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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드고릴라 Apr 01. 2020

[인터뷰①] 신용카드 전문에디터로 산다는 건

“카드 리뷰를 넘어,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다”
카드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월간고릴라 인터뷰 코너. 그들이 내민 카드 너머에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카드고릴라 에디터 안순호(Editor WHITE)를 만나다.


월간고릴라 인터뷰 코너를 기획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결정된 첫 번째 인터뷰 대상은 동료 에디터인 WHITE였다. 신용카드 에디터도 카드를 쓰니까. 늘 옆자리에 앉아 함께 일하는 동료를 인터뷰하기 위해 회의실에 마주 앉자 새삼 긴장감이 몰려왔다. 인터뷰 요청을 할 때 진담 반 농담 반으로 WHITE가 그랬다. 낯설고 어색하게 해야 된다고, 오늘 처음 보는 사이처럼.


그러나 막상 진행된 인터뷰는 열정적인 아이템 회의(?)이자, 심도 깊은 인생 얘기였다. 에디터 WHITE로서도, 사람 안순호로서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차근차근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Editor WHITE’로서 : 에디터 & 카드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쭉 읽어 내려간다고 생각할 때, 첫 마디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하는 게 있다면요.


A 좌우명이라고 해야 할까, 가장 좋아하는 문장으로 인터뷰를 시작하고 싶어요. ‘하루하루는 최선을 다해서, 인생 전체는 흘러가는 대로.’ 누가 했는지는 불분명한데 이런 맥락의 말입니다. 이 문장이 가장 저를 잘 표현하는 말인 것 같아요.


Q  이제는 ‘에디터 WHITE’가 더 익숙할 것 같아요. 원래 전공은 신문방송학과라고 알고 있는데, 에디터라는 직업을 가지게 될 걸 예상하셨나요. 글 쓰는 걸 원래 좋아하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원래 신방과에서 PD를 준비했어요. 에디터는 사실 예상한 적 없는 직업이었죠. 글 쓰는 걸 좋아했다기보다는, 제가 쓴 글에 대한 칭찬을 받으면서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중학교 국어 시간에 글을 썼는데, 선생님이 잘 썼다고 칭찬을 해 주셨어요. 어렸을 때는 그게 큰 동기부여가 됐죠. ‘어, 글 쓰니까 칭찬도 받고 다들 좋아해주네..?’ 싶으니까 계속 쓰게 되고, 대회에도 많이 나갔어요. 그러다보니 남들보다 글이 친숙해졌고요. 하지만 이때까지도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지게 될 거란 걸 상상도 못 했죠.


Q  PD 지망생이 에디터가 되기까지, 과정은 어땠나요.


A  신방과 진학 후 원래 꿈이던 방송사 입사를 위해 언론고시를 준비했어요. 언론고시는 글쓰기 싸움이라, 글쓰기를 계속 할 수밖에 없었죠. 글 쓰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지금 정도의 완결된 글을 쓰는 실력이 그때 다져졌다고 생각해요. 그 시절에 쌓았던 실력, 경험을 바탕으로 에디터라는 직업까지 가지게 됐네요. 그때는 글쓰기를 일종의 수단, 도구로 생각했었는데.. 그 도구가 이렇게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될 줄이야(웃음). 지금 생각하면 신기해요.


Q  그런 말도 있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일보다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 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라’. 생각해보면 잘 흘러온 직업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그럼 지금의 직업만족도는 어떤가요.


A  예상하지 못했던 직업이라고 만족도가 떨어지진 않고요. 그것과는 별개로 에디터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만족도를 진지하게 평가해본 적은 없지만 계속 뭔가 갈구하고 있는 것 같아요. 형식적으로도, 소재적으로도. 업무상 할 수 있는 분야가 글에 한정되는 게 갑갑한 측면도 있고, 기자처럼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니면서 쓰는 게 아니라 너무 컴퓨터랑 친해지는 것도 아쉽고요. 아이템을 발굴하고 발을 좀 넓히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은 드는데, 지금으로서는 그런 목마름이 있네요.


