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드고릴라 Jul 02. 2018

신용카드, 이제 ‘긁지’ 말고 ‘꽂으세요’

MS -> IC 카드 단말기 전환

간단한 문제를 같이 풀어보자. 객관식이다.


Q. 오랜만에 친한 친구를 만난 펄 에디터. 함께 밥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한다. 다음 중 어색한 표현은?

① 분할결제 해 달라고 하자.
② 이건 내가 낼게, 커피 사 줘.
③ 이번에는 내가 카드 꽂을게!
④ 내 카드로 한번에 긁을게, 나중에 이체해줘.
⑤ 오늘은 내가 쏜다! 취업턱이야!


정답은? 딱 입에 붙지 않는 말이 있다. ③번. 그러나 이 문제의 정답은 올해 7월 이후 바뀐다. ‘⑥ 답은 없다. 위의 보기 모두 적절한 표현이다.’ 라는 보기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하게끔.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무인 키오스크를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이 기계에서 카드 결제를 하려면 올바른 방향으로 카드를 ‘꽂아 넣어야’ 한다. 언제부턴가 그냥 사람이 계산을 해 주는 가게에서도 


앞에 직접 카드를 꽂아주세요.


라는 말을 듣는 횟수가 늘었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당황했던가? ‘이제 결제도 셀프…?’ 라는 생각 때문에, 그리고 카드를 ‘꽂으라고’ 했기 때문에. (맨 처음에 카드 꽂는 홈이 어딘지 몰라서 버벅거렸던 건 비밀… 친절한 직원은 홈을 정확히 짚어준다.)



왜 7월 이후부터 위 문제의 정답이 바뀌는 걸까? 2015년 7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카드 단말기 교체가 의무화됐기 때문이다. 함께 지정됐던 시행 유예기간이 오는 2018년 7월 20일! 이때까지 단말기를 교체하지 않으면 최대 5천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익숙해진 특정한 행동방식은 그 자체로 하나의 관용적 표현으로 굳어진다. 그냥 행위를 묘사하는 말인데, 그 안에 모두가 암묵적으로 합의한 의미가 담기는 것이다. ‘카드를 긁다’라는 표현이 그렇다. 계산대에서 포스(POS)기 옆 홈에 카드를 쓱 긁으면서 결제하기. <카드를 긁다 = 돈을 내다, 계산을 하다>라는 의미가 통용되는 사회.


이 익숙한 카드 결제 방식이 바로 MS(Magnetic Stripe, 자기선)를 이용한 방식이다. 그리고 이때 사용하는 단말기가 ‘MS 카드 단말기’. 카드 뒷면을 가로지르는 띠가 떠오른다면, 맞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에는 ‘모든 신용카드 가맹점은 MS 방식만 사용 가능한 기존의 구형 단말기를 IC 방식의 결제가 가능한 단말기로 교체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IC(Integrated Circuit, 직접회로) 방식이 “내가 카드 꽂을게!”를 가능하게 한다. 색색의 카드 앞면에서 반짝 빛나는 조그마한 반도체 칩, 스마트폰 유심(USIM)과 흡사하게 생긴 이것이 바로 IC칩이다.

이렇게 카드에 내장된 IC칩을 결제기의 접촉 부분에 잘 인식시키기 위해 카드를 꽂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다. 결제 방법도 표현도 어색하게 느껴지는데, 이걸 법으로까지 의무화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개정안이 마련된 계기는 지난 2014년 1월에 있었던 대규모 신용카드 정보유출사건. 본 에디터는 이 시기와 사건을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그 이유는… 2013년 12월에 주거래 은행을 바꾸고 새로 체크카드를 발급! 기분 좋게 새 카드를 쓴 지 한 달쯤 지났을까, 뉴스가 크게 보도됐다. 


뉴스에 등장한 개인정보 유출 카드사 중 하나가..^^ 한 달 전에 새로 만들었는데..!^^^^


이를 통해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IC칩을 통한 결제 방식이 불법 카드 복제, 개인정보 유출 등의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기 마련. 복제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지적된 MS 방식도 강점이 있으니 많이 보급됐을 것이다. 각 방식의 특징과 장단점을 요약해봤다.

MS 방식은 카드 제작 비용이 저렴하고, 마그네틱에 저장된 데이터를 쉽게 결제 기기로 전송할 수 있었기 때문에 많이 보급됐다. 카드 긁기는 1초도 안 걸리니까! 그러나 이는 정보 유출이 쉽다는 말이기도 하다.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자석에 약한 것. 자석으로 열고 닫는 지갑형 스마트폰 케이스를 써 본 적이 있는가? 


폰케이스에 카드 넣어놨더니 고장났어ㅠㅠㅠㅠㅠ


라는 후기도 많이 들었었다.


IC 방식은 MS 방식의 이런 단점을 보완해 안전성내구성을 높였다. IC칩은 자석의 영향도 받지 않고, 내부에 저장된 데이터를 복제하기도 어렵다. 한국에 IC칩이 내장된 신용카드, 체크카드가 보급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즈음으로 꽤 오래 전이다. 그러나 카드가 변한다고 IC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느냐 하면, 대답은 노. ‘짝꿍’이 같이 바뀌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크게 불편한 것도 아닌 MS 방식의 단말기를 굳이 IC 단말기로 교체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긴 해도) 2014년 대규모 카드 정보 유출 사건 이후, 2015년 MS 방식의 ATM 전면 사용 중지. 모든 가맹점 카드 단말기 교체 의무화. 등의 법적 규제가 차근차근 시행된 것.


