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재무보고서 ‘핀북’ 리뷰
우린 아직 대책 없을 때잖어
직장을 다니기 시작한 지 일이 년 차인 나와 또래들. 가끔 술자리 주제가 ‘미래’가 되면, 이야기 끝의 결론은 대개 비슷하다. 달마다 적금 넣기도 빠듯한데 다른 재테크까지 고민하기엔, 사회초년생인 우린 아직 너무 대책이 없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팩트 체크! 정말일까? 그리 멀지 않을 결혼을, 자동차 구매를, 나아가 은퇴 후 생활을 위한 준비는 우리에게 그 자체로만으로 먼 미래인 걸까···. 답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까지 외면했을 뿐.
‘핀북’은 내 속에서 외치는 소리-합리화는 그만, 지금부터 대비하라고!-를 바로 들을 수 있게 해준다. 좀 더 풀어 말하자면, 재무설계라는 건 나이나 소득 수준 혹은 사회 경력에 관계 없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자, 서론은 이쯤으로 하고 본격적인 핀북 리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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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설계에 관해 갖고 있던 의구심(혹은 경계심)을 선뜻 내려놓고 검사에 응한 두 번째로 큰 이유가 ‘비대면 검사’다. 핀북 웹사이트에 접속해 이용권 코드를 기재하면 바로 인터넷 검사를 할 수 있다.
민감하고, 또 조금은 창피할 수도 있는 내 재무 정보를 두고 누군가와 대면해 이야기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지점을 제대로 캐치했다. 물론, 바빠서 재무설계사를 찾아가기 어려운 사람에게도 아주 편리한 서비스다.
재무 데이터를 입력하는 데 보통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이건 개인 차가 좀 클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초년생이나 경제 생활을 늦게 시작한 사람이라면 입력하는 데이터가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특별한 재테크라든지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지 않아서 생각보다 검사를 일찍 끝냈다.
인터넷 검사를 마치고 재무보고서를 수령할 주소까지 입력하면, 깔끔한 책 한 권의 모양을 한 핀북 재무보고서를 15일 이내 받는다. 어려울 수 있는 재무, 금융 용어와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해 보통의 책처럼 부담 없이 읽도록 했다.
재무설계에 관해 갖고 있던 의구심(혹은 경계심)을 선뜻 내려놓고 검사에 응한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 재무보고서다. 끝까지 읽고 나서 처음 이 책에 기대했던 것과 다른 감상이 남기도 했지만 그건 뒤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재무설계란?
자신의 소득 범위를 고려하여 소비와 저축을 합리적으로 설계하고, 은퇴 후의 노후 생활까지 생애 주기별 재무 관련 목표를 세우고 이에 맞춰 자금 준비 등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을 말한다.
재무설계를 가장 간명하게 설명한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다. 인터넷 검사를 하고, 재무보고서를 받아 끝까지 읽고 나면 여기서 뜻하는 재무설계를 한 번 경험했다고 느낄 수 있다. 즉, 핀북은 재무설계라는 본질적인 기능을 부족하지 않게 제공한다는 말이다.
‘1부 재무 성향’에서는 입력한 재무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출, 저축, 투자, 위험준비 이렇게 네 가지 영역에서 드러나는 사용자의 성향을 이야기한다. 성향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뉘앙스는 세밀하기보다 ‘크게 보아 이렇다’식의 큰 틀에서 현상을 보는 것이다. 1부 재무 성향 역시 숫자나 그래프 등으로 자세히 ‘분석’하지 않는다.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재무보고서 탐색을 시작할 수 있다. 어떤 책이든 클라이막스는 뒤에 배치된다. 핀북 재무보고서도 그렇다. 팩트 제시로 인한 마상(마음의 상처)을 대비할 시간은 충분하니 두려워 말고 첫 장을 펼치자.
참고로, ‘내가 바로 그 바쁘다는 현대인이다’ 싶을 정도라면 1부는 건너 뛰어도 좋을 것 같다. 인터넷 검사 시 입력한 데이터를 정밀하게 파헤친 게 아니라 줄글로 명확하게 정리한 수준에 그치기 때문. 이미 알고 있는 나에 대한 단편적인 사실을 굳이 반복해서 읽을 필요는 없겠지.
본격적으로 숲 속의 나무를 살펴볼 순서다. 나와 비슷한 소득, 연령인 사람들과 비교해 재무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포인트. 부모님께 평소 ‘아, 비교 좀 그만해!’라는 대사를 자주 하는 편이면 멘탈을 꽉 붙잡고 읽으시라.