Q  어느 분야든 그렇겠지만, ‘카드’라는 주제가 한정적이라는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더 목마름이 있는 걸까요.


A 아이템이 한정적인 건 어느 분야에서 활동하더라도 그럴 거예요. 에디터로서 ‘아이템에 대한 욕구’는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기본적으로 있을 수밖에 없는 어떤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데, 신용카드라는 분야는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질 수는 있겠네요. 정도의 차이 아닐까요.


Q  ‘에디터’이자 ‘콘텐츠 마케터’이기도 해요. 에디터와 마케터 사이의 딜레마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A 두 업무 사이의 충돌은, 지금은 크게 없어요. 콘텐츠 마케터로서 해보고 싶은 일은 요새 계속 하고 있거든요. 예를 들면 채널 운영과 관련해서 제가 시도해보고 싶은 것을 팀에 제안하고, 그게 바로 실행되는 것도 많아요. 매우 심도 깊은 마케팅 활동까지는 아니어도,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지금 제가 생각해서 추진할 수 있는 것들은 막힘없이 하고 있어요. 에디터 업무는 그거대로 하고 있고요.


Q  두 업무가 잘 붙는 것 같나요. 소속이 마케팅팀으로 변경된 지 어느덧 6개월이 넘었어요. 적응 기간이 필요했을텐데, 그동안 힘든 점은 없었을까요.


A  이제 서서히 업무가 잘 붙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4-5개월은 적응 기간이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마케팅이라는 것 자체가 어려웠어요. 일단 마케팅적인 베이스가 전혀 없었고요. 콘텐츠 마케터라는 직무를 경험해 본 적도, 별로 들어본 적도 없었는데 딱 그 업무에 투입되니까 뭘 해야 할지 몰랐어요. 일이 떨어지는 거면 그냥 열심히 하면 되니까 괜찮은데, 이건 내가 뭔가를 찾아서 해야 하는 일이었거든요. 대표님께서도 콘텐츠를 다루는 마케터가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 주길 바라셨어요. 마케팅적 안목이 없는 상태에서 ‘내가 뭐부터 해야 하지? 뭘 찾아야 하지?’ 그런 부분이 힘들었죠.


Q  지금은 그런 부분이 많이 해소된 것 같네요. 그러면 최근에 쓴 콘텐츠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게 있다면 어떤 건가요.


A  가장 최근에 쓴 게 <신용카드로 세금 내는 법>을 다룬 콘텐츠였어요. 약간 딴소리지만 자료 조사하면서 후기를 찾다 보니까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정말 많더라고요. 사실 그 콘텐츠는 일반적인 급여수준의 직장인들에게 딱 맞는 콘텐츠는 아니에요. 애초에 내는 세금 자체가 적으면, 신용카드로 세금을 냈을 때 돌아오는 혜택이 크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런 콘텐츠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어요. 정말 상상 이상으로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은, 돌려받는 액수가 상당하더라고요. 이걸 쓰면서 ‘신용카드’라는 카테고리가 굉장히 넓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흥미로웠어요.


Q  앞서 말했던 목마름을 채워 줄, 아이템의 확장 가능성을 보신 거네요.


A 맞아요. 결국 제가 신용카드를 잘 추천하고 활용 팁도 잘 전달하려면, ‘사람’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우리는 사실 우리 수준의 사람들을 보는 게 다잖아요. 내 주변 사람들, 나와 비슷한 연봉 수준의 사람들, 나랑 비슷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 그 안에서만 생각하면 갑갑해지죠. 근데 여기서 조금만 시야를 넓히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나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들, 수입이 좀 더 적은 사람들, 또는 고정수입 없이 들쭉날쭉한 사람들… 그런 다양한 타입의 사람들을 알면 아이디어를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Q  이 인터뷰도 그런 취지로 기획된 것이기도 해요(웃음).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려고요. 그렇다면 콘텐츠를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어떤 게 있을까요.


