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표를 너무 먼 미래로 두지 말기

Carpe Diem.

by 카디엠

#Project Record


사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닐 수 있지만 이번 충수염 수술 (a.k.a 맹장수술) 은 학업과 직장 병행에 열의를 다지던 내게 정말 큰 충격이 되었다.


그동안 부끄럽지만 남들에게 “헤르미온느”네, “갓생”이네 불러지는 것을 나름 자랑스럽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모든게 멈출 수 밖에 없는 시간이 흐르면서, 속된 말로는 현타, 좀더 고급스러운 말로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사실 처음에는 수술이 생각보다 많이 아파서, 아무 생각도 없이 예민보스 그 자체였다. 워낙 학창시절부터 농담 따먹듯이 맹장 수술 일화가 나오다보니 나조차도 가볍게 생각했는데, 1cm 내외 구멍 3개 뚫었다고 몸 일으키기 하나 힘들더라.


병원에 기껏해야 3박 4일 있었는데, 현실과 다른 시간의 흐름이었다. 내 통증에 집중하고, 회복에 집중하고, 30시간 굶고 먹는 첫 죽 한끼에 집중하던 나날이었다. 당시 성경 구절과 주일 말씀에서 유독 자주 들리던 말은 “안식”이었다. 갓생이라고 불리는 삶이 정말 “갓” 생일지, “갓 (God)” 없이 나의 힘만 의지하는 삶인지 돌이켜보게 해주셨다.


돌아온 현실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두 가지 마음은 확실하게 생겼다.


너무 먼 미래를 위해 지금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의 흘러가는 시간을 경시하지 말 것. 첫 직장 퇴사 때 다녀온 대만을 마지막으로 엄마와의 여행도 잠시 휴지기였는데,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두 번째는 AI 시대 흐름을 부정하지 말고, 일의 투입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효율화할 것. 결국 주변 사람을 잘 챙기려면 정신적 물리적 자산이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려면, 재투자 가능한 에너지를 일에서 남겨야 겠더라. - 물론 워커홀릭인 나는 일이 여전히 중요하고, 여전히 틈틈이 레쥬메를 수정하며 커리어를 키워나가고 있지만, 컨설턴트로 일을 시작한 25살때부터 외면해온 또다른 가치들을 이제는 돌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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