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부모와 일과 삶에 지친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손꼽고 싶은데요. 영화가 너무 좋아 영화추천 차원에서 리뷰를 글로 정리해봅니다.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후에 재개봉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올)》를 영화관에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시작초반부터 이 영화를 만든 감독 두 사람(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이 나와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10분후에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조용한 정적이 흐르자 ‘이게 뭐지’하는 생각이 든 관객들도 많았으리라 싶습니다. 그리고는 10여초 만에 돌아와 사람들은 조그만 순간도 가만히 있질 못한다며 곧 영화를 보게 될 거라고 말하며 영화는 시작됩니다.
B급 영화다운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리고는 정말 시작부터 끝까지 단 한 순간도 놓칠 수 없는 완벽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키게 만듭니다.
영화초반에 주인공 에블린(양자경)의 차가운 현실이 조명됩니다. 미국에 이민 와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에블린의 모습입니다. 세무조사를 받느라 수많은 영수증을 펼쳐놓고 정리하는 것이 첫장면인데요. 그 와중에도 아버지와 가족을 위한 음식을 만들고, 손님들을 위한 송년파티를 준비하고, 세탁소 기계를 고치고, 손님들의 불평불만을 해소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현실에 쫓기며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다 큰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가족들 식사자리에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를 데리고 옵니다. 아버지에게 딸이 여자를 사귀고 있다고 차마 말하지 못하고 친한 여자친구라고 벡키를 소개합니다. 그런데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는 잠깐 시간 내줄 수 있느냐며 정신없이 바쁜 에블린에게 말을 건넵니다. 손에 쥔 이혼서류를 건넬까 말까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에블린 인생의 모든 것이 진퇴양난인 엉망인 상황인데요. 국세청 세무조사관은 오늘까지 제대로 서류제출 하라며 마지막 경고장을 날리면서 갈수록 에블린을 더 큰 대혼란으로 더 빠져들게 만듭니다.
초반에는 주인공 에블린이 빨리 초능력을 탑재해 이 모든 문제를 다 해결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요. 물론 그녀는 멀티버스의 전우주적 위기까지 모두 다 해결하지만 마블이나 DC에서 이야기하는 초능력을 발휘하고 어벤져스나 저스티스 리그를 꾸려서 해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대단히 철학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인간적이고 독립적으로 그것도 유머러스하게 문제를 풀어나갑니다. 보는 내도록 그 기발함에 감탄하고, 코믹함에 웃고, 사랑과 좌절에 울면서, 철학적으로도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또 한편으로 놀라운 점은 영화적으로도 화려한 CG나 컴퓨터 그래픽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겁니다. 이런 SF쟝르에서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수준으로 없습니다. 그렇게 아날로그식으로 표현하는데도 무척이나 자연스럽습니다.
연기자들의 연기는 또 어찌나 매끄러운지 어디 구멍하나 찾아내기 어려울 정도로 퍼펙트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아카데미에서 주연배우 양자경이 여우주연상을 거머쥐고, 남편 연기를 한 키 호이 콴이 남우조연상을, 세무조사관 역할을 한 제이미 리 커티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합니다. 사실 다른 배우들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다들 잘 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을 다 잘 구성할 수 있는 거죠. 아무래도 감독의 역할도 컸겠죠. 실제로도 영화 《에에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까지 휩씁니다.
영화를 보는 내도록 ‘어떻게 저렇게 기발하게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내도록 들어서요.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본 영화입니다.
사실 이 영화를 아내랑 불현 듯 보러가자고 이야기했던 것도 어쩌면 아내의 상황이 주인공 에블린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아내가 고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와 말다툼이 있어서요. 며칠째 말도 제대로 나누지 않는 냉전상황이었거든요. 그 며칠 전에는 저랑도 다투긴 했지만 하루 만에 바로 풀었기에 큰 문제는 없었지요. 저랑은 종종 있는 일상입니다. 그런데 딸아이랑은 처음으로 크게 부딪혀 아내도 힘들어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전생의 원수가 자식으로 태어난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다며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부모가 모든 것을 다 해주면서도 이토록 눈치를 보고 하인처럼 살아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할 정도였거든요.
