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꿈은 크지만, 우리 선택지는 왜 이렇게 좁아졌을까?!

by 정철상

대한민국은 어떻게 치킨공화국이 되었는가?

이미지는 이번 주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면서 한 장의 슬라이드입니다. 제목은 다소 자극적이지만, 그 안에는 씁쓸한 현실이 담겨 있었습니다. 학생들의 졸업후 ‘진로지도’였지만 말하자면, ‘대한민국이 어떻게 치킨공화국이 되었는가’를 한눈에 보여주는 지도입니다.

사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런 농담을 해왔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치킨집이 너무 많아서 전 세계 맥도날드보다 많다”는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이 완전히 허풍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웃다가도 마음이 서늘해집니다. 최근 기업 자료를 보면 맥도날드의 전 세계 매장 수는 4만여 개 안팎으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 치킨점 수 역시 한때 4만 개를 훌쩍 넘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이 나라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끝자락으로 몰려가고 있느냐는 사실입니다.

물론 치킨집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사실 치킨은 아무런 죄가 없습니다. 오히려 야식의 민주주의를 지탱해온 위대한 존재이기도 하지요. 문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진로가 결국 비슷비슷한 몇 개의 좁은 선택지로 수렴되고 있다는 현실입니다. 청춘의 시작은 그렇게 다채로웠는데, 왜 인생의 중간쯤에서 우리는 모두 비슷한 간판 아래 서게 되는 것일까요.

학교를 나와도, 갈 곳은 왜 이렇게 비슷할까

대한민국의 많은 청년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처음으로 아주 현실적인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이제 뭘 하지?” 누군가는 대학으로 갑니다. 누군가는 바로 취업전선으로 나갑니다. 누군가는 잠시 쉬고 싶어 합니다. 누군가는 이미 지쳐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회로 나와 보면 생각보다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사실을 곧 깨닫게 됩니다. 대학을 가지 않은 친구들은 일찍부터 일터로 나가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취업을 해도 일은 고되고, 대우는 박하고, 미래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게 몇 번 버텨보다가 결국 다시 묻게 됩니다. “이제 나는 뭘 해야 하지?” 그리고 그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처럼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자영업, 치킨집입니다.


이 흐름은 비단 특정 학력이나 특정 계층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상계열로 진학한 친구들 중에는 “언젠가 CEO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창업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이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보니, 자본과 구조와 운과 타이밍이라는 복잡한 변수들 앞에서 성공한 사람들조차 무너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면, ‘창업’이라는 거대한 단어가 결국 ‘치킨집’ 혹은 유사한 생활형 자영업의 형태로 축소되어 있기도 한 자신을 마주칩니다.


인문계열은 더 자주 오해받습니다. “인구론(인문계 90%는 논다)”는 식의 자조 섞인 농담이 너무 쉽게 떠돌아다니지요. 그래서 더 일찍부터 생존형 진로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먹고 살아야지”라는 절박함 앞에서, 거대한 꿈보다 당장의 현실이 먼저가 됩니다. 그렇게 누군가는 카페를 열고, 누군가는 프랜차이즈를 알아보고, 누군가는 무인점포를 고민합니다. 그렇지만 대개 치킨집을 열게 됩니다.


이공계열은 또 다를까요. 겉으로 보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입니다. 취업률이 높고, 기술이 있고, 전문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실제 현장에 들어가 보면 또 다른 피로가 있습니다. 강도 높은 업무, 긴 노동시간, 과로, 번아웃, 소진. “이렇게는 못 살겠다”는 마음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내 가게 하나쯤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또다시 현실적으로 가능한 업종들을 검색하다 치킨집을 열게 됩니다.


예체능은 더 서글픈 면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대학교 초반까지만 해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직업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배우, 가수, 디자이너, 작가, 아티스트, 창작자, 퍼포머. 얼마나 멋진 이름들입니까. 그런데 대학 고학년쯤 되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세상은 생각보다 냉정하고, 재능만으로 되는 일은 드물며, 빛나는 무대 뒤에는 수없이 많은 무명과 좌절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렇게 꿈이 현실과 부딪힐 때, 다시 묻게 됩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무엇으로 먹고살지?” 그리고 그 끝에서 또 생활형 자영업 그것도 치킨집 문 앞에 서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학과가 다르고, 성향이 다르고, 출발점이 달라도 결국 비슷한 구조인 치킨집 안으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듭니다. 마치 사회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너희의 꿈은 각자 달라도, 현실의 출구는 비슷하다”고.


치킨집만의 문제가 아니다

좁아진 진로 상상력의 문제다

사실 ‘치킨집’은 상징입니다. 말 그대로 치킨만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떠올리는 좁은 진로의 끝,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일 뿐입니다.

조금만 넓게 보면 비슷한 범주의 자영업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카페, 커피숍, 편의점, PC방, 게임방, 무인 판매점, 요식업, 배달업, 소규모 유통업, 부동산 중개업, 프랜차이즈 매장, 각종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등. 이름은 다양하지만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고, 누군가의 퇴직금이나 대출과 가족의 희생으로 시작되며, 성공 사례는 화려하게 보도되지만 실패 사례는 조용히 사라집니다.