A 기본적으로 ‘콘텐츠는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편적인 실용성을 중시하죠. 이런 말이 있잖아요. ‘재미도 감동도 없으면 망한다’. 재미는 말 그대로 재미이고, 감동은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게 나한테 실용적일 때, 사람은 감동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재밌거나, 실용적이거나, 둘 중 하나는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늘 그걸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잘 되지 않을 때도 있고 무척 어렵지만요. 또 하나는, ‘어렵게 쓰면 안된다’는 것. 인터넷 검색을 조금만 해 봐도 다수의 사람들이 카드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올린 걸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쓰는 콘텐츠와의 차이점은 그걸 어떻게 풀어내느냐, 독자들한테 텍스트로 어떻게 설명하느냐죠. 여기서 에디터로서의 전문성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일반인이 봤을 때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해요. 너무 어렵게 쓰거나, 자기 위주로만 쓰거나, 그런 것들은 제대로 된 콘텐츠로 보기 어렵죠. 전문 에디터로서 남들보다 많이 아는 것은 베이스고, 그 정보를 전달하는 방법에서 실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그러면 재밌거나 실용적일 다음 콘텐츠에 대해 살짝 스포를 한다면요.


A  아이템은 항상 비축해두고 고민하는데, 지금 머릿속에 두 가지 정도 떠오르네요. 둘 다 카드사와 컨택해서 긴밀하게 취재하면 좋을 법한 콘텐츠예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쓰고 싶은, 제 욕심이 담긴 아이템이죠. 주제는 아직 비밀이에요(웃음). 기대해주세요.


Q  그럼 이제 카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매일 날카롭게 카드를 분석하는 에디터는 실제로 어떤 카드를 쓰나요.


A  일단 중요한 점부터 짚고 갈게요. 각각의 카드가 가지고 있는 능력치가 아무리 좋아도, 나한테 맞지 않으면 무의미해요. 그래서 저는 저한테 잘 맞고, 쓰면서 실제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영역에서 카드를 활용하고 있어요. 고정지출인 통신비, 교통비 중심으로요. 저는 알뜰요금제를 쓰는데, 우리가 익히 아는 통신비 할인카드는 알뜰통신사가 포함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알뜰통신사 제휴카드를 하나 쓰고 있고요. 교통비 할인카드로는 나라사랑 체크카드를 써요. 너무 유명한 카드죠. 그리고 온라인 결제용 카드가 따로 있어요. 온라인쇼핑은 대부분 네이버페이를 이용해서 전월실적 없는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같이 운용하고 있어요. 괜찮은 카드인데 아쉽게도 최근에 단종됐네요. 소득공제를 위해 이렇게 신용카드+체크카드를 조합해서 씁니다. 업무상 카드를 계속 살펴보기 때문에 괜찮은 카드에 혹할 때가 자주 있긴 해요. 그런데 ‘내 소비 패턴에 의미가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다보면 다시 이 구조로 돌아오더라고요. 결국 카드는 ‘내가’ 제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니까요.


Q  지금 사용하는 카드가 신상카드는 아니네요. 카드 수수료 인하 때문에 알짜카드가 많이 단종되고 잠시 신상카드가 주춤하는 듯하더니 작년 말부터 꽤 많이 출시됐어요. 알짜카드를 알아보는 안목이 있던데, 최근에 눈에 띈 카드가 있다면요.


