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현 May 29. 2019

제휴혜택을 알릴 때, 쓰는 방법

배달의민족 사장님들에게 다른 서비스 알리기

2019년 5월 20일. 지난주 월요일.

배달의민족 사장님 사이트에 노란 배너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LG U+와 배달의민족의 CCTV 제휴 이벤트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배너였습니다. 배너를 기획하는 것이야 언제나 하는 일이긴 하지만, 이번에는 그 뒷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휴는 왜 할까.

이달 초, 배달의민족 사장님사이트에는 '제휴혜택'이라는 메뉴가 생겼습니다. 이름 그대로 사장님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들과 제휴를 맺고 혜택을 제공하는 페이지입니다.

더 많아질 거예요.


우아한형제들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배달의민족'뿐만이 아닙니다. 사장님들의 가게 운영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론칭, 혹은 준비 중에 있습니다. 사장님들이 필요한 용품들을 저렴하고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배민상회'라던가, 사장님들의 매출관리를 무료로 해주는 '배민장부'라던가, 심지어 배달에 도움을 드리기 위해 로봇까지 연구하고 있죠.


아직은 못합니다만.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이 이 세상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체적으로 냉장고를 판매할 수 없고, 대출을 해드릴 수 없죠. 있나? 하지만 사장님들에게 필요하다면, 그 서비스들과 제휴를 맺어 혜택을 가져다드리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배달의민족 사장님들을 위한 제휴혜택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이번 론칭에서 모-든 콘텐츠를 기획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상세페이지부터 홍보 콘텐츠, 썸네일, 배너 기획... 뭐 그런 것들요.


★유. 언.★


배달의민족과 다른 서비스들의 제휴의 힘은 사장님들에게서 나옵니다. 양사 모두 목적은 결국, 배달의민족을 사용하고 있는 사장님이니까요. 그렇기에 한쪽의 욕심으로 사장님에게 부담스러운 내용이 들어가지는 않는지, 특히 어떤 사장님의 니즈를 해결해줄 수 있는지, 어떻게 표현해야 사장님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 등등.. 사장님의 입장에서 살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위 사항들은 차차 진행해나가면서 체크해야 하는 것들이고요. 시작 전 제휴혜택을 위한 모든 콘텐츠를 기획해야 하는 저로서는, 제 페르소나를 다잡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제휴혜택은 단지 서비스를  '파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써야 할까.

제휴혜택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페르소나는 마치 정치인 같습니다. 정확히는 아래 말에 나오는 정치인이요.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좋은 정치인은 공적 헌신성이 사적 욕망보다 딱 2% 큰 사람이다.


2% 크려면, 공적 헌신성은 51% 사적 욕망은 49%가 되어야 합니다.


이해하면 보입니다


또한 사적 욕망이 50%보다 올라가도, 40%보다 내려가도 안됩니다. 사적 욕망이 40%보다 내려간다면 시민사회 활동을 하던가, 30%보다 내려간다면 종교활동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정치인의 범주는 참 좁습니다. '제휴로 혜택을 드립니다.'라는 글귀를 쓰는 순간이 마치 그렇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제휴로 혜택을 제공하는 일은 브랜드의 고객들에게 헌신성이 높은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적 욕망이 전혀 없는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여, 제휴혜택은 이해당사자들이 얻어야 하는 것들을 명확히 할 때, 목표를 달성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배달의민족이 얻는 것.

사장님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제휴혜택은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일은 아닙니다. 그럼 '제휴혜택' 그 자체로, 배달의민족을 쓰지 않던 사장님들이 배달의민족을 가입은 할까요? 글쎄요. 사장님들이 배달앱을 선택하는 기준은 그것이 아닙니다.

이런 거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네, 영향을 미칩니다. 당장의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이라도 사장님을 위한 일이라면, 하는 것. 사장님들과 함께 더 멀리 가기 위해 배달의민족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연구한다는 것. 그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모든 키 메시지를 '함께, 더 멀리.'로 잡기도 했습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휴로 제공하는 것이 시늉만 하는 혜택이어서는 안 됩니다. 실질적으로 사장님들에게 도움이 되고 입소문이 날 수 있어야 합니다. 생색이 아니라 진짜 마음을 갖게 된다는 건, '진짜'로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제휴사가 얻는 것.

배달의민족을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사장님들을 서비스로 유입시키는 통로가 됩니다. 다만 제휴사의 입장에서도 눈앞의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일단 서비스를 경험해보게 한 뒤, 충성 고객으로 만드는 것.

-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 내의 다른 서비스를 더 사용하게 만드는 것.

대부분의 제휴가 둘 중 하나의 전략을 사용하셨습니다.