실제로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기업 생존율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최근 발표 기준으로 5년 생존율은 약 36.4% 수준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작은 많지만 오래 버티는 경우는 그만큼 어렵다는 뜻입니다. 창업은 분명 도전이고 가능성이지만, 동시에 구조적 위험 위에 놓여 있는 선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마음 아픈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이 위험을 몰라서가 아니라 알면서도 다른 길이 잘 보이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한다는 점입니다.


직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직장을 가고 싶냐”고 물어보면 대체로 비슷한 답이 나옵니다. 대기업, 외국계 기업, 공무원, 공기업.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성공’이라고 승인해주는 몇 개의 대표 기업이나 직군입니다. 그런데 현실의 노동시장은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자리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있고, 그것마저 쉽지 않은 경우에는 아르바이트, 파견직,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프리랜서, 생산직, 판매직, 영업직, 배달직 등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청년들은 종종 두 번 상처받습니다. 첫 번째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상처받고, 두 번째는 그 현실을 자신의 부족함으로 오해하면서 또 상처받습니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청년들이 유독 나약해서가 아닙니다. 구조가 좁아졌고, 상상력이 빈곤해졌고, 사회가 성공의 모델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능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길이 너무 적다는 데 있습니다.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길을 좁게 배우고 있을 뿐이다

저는 진로 강의를 하면서 늘 비슷한 장면을 자주 봅니다. 학생들은 생각보다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개 되지 않습니다. 직업을 떠올려보라고 하면 늘 비슷한 직업군만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실제로 세상에 직업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세상을 보는 프레임이 너무 좁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진로를 “좋은 대학 가기 → 좋은 직장 가기 → 안정적으로 살기”라는 단선적 공식으로 배워왔습니다. 그 틀 안에 들어가지 않는 수많은 길들은 아예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어떤 길은 존재하는지도 모른 채 지나갑니다.


하지만 현실은 훨씬 더 넓습니다. 어떤 사람은 기술 하나를 깊게 파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만들고, 어떤 사람은 여러 경험을 연결해 새로운 일을 만들어냅니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정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이 일 저 일 부딪히며 자기만의 길을 만듭니다. 진로는 원래 그렇게 조금 어수선하고, 조금 돌아가고, 조금 엉뚱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직업적 갈등을 겪었습니다. 한 길로 곧게만 걸어온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수없이 흔들리고, 방황하고, 부딪히고, 돌아가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주 불안했고, 때로는 남들보다 늦는 것 같아 초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생각보다 직선이 아니며, 진로는 시험 정답처럼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학생들에게 너무 빨리 답을 찾으라고 재촉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신 더 넓게 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더 다양한 일을 탐색해 보고, 조금만 더 다양한 삶의 형태를 관찰해 보고, 조금만 더 스스로를 깊이 이해해 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길이 없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은 길이 없는 것이 아니라, 길을 좁게 배우고 좁게 상상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한민국이 치킨공화국이 된 이유는 어쩌면 치킨을 너무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마지막에 상상할 수 있는 출구가 그만큼 좁아졌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할 것은 메뉴판이 아니라, 진로를 바라보는 시야일지도 모릅니다.


아~, 슬퍼라!

그래도 아직 늦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현실은 슬픕니다.

꿈은 거창하게 꾸라고 말해놓고, 정작 사회는 비슷비슷한 출구 몇 개만 내어주는 듯한 구조 앞에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그럼에도 저는 여전히 믿습니다.

조금만 더 깨어 있으면, 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조금만 더 넓게 보면, 진로의 폭은 훨씬 넓어집니다.

조금만 더 자신을 깊이 이해하면, 남들이 가는 길 말고도 내가 갈 수 있는 길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진로는 단지 진학이나 취업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방향을 찾는 일입니다.

그러니 치킨집을 하느냐, 공기업을 가느냐, 대기업을 가느냐만이 본질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되었는지, 어떻게 삶을 살아갈 것인지’입니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으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찔리셨다면, 어쩌면 그건 좋은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아직 내 안에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보고 싶은 마음이 살아 있다는 뜻이니까요.


조금 더 각성하고 싶으신 분들,

조금 더 넓은 진로의 지도를 보고 싶으신 분들,

조금 더 자신다운 길을 찾고 싶으신 분들은

누구보다 많은 직업적 갈등과 시행착오를 통과하며 겨우 자기 일을 찾아온 저를 불러주셔도 좋겠습니다.


전국 팔방 어디든,

누군가의 진로성숙도를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면

기꺼이 달려가겠습니다다다다!!!


고민상담은 하단의 이메일로 언제든 무료상담 가능하오니 문의해주시길 바랍니다.

밤늦은 시각까지 문득 ‘치킨공화국의 탄생’을 떠올라 무작정 글을 써봅니다.

제 진심이 닿길 바라며,,,

오늘도 불꽃 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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