액이 비슷하더라도, 월 횟수제한보다 연 횟수제한이 혜택을 누리기가 더 자유롭고. 물론 쓰다 보면 자연히 이런 장단점을 알게 된다. 그러나 어차피 고심해서 선택할 거,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체크하는 시간을 한번쯤 가져보는 건 어떨까?
ex) 영화관 월 1회 할인? 연 12회 할인? → 결과적으로 최대 연 12회 할인 받을 수 있는 건 같다. 그러나 후자는 한달에 12번(..)을 봐도 되지만 전자는 불가능하다.
※주의※ 신용카드는 다양한 혜택을 담고 있다. 그래서 같은 카드인데도 어떤 영역의 혜택은 할인한도가 적용되고, 또 다른 영역은 횟수제한이 적용되기도 한다.
가장 놓치기 쉬운 신용카드 혜택 조건의 함정. 바로 ‘최소결제금액’ 조건이다. 할인한도나 횟수가 매월 할인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을 설정한 거라면, 최소결제금액 조건은 할인이 적용되는 결제 건의 하한선을 정한 것. 최소결제금액 조건은 정액할인(건당 얼마 할인)에서 적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3천원을 결제하면서 3천원 청구할인을 받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함인 듯하다. [건당 몇 만원 이상 이용시 할인] 등의 문구에 유의하자.
#새로 개봉한 영화들을 다 보고싶었던 A씨. 조조 시간대에 조용히 혼영을 즐겼다. 하지만 결과는… 0
- 영화관 1만원 이상 결제 건에 한해 할인 적용
최소결제금액 조건은 아니지만, [1회 결제금액 얼마까지만 할인 적용] 등의 조건이 붙기도 한다. 이건 월이 아닌 ‘건당’ 할인금액의 상한선을 정하는 것. 보통 한번 가면 큰 금액을 결제해야 하는 업종(주유 등)에서 볼 수 있는 제한이다. 이 부분도 잘 살피도록 하자.
전월실적도, 할인한도도, 결제금액 조건도 다 확인했다. “그래, 이 카드야!” 결정을 했다면 마지막으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기분 좋은 스타트를 위한 ‘발급 첫 달 혜택제공 여부’다. 발급한 달에는 당연히 전월실적이 0원이다. 그러면 혜택을 아예 못 받는 걸까? 아니다. 첫 달에도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들이 있다. (전월실적별로 나눈 1구간의 할인한도를 적용해주는 등) 같은 카드라도 서비스 영역별로 제공 여부가 다르기도 하므로, 유의할 것.
사실 첫 달에 혜택 적용이 안 된다고 해서 그 카드를 발급할 마음이 싹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알고 쓰는 것과 한달 뒤 청구서의 ‘할인금액 0’을 보고 아는 건 (배신감..!) 느낌이 다르므로.
자. 이제 딱 세 가지만 질문하고, 전월실적, 월 할인한도·횟수, 최소결제금액 조건 모두 챙기는 합리적인 소비자로 거듭나보자.
“세 가지 질문도 버거운 그대에게는 이 카드를 선사하노라…”
"회사에서 고릴라를 키웁니다"
신용카드 필수지식 마스터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