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파괴종 K-선불카드
어제 밤엔 갑자기 쌀피자가 먹고 싶었다. 스마트폰을 켜고 배달 앱에 접속! 했어야 하는데 순간 손가락이 멋대로 움직였다. ‘차이’ 앱을 열더니 좌우로 쓱쓱 돌려가며 무언가를 찾아 헤매더라.
이렇게 돈을 쓰기 전 ‘차이카드’로 적립 받을 수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일. 차이카드를 한 달 동안 쓰면서 생긴 습관이다. 이거 솔직히 번거롭다. 하지만 끊을 수가 없다. 왜냐면 혜택이 너무나 압도적이거든.
차이카드는 은행계좌와 연결해 쓰는 선불형 카드다. ‘번개’라는 포인트를 모아서 적립 혜택과 맞바꾸는, 마치 게임 같은 사용 방식이 특징. 무엇보다 적립 혜택이 기존 카드(선불형, 체크/신용카드 통틀어)를 상회한다. 카드 발급에 필요한 초대장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고 파는 지경이니 말 다했지.
그래서 이 카드를 추천하는 거냐고? 아니. 서론이 좀 호들갑스러웠지만 그렇다고 차이카드를 덮어놓고 추천하는 건 아니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해서 개인에 따라 쓸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차이카드를 샅샅이 알아볼 테니 판단은 조금 후에 내리도록 하자.
이 카드의 장단점을 이야기하기 앞서 우선 사용법부터 숙지하자.
1)발급한 차이카드를 차이 앱에 등록한다. 2)차이카드로 열심히 돈을 쓰면서 번개를 모은다. 3)차이 앱에 등록된 가맹점 이용 시 ‘부스트’를 활성화(이 때 번개가 차감된다)한 후 차이카드로 결제한다. 4)적립 혜택 받은 금액을 차이머니로 자동 환급 받는다.
여기서 각 단계별로 차이카드의 장점을 짚을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발급 조건이다. 차이카드는 연회비가 없고, 별도의 발급비를 받지도 않는다. 이게 뭐 별건가 싶을 수 있는데, 혜택도 좋으면서 연회비도 청구하지 않는 카드는 매우 드물다.
두 번째는 번개다. 부스트를 쓰기 위한 즉, 혜택을 받기 위해 필요한 이 번개라는 포인트는 전월실적 없이 적립할 수 있다. ‘무실적 카드’와 비슷하다. 필요 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번개 1개는 500원에서 1천 원 정도의 높은 가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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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는 부스트를 쓰지 않은 결제 건에 한해 결제 금액 3천 원당 1개, 결제 금액 1만 원 이상이면 3개, 결제 금액 3만 원 이상이면 5개를 받는다. 1시간 이내 같은 가맹점에서 결제 시엔 번개가 제공되지 않는다.
세 번째로, 부스트는 횟수 상관없이 하루에 몇 번이고 쓸 수 있다. 이것 역시 간혹 적립 횟수 제한이 있는 일반 카드와 대비되는 장점이다. 또, 가맹점 멤버십이나 통신사 혜택과 중복해서 적립 받을 수 있다.
네 번째로, 차이카드의 적립 혜택은 적립율과 적립 한도가 매우 높다. 가맹점마다 다르지만 20~50% 적립율이 보통이다(오늘은 75%까지 목격했다). 적립 한도는 가맹점별로 2천 원~1만 원 정도이고, 통합 적립 한도는 월 10만 원이다.
연회비도, 전월실적도 없는데 혜택 수준이 이 정도다. 거의 생태계 파괴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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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트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은 매일 바뀐다. 어제와 같은 가맹점이 제공되더라도 적립율이나 적립 한도는 달라질 수 있다.
스펙상 차이카드의 장점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차이 앱에서 가맹점을 찾고 부스트를 활성화시키는 액션과 번개라는 아이템을 모아서 사용하는 게임적 요소가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이번엔 단점이다. 핵심부터 말하면, 번거롭다. 발급 단계부터 그렇다. 차이카드는 차이카드를 보유한 사용자에게 초대장을 받아 발급을 신청하는 식이다. 차이 앱에서 바로 신청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 대기 시간이 꽤 길다. 한 달이 지나도 발급하지 못했다는 후기도 있다. 발급부터 만만치 않은 문턱이 있다는 말이다.
번개, 부스터 등 이점들도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굉장히 귀찮은 요소가 된다. 특히 부스터를 쓰려면(=적립을 받으려면) 예외 없이 스마트폰을 소지해야 한다는 건 기존 카드와 비교할 때 상당한 단점이다.
이렇게 번거롭고 귀찮지만 혜택은 또 워낙 좋으니 돈을 쓸 때마다 차이카드를 쓸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데, 이게 작은 스트레스이기도 하다.
물론, 귀찮음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앱을 열고 터치 몇 번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이건 차이카드를 직접 써봐야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그전에 스펙상 단점 몇 가지는 파악해 두길 권한다. 사람에겐 감이란 게 있잖은가. ‘이 정도면 내 성격이랑 잘(안) 맞겠구나’ 하는.
먼저, 부스트로 혜택 받을 수 있는 가맹점은 매일 밤 12시에 업데이트 된다. 내일은 어떤 곳이 제공될까 기대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일관적이지 않은 가맹점에 불편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가맹점을 확인하곤 실망(?)한 적이 적지 않다.
또, 번개를 사용해서 활성화한 부스트는 취소할 수 없고, 활성화한 당일 밤 11시까지만 유효하다. 부스트 활성화 후 해당 가맹점에서 결제를 완료하지 못하면 번개만 날린다는 소리다. 다행히 다른 가맹점으로 부스트를 변경할 순 있다.
하지만 내 경험상, 활성화한 부스트를 쓰지 못하게 됐을 때 번개가 아까워서 부스트를 바꾸고 예정에 없던 지출까지 하게 되진 않더라.
에디터가 한 달 간 차이카드를 실사용하며 받은 혜택은 약 2만 원. 사용금액을 가지고 *피킹률을 계산하면 3.4% 정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아니, 차이카드의 스펙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수치다.
Editor’s Tip_피킹률이란?
카드 사용금액 대비 혜택이 차지하는 비율. 보통 피킹률이 3% 이상이면 실사용하기 괜찮은 카드로, 5% 이상이면 고효율 카드로 평가한다.
반신반의로 쓰기 시작해서 압도적인 적립율과 적립 한도에 반해 사용 빈도를 점점 늘렸음에도, 차이카드에 최적화한 방식으로 쓰지 못한 탓에 높은 효율을 가져오진 못했다(날려 먹은 번개도 많았고, 5만 원 이상 결제가 잦아서 번개 적립도 효율적이지 못했다).
다시 말하면, 이 카드를 얼마나 철저하게 쓰는지에 따라 효용이 달라진다는 거다. 차이카드가 궁금하거나 한번 써보고 싶다면 오늘 알아본 내용을 토대로 잘 따져보길 바란다. 내 몸에 숨겨진 체리피커의 유전자를 발견했다면 지금 바로 발급해도 좋다.
글, 에디터 WH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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