나의 경우 소득 대비 지출이 많은 것 같아 우려했는데, 비슷한 소득 집단 내에서는 지출 수준이 낮다고 분석되었다. 저축은 다소 부족하다고 나왔고. 2부 재무 상태에서는 이렇게 비교하고, 또 표로 정리해 재무 상태를 진단한다.
지출 비율, 저축 비율, 부채 비율, 적정 보험료 등 기본적으로 운용하는 재무 영역에서 내 재무 상태가 어느 수준인지 객관적으로 안다는 건 아주 중요하다. 뒷골이 당길 정도로 냉정한 진단을 받았다면 그걸로 재무설계의 반은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지.
제일 마지막 장인 ‘재무 처방’을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앞 내용을 빠르게 훑고 재무 처방 부분만을 정독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핀북 재무보고서의 알맹이를 ‘3부 재무 목표’로 본다. 그 이유는 미래에 관해 정신이 번쩍 들만큼 경각심을 주고, 재무 목표를 구체적으로 진단하고 처방까지 내리기 때문.
온라인 검사에 입력한 재무 목표 3개(에디터는 결혼, 기타 목돈, 노후 자금을 목표로 설정했다)를 목표 시점, 목표 금액을 고려해 분석한다. 2부 재무 상태에서 내 현재 위치를 보며 의기소침했다면, 3부에선 더욱 명확한 목표(=미래) 달성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말 그대로 내가 세운 재무 목표를 목표 시점이 되었을 때 온전히 이룰 수 있는지 없는지 숫자와 그래프, 줄글로 알려준다. 꽤, 멘붕이 올지도 모른다.
현재가 조금 볼품 없더라도 나아질 미래를 꿈꾸며 달려갈 힘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 도착해보니 막상 손에 잡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면···. 3부 재무 목표는 이런 불상사를 막는 데 도움을 준다.
목표 달성 가능성을 먼저 체크한 뒤 투자 성향, 목표 시점까지 남은 기간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제시한다. 물론, 금융사들의 특정 상품을 권유하는 건 아니다. CMA, ETF, 해외 주식 펀드/연금 편드 등 시중 나와있는 금융상품의 카테고리를 탐색한다. 마지막 장까지 가지 않더라도 아니, 그보다 더 정밀하게 진단 및 처방이 진행된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 처방 내려진 금융상품을 일일이 따로 검색해 알아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금융사의 특정 상품을 거론하지 않는 게 핀북의 경쟁력 중 하나지만, 사용자 의견이 갈릴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론 약간의 광고/홍보가 되더라도 금융 지식이 탄탄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정보를 더 가미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4부 팩트 체크와 5부 재무 처방은 1~3부 내용을 요약·정리한다고 보면 된다. 팩트 체크는 2, 3부에서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체크를 넘어 팩트 폭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처방 역시 3부 재무 목표에서 상당히 성의 있게 제시했다.
그렇다고 3부까지만 읽고 책을 덮으라는 건 아니다. 아무리 쉬운 말로 풀어 설명했더라도 재무설계라는 게 그리 녹록지 않은 것임은 분명하다. 3부까지 소화하느라 달아오른 머리, 팩트로 인해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스르며 가볍게 내용을 복기하기 좋게 간단한 그림과 부담 없는 분량으로 구성되어 있으니 마지막 장까지 완주해 보시길.
핀북, 기다려왔던 해법 같은 재무설계 서비스다.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며 일상이라는 톱니바퀴를 부지런히 굴려왔지만 어쩐지 무언가 빠진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바로 재무설계였다. 나처럼 간편하고 부담 없는 재무설계를 필요로 했다면 핀북은 해법이 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비대면 검사로 제출한 데이터만을 가지고 재무와 미래에 관한 속마음까지 헤아릴 수 없거니와, 금융 상품을 일체 권유하지 않는 정책에서 누군가는 외려 부족함을 느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북은 충분한 가치를 지녔더라. 설계사와 얼굴을 마주하는 일반적인 재무설계에서 느낀 불편함이나 거리감을 큰 문제로 인식하고 해법을 제시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나 역시 핀북을 통해 재무설계라는 것을 처음 접했고, 이로써 현재 재무 상태와 미래의 재무 목표를 점검하고 재정비할 동기를 얻었다.
‘우린 아직 대책 없을 시기’라는 말은 그저 무기력, 체념, 유예 이런 마음으로만 채워진 게 아니다. ‘그러니까 누가 아니라고 말 좀 해줘, 지금부터 할 수 있다고’라며 동기를, 계기를 갈구하는 마음도 담겨 있다. 핀북은 지금껏 우리에게 아무도 얘기 해준 적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귀 기울여 들을 준비는 되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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