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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아샘 Aug 28. 2024

내가 쓴 글을 어떻게 고치면 좋을까?

퇴고를 잘하는 방법

글쓰기의 매력: 퇴고


순발력이 뛰어나서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게 편한 사람이 있다. 반면에 즉흥적인 일 보다는 충분한 시간 동안 계획을 세워서 일하는 게 편한 사람도 있다. 나는 후자에 가깝다. 그런 기질 때문인지 나는 즉흥적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갖고 글로 표현하는 게 더 익숙하다. 말은 한 번 내뱉으면 고치기가 어렵지만, 글은 시간을 갖고 여러 번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쓰기의 매력은 몇 번이고 글을 고쳐 쓸 수 있다는 것, 즉 퇴고를 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나는 2021년부터 교실 이야기를 기록해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기고 있다. 처음에 글을 쓸 때는 초고와 퇴고의 개념을 몰랐다. 그래서 글을 쓴 후에 다듬어지지 않은 원고인 초고를 곧바로 사람들에게 공개했다. 당시에 주변 사람들이 내 날것 그대로의 글을 응원해 줬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부끄럽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도 하지 않은 채 사람들을 만난 느낌이랄까. 사람을 만나기 전에 세수도 하고 머리도 단정하게 다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내가 쓴 글도 여러 번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초고 쓰기뿐만 아니라, 퇴고하는 일에도 마음을 쏟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을 살펴보면, 퇴고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무작정 퇴고를 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글을 어떤 방식으로 고쳐야 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들이 글을 어떤 방식으로 퇴고하는지를 먼저 알아볼 필요가 있다.


퇴고의 단계


은유 작가의 퇴고 3단계: 

주제 벼리기 → 적절한 정보 넣기 → 글 깔끔하게 만들기


먼저 《글쓰기 상담소》를 쓴 은유 작가는 퇴고를 3단계로 제시하였다. 첫째, 주제 벼리기이다. 벼린다는 말은 무디어진 연장의 날을 불에 달구어 두드려서 날카롭게 만든다는 말이다. 즉,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서 관련 없는 문단을 제거한다는 말이다. 둘째, 적절한 정보 넣기이다. 때로는 우리가 쓴 쓴 글이 독자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글쓴이 자신만 알고 있는 전후 맥락이나 배경지식을 독자도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따로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독자는 글을 읽어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그래서 글쓴이가 가진 배경지식 또는 전후 맥락 등의 정보를 독자에게 상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걸 은유 작가는 적절한 정보 넣기라고 표현했다. 셋째, 글 깔끔하게 만들기이다. 이 단계에서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지,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 관계가 적절한지 등을 살펴본다. 


이해사 작가의 퇴고 3단계: 

주제와의 관련성 살펴보기 → 문단의 가치 따져보기 → 단어가 알맞게 쓰였는지 살펴보기


한편 《내 글도 책이 될까요?》를 쓴 이해사 작가도 퇴고를 3단계로 제시하였다. 첫째, 주제와의 관련성 살펴보기이다. 주제와 관련성을 갖지 않은 문단이나 문장이 없는지 글을 살펴본다. 둘째, 문단의 가치 따져보기이다. 전체 글 속에서 각 문단이 가치를 갖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가치가 없는 문단은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거친다. 셋째, 단어가 알맞게 쓰였는지 살피기이다. 적절한 단어가 쓰였는지 동일한 단어가 반복되고 있지 않는지 글을 살펴본다. 


나의 퇴고 단계 

전체 살펴보기 → 부분 살펴보기

주제 중심으로 글 살펴보기 → 문단 살펴보기 → 단어 살펴보기 → 전체적인 가독성 살펴보기


두 작가의 글을 바탕으로 나도 퇴고 단계를 정리했다. 먼저 2단계로 나누어보면 처음에는 숲을 보듯 글 전체를 살펴보는 것이고. 다음으로 나무를 보듯 글을 부분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4단계를 나눈다면 첫째, 주제를 중심으로 글을 살펴본다. 각 문장과 문단이 주제와의 관련성을 가졌는지, 또 주제를 잘 드러내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둘째, 문단을 살펴본다. 불필요한 문단이 있다면 수정하고, 뒷받침할 문단이 있다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퇴고한다. 셋째, 단어를 살펴본다. 글에서 동일한 단어가 여러 번 반복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같은 뜻을 가진 다른 단어로 수정한다. 또한 각각의 단어가 알맞게 쓰였는지도 따져본다. 마지막으로, 내 글의 전체적인 가독성을 살펴본다. 글을 소리내어 읽어보면서, 글이 막힘없이 읽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또한 독자가 사전지식 없이도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지도 따져본다.


퇴고의 횟수


실제로 초고를 몇 번 정도 퇴고하면 좋을까. 나는 초고 작성 후 보통 2~4번 정도 퇴고를 한다. 낮에 글을 썼다면 글을 쓰고 난 직후 바로 퇴고를 하고, 저녁이 되었을 때 다시 한번 퇴고를 한다. 또한 다음날에도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면서 글을 다듬는다. 보통은 그렇게 세 번 정도 퇴고를 한 후에 글을 공개한다. 그런데 3번 정도 고쳐도 글이 마음에 안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미련 없이 글을 그냥 묵혀 둔다. 내게 불편한 글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가닿기 어려울 거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는 퇴고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고 하는데, 10번 이상 퇴고하면 더 좋지 않냐고 물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렇게 하면 독자가 훨씬 읽기 편한 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첫째, 글을 수정하다가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퇴고를 거듭할수록 한 편의 글이 더욱 매끄러워질지는 모르겠지만, 글쓰기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될 가능성도 커진다. 또한 둘째, 다음에 편집자와 또 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이 책으로 출간이 된다면, 원치 않더라도 또다시 퇴고해야 한다. 출판사의 의도에 맞춰서 또 편집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글을 다시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출간을 앞두고 편집자와 번갈아 가면서 보통 4~5차례 이상 퇴고를 다시 한다. 그러니 처음부터 퇴고하는 횟수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퇴고하는 시점

 

한편 퇴고를 하는 시점도 중요하다. 첫 책 출간을 앞두고 편집자와 함께 퇴고했다. 그가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 주로 밤에 글을 쓰시죠?”

“네 맞아요. 어떻게 아셨어요?”

“사람이 보통 밤에는 감성적, 낮에는 이성적으로 되기 마련이거든요.”

“그런가요?”

내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편집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밤에 쓴 글은 낮에 퇴고하고, 낮에 쓴 글은 밤에 퇴고를 하면 좋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했어요.”

편집자와의 대화를 통해 똑같은 사람이 써도 낮에 쓴 글과 밤에 쓴 글의 느낌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마찬가지로 같은 글을 읽어도 낮에 읽을 때와 밤에 읽을 때 차이가 나타난다. 그래서 퇴고하는 시간대도 생각해 봐야 한다. 퇴고를 여러 번 할 수 있다면 한 번은 낮에, 한 번은 밤에 하는 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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