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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철상 Oct 01. 2020

가장 최근에 본 부모님의 맨발은 언제인가요?!

어제 아버지와 목욕탕에 갔다. 충격을 받았다. 온 몸에 뒤덮인 검버섯이야 이전부터 봐왔기에 그리 놀라움이 아니었다. 뼈 밖에 보이지 않는 앙상한 몸도 늘 봐왔기에 그렇게 놀랍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 맨발을 보고 깜짝 놀랐다. 무좀으로 뒤덮인 발톱이 언제 깎았는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자라 있었기 때문이었다.      


2시간가량 목욕하고 이발도 하고 나서 발톱을 깎고 다듬었다. 허리가 아플 정도로 구부려 깎고 다듬어 드리는데도 다 손보질 못하고 마무리했다. 늘 용돈이나 식사나 병원은 챙겨드려도 정작 맨발 하나 제대로 들여다볼 틈이 없었던 것이다.     


속상했다. 사실 최근에 아버지에게 짜증을 많이 내었던 탓이다. 갑자기 수시로 전화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고 하니 수발을 다 들어드릴 수 없었음이었다. 게다가 어린시절부터 엄하신 아버지에게 혼나기만 하고, 가족들에게 늘 화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모든 재산을 다 날려버리고 평생을 가난하게 살면서, 무능하게 살아가는 모습만 봐왔던 아들로서의 속상함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아버지가 제게 해준 게 뭐가 있습니까’라는 생각까지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나도 모르게 여전히 ‘상처받은 내면아이’의 불만이 쌓여 있었던 것이었을까. ‘내면아이’에게라도 편지를 쓰고, 어린시절 아버지에게 속상했다고 하소연이라도 하면 나아질까?!     

(아버지가 이 정도 모습만 되어도 고맙겠다.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증명사진 하나를 보관해 두었다.)


이미 그럴 나이도 지났다. 사실 그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부모님을 그렇게 작은 것 하나둘 챙겨드린 해가 한두 해가 아니라 10여년이 넘어갔다는 거다. 나도 모르게 지쳐서 나를 소홀히 해왔던 부분이 더 크리라 싶다. 사회 일을 하면서도 아이들도 챙겨야 하고, 집안일도 챙겨야하고, 강아지도 챙겨야 하고, 세상 사람들도 챙겨야 하고, 세상의 속도에 맞춰 빠르게 변화해 나가야 하는데 아이처럼 아무 것도 못하게 되어버린 부모님까지 수시로 챙겨드려야 하니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지쳐버린 탓이다. ‘번아웃증후군’이 딱 들어맞는 용어이리라. 애써 무시해왔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용타 싶을 정도로 잘 살아왔다. 내가 봐도 기특할 정도다. 그렇지만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어머니에게도 가끔은 속상하고, 제대로 혼자 서 잘 걷지도 못하는 아버지 역시 속상하기도 하고, 자기 몫을 다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도 가끔은 속상하고, 무엇보다도 그 모두를 다 끌어안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속상했던 것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절로 실감난다. 어머니는 겉으로는 여전히 한 미모하며 멀쩡해 보이시지만 치매로 스스로 음식조차 못해 먹을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지난해 치매 판정을 받았다. 스스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되어 올해 초부터 주간돌봄센터에 다니도록 해드렸다. 아버지는 몇 해 전 허리디스크로 여기저기 병원을 다니고 당시에 한동안 목욕도 해드렸다. ‘평생 이렇게 가겠구나’ 싶어 염려스러웠지만 그나마 디스크수술로 몇 년 동안은 건강하게 혼자 다닐 정도가 되어 한 숨 돌렸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눈이 안 좋아져 한동안 부지런히 안과를 함께 다녔으나 황반변성으로 결국 한 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다. 네댓 군데 병원을 다녀도 모두 어쩔 수 없음을 판정 받았으나 아버지는 미련이 남았는지 아직도 계속 안과를 찾는다.     


올해 나이 여든다섯이니 어찌 보면 모두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서서히 온 몸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연의 순리임에도 본인도 아버지를 바라보는 내 마음도 참 안 좋다.


어디에 하소연 할 때도 없어 며칠 전 아내에게 누구는 우리 세대가 축복이라고 하지만 참 힘들다 하소연했다. 아이들은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돌봐줘야 하고, 부모도 30여년 돌봐줘야 하니 우리야말로 꽉 낀 세대가 아닐까 토로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최근에 내 에너지를 여기저기 많이 썼더니 괜스레 하소연거리가 쏟아진다. 누구에게도 불평불만을 쏟아내지 못하는 착한아이 콤플렉스도 남아 있었으리라. 그래도 오늘이 추석명절이라 부모님 모시고 가족 모두가 모여 식사 한 끼를 하는데도 마음이 금방 흐뭇해진다. 세상살이 해나가느라 각자 힘들고 어려움이 많지만 그것으로부터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것이 명절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나는 직업관계상 주로 2030세대를 위한 위로를 던져왔지만 오늘만큼은 꽉 낀 세대라고도 볼 수 있는 4050세대에게 위로와 위안을 보내고 싶다.     


지금까지 잘 살아왔고,

지금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해나갈 것이다.     


그대 부디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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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교육&상담 문의 

취업진로지도전문가 과정 https://careernote.co.kr/notice/1611

이메일 career@career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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