2018년 5월 말 기준,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의 IC 카드 단말기 전환율은 90%를 넘어섰다.



이렇게 카드를 ‘꽂는’ 시대가 왔다! MS 방식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보완했으니 더 안전하고 튼튼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겠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직접 체감하는 변화는 있을까?

현재 대부분의 카드에는 IC칩이 내장돼 있다. (MS과 IC 겸용) 따라서 모든 가맹점에서 단말기가 교체되고 IC 결제 방식이 의무화된다고 해서 사용자가 본인의 카드 자체를 재발급 받아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카드에 IC칩이 없다면 카드사 고객센터로 연락해 IC 신용카드로 전환 발급 신청을 해야 한다!) 


본 에디터가 체감한 가장 큰 변화는 아무래도 결제 시 카드를 ‘직접 꽂는’ 빈도가 늘었다는 것과, 결제 소요 시간이 미묘하게 늘었다는 것이다. 슉- 긁으면 결제 끝! 이라는 느낌이었는데 IC 방식은 카드를 꽂고 조금 기다려야 하기 때문. 그것도 긴 시간은 아닌데, 계산 줄이 길어지면 체감상 대기 시간이 더 길게 느껴진다. 그래도 카드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서 쓰는 시간이라면 뭐..


카드 사용자의 입장에서 또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은 바로 스마트폰 결제! 삼성페이, LG페이 등은 마그네틱 신호를 발생시켜 카드 정보를 인식시킨다. 그러면 IC칩을 이용한 결제가 아니니까 안 되나…?


그래서 삼성페이는 되나요?

단말기를 교체해야 하는 가맹점에서도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라고 한다. 초기에는 삼성페이에 카드를 등록하고 사용했을 때, ‘결제하는데 왜 핸드폰을 내밀지?’하고 의아해하던 사장님도 계셨었는데… (아련) 요새 스마트폰 페이 사용이 많이 활성화됐다고 느끼는 만큼, 중요한 질문이다.


결론은, 된다!!!


IC 방식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지만, 일부 예외의 경우에는 기존의 MS 방식을 이용할 수 있다. IC칩이 훼손돼 사용할 수 없거나, 해외 카드처럼 아예 마그네틱 전용으로 발급된 경우 같은. 그래서 신형 카드 단말기는 대부분 IC와 MS 겸용이다. 따라서 삼성페이 등으로 결제할 경우 MS 입력장치 부분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된다.


이들은 플라스틱 MS 카드와는 다르게 ‘1회용 디지털 토큰 방식’을 사용한다. 스마트폰에 카드 정보를 미리 저장하고, 내장된 신호 발생기를 통해 매번 결제 때마다 가상으로 생성한 번호를 전송해 거래가 이뤄진다. 따라서 거래 정보가 유출되더라도 카드 자체의 정보나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알기 어렵다.  즉 보안성도 높고 간편하다! 카드지갑을 깜박하고 놓고 나왔을 때도, 계산대 앞에서 당당하게 스마트폰을 내밀 수 있으니까.


▶ 삼성페이 추가 혜택 받고 쓰는 법!



 +a 카드고릴라 에디터로서의 체감(?) 


카드를 이용하는 폼(?)이 변화했으니, 카고 에디터는 그에 어울리는 카드를 떠올리게 된다. ‘꽂았을 때’ 예쁜 카드는? 

두둥

세.로.형.카.드!


언제 어디서든 꽂아 쓸 수 있는 세로형 카드 세 개를 소개한다.



국내 가맹점 0.8% 기본 적립

(기본 적립 월 적립한도 없음)

통신/대중교통/전기차충전 5% 특별 적립

커피/영화 3% 특별 적립

백화점/할인점/온라인쇼핑/주유/해외 1% 특별 적립

주요 간편결제 3% 추가 적립


세로형도 있다! 한국의 미를 컨셉으로 플레이트에 동양화를 담은 디자인. 세로형이 더 고전적인 느낌이 난다. 어딘가 걸어둬야 할 것 같은..



모든 가맹점 1% 청구할인

(전월실적, 월 할인한도 없음)

주유소/가스충전소 건당 5천원 청구할인 (월 2회)

편의점 건당 1천원 청구할인 (월 10회)

(주유/편의점 할인은 전월실적 50만원 이상)


비비드한 원색의 플레이트에 엄지 척! 음각으로 새겨서 저렇게 금방이라도 움직일 것 같지만, 실제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모든 가맹점 0.7% 기본 할인

(전월실적, 월 할인한도 없음)

6대 생활필수영역 0.5% 추가 할인

선결제 0.3% 추가 할인

전 가맹점 2~3개월 무이자할부


‘세로형 카드’라는 혁신적인 디자인을 최초로 시도한 현대카드. 작년 말 카드고릴라에서 진행한 <대한민국 최고의 카드 디자인은?> 설문조사에서 당당하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제 “내가 카드 꽂을게”를 넘어서서, “내 손으로 찍을게(?)”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결제 시대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카드업계는 현재 손가락 정맥을 활용한 간편결제 서비스 ‘핑페이(FingPay)’ 도입을 추진하기로 합의, 기술 개발과 함께 상용화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한국은 이제 막 뛰어들었지만, 이미 생체 인식 결제가 상용화된 나라도 있다. (언젠가 소개할지도… 커밍 순!) 지급결제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 신용카드가 빠르게 확산됐던 것처럼. 관련 범죄 역시 그 방식이 점점 치밀하고 교묘해진다.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한 결제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재밌는 신용카드 이야기와 사용 꿀팁이 궁금하시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