물론 모두가 그랬던 것은 아닌데요. 특정 제휴사의 경우 당장 눈앞의 이익만 보시고 제휴 기간 동안 오히려 사장님들에게 더 이득을 취하려는 행태도 보이셨습니다. 참 아쉬운 일입니다. 제휴 담당자가 모르고 진행했다면, 제휴 프로젝트 자체의 신뢰를 떨어트리는 결과도 가져왔을 것입니다. 혜택이라고 해놓고 혜택이 아니었을테니까요.



사장님들이 얻는 것.

이름 그대로 혜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이런 혜택이 무료, 할인일리 없어 수상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브랜드를 인지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신 거니까요. 기업이야 브랜드 이미지 상승같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을 얻지만, 사장님은 손에 잡히는 혜택을 얻으실 수 있습니다. 하여 브랜드들끼리 이런 제휴 건이 성사될 때, 평소에 필요했던 서비스라면 사용해보셔도 좋습니다.


은근슬쩍 건네보는 링크 >

http://bit.ly/2I3svsD


자, 이렇게 이해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제 마음은 마치 일을 다한 것 같지만,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 입니다. 글 써야죠.


카피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에 한 카피라이터가 이런 답을 했다고 합니다.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 만으로
전해진다면, 좋을 텐데


이 말에 공감 안 되는 마케터 있으신가요? 존경합니다. 카피로 고민한 적이 없으신 분일 테니까요. 저는 언제나 그런 생각을 합니다. 내가 장점이라고 말하면, 그냥 장점으로 여겨진다면 좋을 텐데.. 하고요.


나는 YES라고 말하지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기에, 우리는 늘 고객의 입장에서 장점을 찾아야 합니다. 강력한 흡입효과의 공기청정기라고 말하지 말고, 공기 청정으로 얻게 될 우리 아이의 건강을 이야기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말이죠. 저도 어딘가에서는 고객인데, 왜 고객의 마음은 어려운 걸까요.


싸다. 두 글자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 맞네요. 그렇다면 이 글은..

(끗)

.

.

.

이런 해피엔딩이라면, 저는 일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은 '싸다' 두 글자로는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도록 해주셨나 봅니다. 네 아-주 감사합니다.


제휴 혜택은 말 그대로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혜택을 나열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이지 않더군요. 우리는 사장님들이 신청을 하고 싶어지도록, 마음을 자극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담은 글을 써내야만 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배달의민족의 마음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요.


그 과정을 담아, 제휴사의 혜택들을 설득할만한 ‘글’ 템플릿을 하나 구성했습니다. 내부 개발 스케쥴의 제약으로 텍스트와 단순 이미지만 사용할 수 있었기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습니다.


간단합니다. 큰 구성의 흐름은 '문제 제시 - 대안 제시 - 해결책 - 미래'입니다.


1) 문제 제시

사장님의 상황을, 사장님의 입장에서 적습니다. 여기서 적는 것은 두 가지를 고려하시면 됩니다.


사장님이 실제로 고민하고 있는 것

저는 사장님 커뮤니티에서, 사장님들이 제휴 소재에 대해 언급한 글귀들을 참고했습니다. 예를 들어 사장님들은 CCTV를 달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지부터, 어느 정도의 예산을 고려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의 스펙까지 필요할 것인지, 혹은 어떤 상황에서 필요하다고 떠올렸는지 등등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각 브랜드마다, 각 타깃 군마다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채널이 다를 것입니다. 그곳에서 충분한 문제 상황을 수집해보세요.


하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기에 수집한 문제 상황을 모-두 적을 수는 없습니다. 그중 '선별'을 하셔야 하는데요. 그 기준이 두 번째 고려사항입니다.


해결책과 맞추기

많은 문제 상황들 중에서, 다음 문단에 오게 될 '해결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로 선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휴를 맺은 CCTV의 기능 중에는 영상이 엄청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손님이 건네는 돈이 오천 원인지 만원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럼 문제 상황에 "화질이 왜 이렇게 안 좋아. 정말 필요할 때는 볼 수가 없네"라는 문구를 적는 것이지요. 물론 이 문구는 사장님의 글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사장님들은 이 '문제 제시' 부분에서 새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항상 고민하고 있지는 않았던 그 상황을요. 그때 자연스럽게 그에 대응하는 해결책이 나온다면, 좀 더 몰입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부분을 작성할 때는 일부러 딱딱한 어조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감정 몰입을 더 끌어낼 수 있도록요. 사장님의 입장으로, 실제 이야기하는 듯한 문체를 일부러 사용했습니다.



2) 대안 제시

시민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등장하는 영웅에게는 세레모니가 필요합니다. 굵고 임팩트 있게요. 해결해주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우선은 등장에 걸맞은 이벤트가 있어야 합니다.

