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연찮게 슈가맨을 보다 가수 양준일 만났다. 나와 같은 세대였지만 당시에는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한참 군대생활을 할 때였는데 반짝하고 사라지는 스타 같았다. 곧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핵태풍이 등장했고 상당수의 인기가수들조차 그렇게 사라졌다. 그러나 20여년 만에 다시 돌아온 양준일에게서 그가 다시 떠오를 것임을 직감했다. 매달 월세를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선함을 전혀 잃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단지 영어가사가 많다는 이유로 비난받고, 긴머리에 힙한 스타일로 조롱받고, 한국어 잘 못한다고 비자연장조차 해주지 않는 공무원으로 인해 공연을 앞두고도 한국을 떠나야만 했던 양준일. 그럼에도 그는 시종일관 표정이 밝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 투의 태도.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분명 2020년 최고의 스타로 양준일이 될 것이라고 나는 예견했다. 물론 나 혼자가 아니라 꽤 많은 분들이 그리 예상했으리라 싶기도 하다. 돌이켜보니 한 마디로 ‘부활’ 그 자체다. 그런데 나의 예상을 뒤집고 방송이 아니라 도서 출간으로 이목을 주목시키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허를 찌르는 ‘신의 한수’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것도 그의 도서가 판매되기도 전인 예약주문 첫 날부터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등극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1위에 오른 후 한 번도 자리를 놓치지 않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당연히 나도 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덕분에 내가 주문해 놓은 다른 책들도 양준일씨의 도서를 함께 기다리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토록 환호하는 이유는 뭘까? 그에게 미안하지만 노래 실력만으로 그러하진 않을 것이다. 온라인 탑골공원에서 청소년이 발견했다 하지만 다수의 청소년에게 큰 관심사가 되고 있지 못하는 이유도 그렇지 않을까. 청소년 보다는 40대 중년 정도의 팬층이 더 깊이 열광하고 있지 않나 싶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그의 밝음에서 오는 깊은 감동과 더불어 어딘가 모르게 닮은 꼴 역경을 걸어가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실의 쓴맛단맛을 다 본 중장년 정도 되어야 그의 삶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아티스트 양준일은 어떻게 무너지지 않고 한국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을까?
상식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다. 모든 사람은 자극에 반응을 한다. 인간은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 보이는 것들도 익숙해지면 그렇게 대단하게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다. 사실 강렬한 자극을 받으면 극도의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격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의 행복감이 피어오를 수 있다. 그런 강렬한 자극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직업 중에 하나가 연예인일 것이다.
작가나 강사나 기업가나 정치인이나 종교인들도 있겠지만 이제 대중으로부터의 인기는 거의 연예인의 몫으로 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연예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자극을 많이 받는 대상이 나는 가수라는 생각이 든다. 배우는 대개 촬영이라는 과정을 거치고, 편집과정을 거치고, 방송이나 영화나 인터넷 등의 매체 등을 통해서 관객들을 간접적으로 만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대중의 반응을 느끼는 순간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수는 다르다. 방송에서도 그렇지만 특히 공연무대에 오를 때는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희열감을 느낄 수 있다. 콘서트 장에 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쾌감을 한 번씩 느껴보았으리라. 절로 일어서게 만드는 흥이 있다. 관객이 그러니 무대에 선 가수야 오죽하겠는가. 강렬한 자극에 쾌감수치가 극도로 올라갈 수 있지만 아무리 오래 시간을 끈다 해도 하루 종일 공연 할 수는 없으니 그런 쾌감도 2~3시간이면 끝난다. 뒤풀이를 하고 무엇을 해도 곧 혼자가 되는 시간이 오기 마련이다.
환호 뒤에 찾아오는 혼자라는 공허함은 과히 견디기 쉽지 않으리라. 이렇게 반복적으로 형성된 자극은 더 큰 자극을 찾기 마련이다. 사람의 DNA구조가 그렇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늘 자극에 적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큰 공연을 기획하고, 더 큰 행사를 마련하지만 더 강렬한 자극을 계속 받으며 쾌감을 얻으려 하지만 그 모두를 지속해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나마 팬이나 대중이 적극적으로 호응해주고 반응해주면 좋은데 영원한 것은 없다. 어느 순간 인기도 식고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악플에라도 시달리게 되면 극도의 고립감과 공포심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기절정에 있는 사람들조차 광적인 자극을 찾아 헤매는 경우가 많다. 그들만의 카르텔을 만들고 그들만이 즐기는 리그가 펼쳐진다. 술, 마약, 섹스, 도박 등의 행위는 물론이고 말로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뒤틀린 욕구에 매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제는 그런 뉴스를 하도 많이 접촉해서 일반 대중들도 그렇게 대단하게 느끼지 않을 정도다.
그러면 모든 연예인이나 주목을 받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다 그렇단 말인가. 물론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정상적으로 잘 살아가는 사람들은 왜 그럴 수 있을까? 그들은 기본적으로 자신과의 관계가 좋다. 자신의 외적조건이나 성공이나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 존재 그 자체를 이해하고 존중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가 좋다. 특히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과의 사이가 좋다. 굳이 광적일 정도의 자극에 매달릴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이 광적인 대중처럼 그들을 환호하지 않아도 된다는 평범한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티스트 양준일 역시 자신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이었지 않았을까 싶다. 성공했다가 몰락해서 다시 일어나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우리는 그의 성공을 부러워하지만 그의 삶을 따라하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알리라. 평범한 사람의 단조로운 삶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 중에서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뉴스도 심심찮게 계속 흘러나온다.
아직까지 그의 에세이를 읽어보질 못했고, 그의 삶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지만 분명 그는 가족들과의 관계도 좋을 것이다. 아내와 아이 뿐만 아니라 친구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으리라. 게다가 직업조차도 그리 대단치 않게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이 있었던 것이다. 청소와 홀서빙을 하는 허드렛일조차 마다하지 않고 성실히 임하는 태도가 있었기에 그에 대해 대중들이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보다 더 나은 일을 하면서도 양준일 만큼 감사하게 자신의 일에 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해본다.
앞으로 오랫동안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중년의 나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양준일이라는 별 하나가.
오늘도 불꽃 퐈이야~~~^^
*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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