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써준 자소서 뒤에 숨을 수 없는 시대

<좋아하는 일> 찾기가 아닙니다. 나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

by Heidi Buildup

불과 엊그제 컨설팅 해줬던 내담자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정말 똑똑하고 매사에 열심히 하는 친구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이야기가 심상치 않았다.

사실 정신이 없었다.

코치님, 저 A기업도 지원했고, B기업도 썼고요...
C기업은 넣을까 말까 고민 중인데 어때요?


이 친구는 서류 전형에도 몇 번 합격해 본 경험이 있다. 소위 말해 기본기는 갖춘 인재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열심히는 하는데 정작 중요한 방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저곳 닥치는 대로 지원은 하지만, 정작 본인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지에 대한 가지치기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런 친구들은 일단 진정 시켜줘야한다. 그리고 질문을 통해서 이 친구의 방향성을 다시 잡아주곤 한다. 이런 친구들은 서류 합격 후 면접 준비 과정에서 페르소나를 부여해주고 방향성을 잃지 않게 등대 같은 역할이 꼭 필요하다.



안타깝지만.. 냉정히 말해 이런 취업준비생은 면접장에서 3분 안에 들통나기 쉽다.

철저하게 쓴 자기소개서로 포장해도 자기 분석이라는 뿌리가 없으면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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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직무보다 나를 먼저 분석하라"고 하면 취준생들은 다 아는 이야기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자기 분석은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따위의 감성적인 자아 찾기가 아니다. 철저히 비즈니스 관점의 분석이다.


내가 가진 경력과 경험이 어떤 역량을 나타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역량이 지원하고자 하는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떤 구체적인 성과를 낼 것인지. 이 연결 고리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면 운 좋게 서류는 통과할지 몰라도 면접에서는 결코 통과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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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경험을 역량으로 번역하지 못하면 탈락이다.


많은 지원자가 면접장에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는다. 인턴 경험, 공모전 수상, 동아리 활동... 하지만 면접관은 당신의 과거 무용담 그 자체가 궁금한 게 아니다. 그 경험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어떤 효용이 있는지 즉 돈이 되는지를 묻는 것이다.

진짜 자기 분석은 다음의 3단계를 완성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경험이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증명하는가?

그 역량이 내가 지원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있어 어떻게 발휘되는가?

결과적으로 우리 회사에 어떤 성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경험 → 역량 → 성과]의 논리 구조가 머릿속에 잡혀있지 않다면, 그건 자기 분석을 안 한 것과 같다.



둘째, AI가 써준 자소서 뒤에 숨을 수 없는 시대다.


최근 마인드 마이너 송길영 작가도 <세바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역설적으로 면접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제 자기소개서는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AI 도구들이 기가 막히게 써준다. 문장은 유려하고 논리는 정연하다. 덕분에 서류 전형의 변별력은 예전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자기소개서까지는 어떻게든 통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면접장은 다르다. 모니터 뒤에 숨을 수 없는 그곳에서는 진짜만이 살아남는다. 내 경험과 역량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스스로 분석이 안 된 지원자는 꼬리 질문 하나에 무너진다.

"본인의 이 경험이 우리 직무의 문제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됩니까?"

이 질문에 AI가 써준 문장을 앵무새처럼 읊는 사람은 절대 통과할 수 없다. 화려한 문장이 아니라, 투박하더라도 내 경험을 역량으로 치환해낼 줄 아는 내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취업은 나를 기업에 파는 세일즈다. 내가 파는 상품(나)의 스펙과 효능도 모르면서 고객(기업)에게 물건을 팔겠다는 건 오만이다.



지금 자소서를 쓰다 막혀서 백스페이스를 누르고 있다면 잠시 채용 공고 창을 닫아라.

그리고 빈 종이를 꺼내 적어보자.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팔리는 나의 근거를 말이다.

그 답을 찾았을 때 비로소 당신의 커리어는 진짜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내 사소한 과거 경험을 도대체 어떻게 합격하는 역량으로 바꿀 수 있을까? 막막해할 당신을 위해, 다음 글에서는 그 구체적인 번역 기술을 공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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