현재 사장님은 충분히 문제 상황을 인지한 상태입니다. 여기서 필요한 건 짧고 임팩트 있는 영웅의 등장이죠. 등장에 걸맞게 화려한 이미지, 무지개 빛 색깔, 빵빠레한 음악을 넣어... 서 표현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개발 상황을 고려해야 했거든요.


고민 끝에, 다른 부분에서는 힘을 모두 뺐습니다. 이 대안 제시 부분에만 이미지를 넣었습니다.

배너 형태이지만 뜬금없이 느껴지지 않도록 앞 흐름의 텍스트와 결을 맞췄습니다. "그래서 혜택을 준비했습니다"라는 문구를 하나 넣어 뒀습니다.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대한 강약 조절을 하기 위한 나름의 고민이었습니다.



3) 해결책

이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적습니다.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는데요. 타당하게 길어진다면 길어지는 것을 억지로 막을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휴사의 욕심으로 길어지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제휴를 통해 제휴사가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중 한 가지가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브랜드 내의 다른 서비스를 더 사용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때로 욕심이 나기도 합니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고, 이것도 드릴 거고, 저것도 드릴 거고, 그러니까 이것도 하시고, 저것도 하시고.. 이런 내용을 모두 담고 싶죠. 네, 제 마음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다 적어 읽히지 않게 하는 것보다, 강력한 한 가지를 전달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요. 사실은 제휴사의 담당자님도 알고 계시겠지요. 하여 같은 브랜드라도, 소재를 나눌 수 있을만한 제휴는 따로 나눠서 홍보하자는 것을 쉽게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내용이 많아 지금 함께 담을 경우 묻힐 것 같은 혜택들은, 시기의 텀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약속하기도 했고요.


#약치기그림


이 해결책 부분에서 가장 신경 쓴 것은 미사여구를 최대한 빼려고 한 것입니다. '최고로, 가장'등의 미사여구는 뺐습니다. 그 자리를 실제 수치로 채워 넣으려 귀찮게했습 노력했습니다.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정보를 접하기 쉽습니다. 우리가 가장 좋다, 우리가 가장 싸다고 한들 소비자들은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금방 알아낼 수 있지요. 그래서 오히려 실제 수치를 알려주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제휴의 내용이 정말로 좋아야겠지요. 생색내기가 아니고요.



4) 미래

그 이후 사장님들이 행동하셔야 하는 미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주면 끝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안을 드렸다고 할지라도 사장님이 신청하기 위한 과정이 안내되어 있지 않거나, 방법이 어렵다면 어떨까요. 제휴 상황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시고, 그 이후에 신청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쉽게요. 


제휴혜택은 페이지 방문자수 증가보다, 방문 대비 신청 전환에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둘 다 해낼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업무를 할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 가지를 주력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신청하게 만드는 상세페이지 기획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 영향이었을까요. 실제로 한 제휴사에서는 평소 다른 회사와 진행했던 제휴 대비, 2배나 높은 전환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전환율이 높은 것이 증명되었다면 이제, 방문자수를 높여보는 거죠.


 

그래서 일어난 일이 바로, 노란 배너.

타깃의 반응이 좋다 보면, 좀 더 욕심을 내게 되는 게 마케터의 인지상정입니다. 제휴혜택 페이지가 열리고 난 후, 한 제휴사에서는 기존의 다른 제휴들보다 높은 효율을 확인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방문자를 높일 수 있는 혜택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이 글의 제일 처음 보여드린 노란 배너입니다. 방문 후 신청 전환이 높으니, 신청만 해도 주유권 1만 원을 드리는 이벤트로 방문자수 자체를 높이는 방법을 쓴 것입니다.

그럼 노란 배너를 비롯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장님들에게 홍보된 후.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후후. 제휴사에서는 목표를 달성하여 조기 퇴근을 해야겠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가 들려왔습니다. 



오늘도 제휴 계약 담당자님은 정장을 입고 출근하셨습니다. 아마, 또 다른 제휴 건에 대한 논의가 있겠죠.

그리고 그 내용은 제 손을 지나고 여러 구성원들을 거쳐 사장님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수많은 제휴 건들이 그럴 것입니다. 오픈 후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한, 페이지 리뉴얼도 곧 될거고요. 


그 과정들을 이렇게 글로 담아 다른 마케터분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입니다. 이 맛에 오늘도 서비스를 위한 글을 씁니다. 당신을 위한 글을 씁니다. 저를 위한 글을 씁니다. 이 글도 딱 사적 욕망보다 2% 높은 공적 헌신성으로 쓰여졌습니다.


(끗)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