A  지난달에 <주목해야 할 신상카드>로 콘텐츠를 썼어요. 여기서 소개한 카드인데, <삼성카드 부릉 BIZ>요. 무조건 적립형 카드인데 생각보다 혜택이 괜찮았어요. 일단 전월실적 없이 적립할 수 있는 적립률이 2~3%더라고요. 일반적인 무실적 카드는 최대가 보통 1% 내외인데 이 카드는 최소 적립률이 1%고, 이 영역에는 한도가 없어요. 서브카드로 쓰기 매우 좋은 조건이죠. 저는 이 카드가 왜 화제가 안 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일반 개인은 발급 불가더라고요. 아쉬웠습니다.


Q  아쉽네요. 이런 카드를 몇 개 묶어서 서브카드로 쓰기 좋은 카드, 로 콘텐츠를 만들어도 좋겠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루기 전에 소개하는 거죠.


A 그럴까요. 하긴 카드고릴라에서 서브카드나 서드카드를 주제로 잡은 적은 많지 않았죠. 그냥 무조건 카드를 소개하면서 이런 카드는 서브카드로 쓰면 좋다, 이렇게 소개한 적은 있어도. 한 번 기획해볼까요(웃음).


-갑분 아이템 회의가 된 인터뷰 현장.

에디터 둘이 모여서 필연적으로 벌어진 사태에 대한 양해를 구합니다-


Q  이렇게 카드를 다루고 추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친구를 만나면 그들의 카드를 자세히 살펴보게 될 것 같은데요. 카드 추천은 많이 해 주는 편인가요.


A 일단 친구들을 자주 안 만나고요(웃음). 제가 혼자서도 잘 노는 편이에요. 사실 다들 바쁘다 보니 만나기가 쉽지 않네요. 친구들 만나면 가끔 신용카드 얘기를 하기도 하는데, 이제는 좀 체념했어요. 모르는 사람은 정말 모르거든요. 자기 카드 이름도 모르는 사람도 많고, 얼마나 혜택을 받고 있는지도 전혀 몰라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트가 필요한 거겠지, 싶어요. 친구들한테 하나하나 다 얘기하면 설교가 되는데, 그러고 싶진 않아서 카드 이야기는 잘 안 하려고 해요. 추천해달라고 하면 해주지만 먼저 나서서 뭔가 알려주려고 하면 A to Z로 거의 강의를 해야 하더라고요.


Q  지금까지 에디터로서, 카드와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를 해 봤어요. 정리를 해 볼까요. “신용카드 전문 에디터로 산다는 건?”


A  신용카드 전문 에디터로 산다는 건… 어려운 질문이네요. 뭐랄까, ‘믹서기’ 같다고 할까요. 그런 이미지가 떠오르네요. 갈지 않으면 먹기 힘든 것들, 몸에 좋은 건 알지만 선뜻 손이 안 가는 것들, 예를 들면 녹색 채소요. 양배추즙* 같은 거(웃음). 그럴 때 믹서기에 갈아서 그래도 먹기 쉽게 내놓을 수 있잖아요. 에디터는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신용카드라는 주제가 이 비유에 상당히 부합하죠. 필요한 내용이고 알아 두면 좋은 정보인데, 접하기도 어렵고 이해하기도 힘들잖아요. 그런 정보들을 자잘하게 잘 갈아서, 시럽도 좀 넣고, 이렇게 알기 쉽게 내보내는 거예요.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그렇지만 사실 일을 하다 보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빙빙 돌아서 믹서기가 연상돼요. 글 쓰는 건 끊임없이 뇌를 돌리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어쩔 때는 내가 도는 건지, 세상이 도는 건지 모를 때도 있어요. 그래서 부하가 오면 작동정지 상태가 돼요. 당이 떨어지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웃음).


*에디터 WHITE는 양배추즙 애호가(?)다. 양배추즙의 악명은 안 먹어 본 사람도 다 아는데, 요즘 양배추즙은 트렌디하게 사과즙도 넣고 해서 달달하고 먹을 만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동료 에디터에게 양배추즙 한 팩을 건넸다가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 월간고릴라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GO

                                                GO


글, 에디터 WHITE

ⓒCardGor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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