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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Jul 10. 2024

왜 출간하고 싶은가

출간을 추천하는 이유

왜 책을 쓰고 싶은가


 책을 출간하고 나니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진다. 어떤 이는 책을 출간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묻는다. 또 조금 가까운 사람은 출간하고 나면 얼마나 벌 수 있냐고 직접적으로 묻기도 한다. 이런 질문들을 접한 후 사람들이 의외로 책 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교사 모임에서 출간 관련 특강을 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였다. 

 나는 출간에 관해서 할 얘기도 많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다. 그중에서 가장 먼저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지 고민이 됐다. 한참을 고민한 끝에 ‘왜 책을 쓰고 싶은가?’를 가장 먼저 말하기로 했다.

 이 질문에 많은 사람이 ‘책 쓰기가 자신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라는 말을 했다. 즉, 생전에 책 한 권은 내는 게 소원이라는 말이었다. 후술 하겠지만 이런 이유라면 의외로 책을 내는 게 어렵지 않다. 나중에 더 자세히 말하겠지만 자비출판으로는 쉽게 책을 낼 수 있다. 자비출판이란 쉽게 말해서 작가가 출간의 비용을 모두 내는 출판 방식을 말한다. 자비출판을 하면 출판사와 작가 모두 이익이다. 책 제작 비용 모두를 작가가 내기 때문에 출판사는 손해 볼 일이 없다. 책을 제작하는 것만으로도 출판사에 이익이 된다. 작가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원하는 책을 쉽게 출간할 수 있으므로 손해 볼 일이 없다.

 그런데 작가가 책을 통해서 돈을 버는 게 주된 목적이 된다면 얘기가 전혀 달라진다. 작가가 인세를 받으면서 출간을 하려면 자비출판과는 전혀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출판 과정을 기획 출판이라고 한다. 기획 출판은 작가가 원하기만 하면 바로 출간을 해주는 자비출판과 달리 출간의 벽이 훨씬 높다. 출판사가 제작 비용을 전부를 지불하고, 작가에게 인세까지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획 출판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이상으로 책이 팔려야 출판사도 이익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출판사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다.

 보통 작가가 출간한다고 하면 후자인 기획 출판을 말한다. 나 역시 단독 저서 한 권 공저로 한 권, 총 2권의 책을 모두 기획 출판으로 출간했다. 기획 출판의 경우 출판사에서 인세로 돈을 받는다. 그럼, 사람들이 내가 인세로 얼마나 돈을 벌었냐고 묻는다. 그런데 실상은 몇만 부, 몇십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이상 생각보다 인세로 많은 돈을 받지 못한다. (보통 도서 정가의 10%가량을 인세로 받는다.) 

 2024년 기준 최저 임금이 시급 9,860원이다. 즉 한 시간을 일하면 만원 가량을 받을 수 있다. 돈으로만 따지면 출간을 위해서 들인 시간과 에너지에 비해서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턱없이 낮은 돈을 얻게 된다. 오로지 책으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라면 출간보다는 다른 일을 하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그래도 출간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출간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인세 이외에도 여러 가지 얻는 게 많기 때문이다. 책을 출간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다양한 기회가 펼쳐진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첫 책인 《선생님, 오늘도 좋은 일이 생길 거예요》를 출간한 이후에 1년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아이스크림 원격 연수원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원격 연수를 제작해 보자는 의뢰였다. 그 연락을 바탕으로 15차시 연수인 〈속이 뻥 뚫리는 교사 상담소〉 연수를 제작하였다. 또한, 그 연수를 매개로 중등의 송승훈 선생님과 《교사 상담소》란 두 번째 책을 공저로 출간할 수 있었다. 두 권의 책과 하나의 원격 연수를 바탕으로 이후에도 여러 강의 요청을 받았다. 서산 교육지원청, 태안 교육지원청에서 신규·저 경력 교사 오프라인 연수를 진행했다. 또한, 서울 동부교육지원청 진로교사 연수를 맡았다. 교사 모임인 성서유니온교사모임에서 교사 상담소 연수도 진행했다. 이런 대외 활동은 내가 첫 번째 책을 출간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도 없던 일이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무명의 교사에게 누가 이런 다양한 연수 의뢰를 하겠는가. 결국, 이 모든 일이 첫 번째 책을 출간한 덕분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본다.

 한편 대부분 직장에는 정년이 있다. 퇴직하고 나면 소속되었던 울타리가 사라져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다는 말을 들었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퇴직하기 전에는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선생님으로 불리며 안정감을 얻는다. 하지만 퇴직을 하는 순간 학교라는 안전하고 포근한 울타리가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은 정년이 없다. 정년이 없기에 안정적인 울타리가 사라질 일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책을 출간하는 일은 노후를 준비하는 일이기도 하다. 내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책을 쓰고 또 강연하며 오래도록 현직에 머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출간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특히 동료 선생님들께는 더욱 적극적으로 출간을 권한다. 학교에서도 주위를 살펴보면 숨은 고수들이 많다. 20년, 30년가량 교단에 서며 전문성을 가진 선생님들이 많다는 말이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선생님의 그런 능력을 잘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런 선생님을 잘 모른다. 그래서 역량 있는 교사가 자신의 교실에서만 그 역량을 발휘하는 거로 그치게 된다. 그 선생님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책을 출간했다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졌을 것이다. 전국각지에서 다른 교사들이 선생님을 찾았을 것이고, 그 전문성이 다른 이들에게도 퍼져나갔을 것이다. 이는 그 선생님뿐만 아니라 동료인 우리에게도 커다란 손해가 아닐까. 

 처음부터 대단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다. 자신이 가진 별것 아닌 일을 기록하고 정리하다 보면 그게 그 사람만의 특별한 전문성이 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소소한 학교 이야기를 한 편 두 편 모았더니 한 권의 에세이가 되었다. 또한, 동료 교사의 질문을 하나하나 답하며 모아보았더니, 교사 상담소라는 한 권의 교육 실용서가 되었다. 내가 책을 냈던 경험도 잘 정리해 보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런 마음으로 또다시 글을 차분하게 모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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