딸아이가 자기 코가 못생긴 것 같다고 코수술을 하고 싶다고 말했는데요. 처음에는 차분하게 이야기 나누다가 결국에는 ‘고등학생이 공부할 생각은 안 하고, 무슨 성형수술할 생각을 하느냐’고 아내가 벌컥 화를 내어서 며칠을 서로 쀼루퉁하게 지내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고 돌아온 아내가 용기내 딸아이에게 잘못했다고 먼저 말을 건네자 딸아이도 미안하다고 눈물을 폭포수처럼 흘리는 겁니다. 아내는 ‘그때 엄마가 네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어줘야 하는데, 엄마가 그럴 정도의 에너지가 없어 더 이야기 듣고 싶지 않으니 그만하라’고 말했다며 진심으로 사과했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이야기 주고받는 걸 보고도 저는 그냥 모른 척하고 세수하고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요. 딸아이가 부르더니 미안하다고 말하며 우는 겁니다. ‘잘하려고 하는데 잘 못해서 미안하다’고 끌어안으며 크게 우는 겁니다. 저도 순간 눈물이 울컥 나더라고요.
등을 토닥거리며 ‘괜찮다, 괜찮다’고 말해줬습니다. 마음이 상하는데 충분히 그럴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해줬습니다. ‘아빠도 마음 컨트롤이 가장 어렵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미 잘 하고 있으니 너무 욕심내지 말고 자기 페이스 유지하고 꾸준히 나아가면 된다’고 말해줬습니다.
엄마하고도 충돌이 있긴 했지만 사실 요즘 공부에 너무 빠져 방학 내도록 공부한다고 친구들조차 잘 만나지도 않고 주말까지 내도록 공부를 했거든요. 그런데 정작 학교 개학해서 학교를 가니 공부하는 분위기가 조성이 안 되어 있어 계속 같이 떠들고 놀며 휩쓸리게 되는데 그런 상황이 싫어 자퇴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무 잘 하려고 욕심내지 말고 중간에 조금 쉬엄쉬엄 쉬어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친구들하고도 놀면서 공부하라고 말해줬습니다. 인생은 길고, 먼 장거리 마라톤인 만큼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려 애쓰다보면 지칠 수 있다고요. 그렇게 우리 가족의 갈등은 일단락 되었답니다.
자녀들과 갈등을 겪고 있는 부모님이라면 꼭 이 영화 《에에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보시길 권합니다. 요즘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통해 다중우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데요. 대부분의 멀티버스 영화는 정말 딴 세상의 이야기라 현실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질감이 많이 들어 끌리질 않더라고요. 좋아했던 닥터 스트레인지가 나왔던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진짜 대실망이었거든요.
그래서 이젠 이런 종류의 할리우드 영화는 식상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는데요. 그렇지만 영화 《에에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멀티버스의 다중우주를 다루고 있지만 그 모든 이야기들이 지금 현재 우리 삶과 그렇게 동떨어져 있지 않은 현실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매순간 선택한 그 모든 선택들이 지금의 우리자신을 만들었다는 건데요. 물론 그 선택이 결국 우리의 미래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만나는 자녀와 가족과 주변사람을 괴물로 만들고 싶지 않은 분들이라면 꼭 보시길 권합니다. 영화 시청후 작은 위로와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지금 나이와 성별과 조건은 서로 다 달라도 같은 시대 같은 순간에 살아가고 있지요. 하지만 각자가 바라고 꿈꾸고 생각하는 것들이 서로 다르기에 모두 다 제각각의 우주에 살아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나 어머니라는 우주, 남편이나 아내라는 우주, 딸이나 아들이라는 우주, 직장상사나 동료나 후배직원이라는 우주, 친구나 연인이나 고객이나, 그 누구든 우리가 만나는 모든 개별적인 존재는 각자의 우주에서 살아가니 이 현실이야말로 바로 멀티버스의 우주가 되는 거죠.
그 속에서 우리가 잊지 않아야 할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참 진솔되게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2》처럼 ‘우리는 가족이다, 가족을 해하는 사람들은 용서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폐쇄적이고 좁은 철학으로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아바타》1편에 너무 감탄한 나머지 2탄을 크게 기대하고 봤는데요. 오히려 스토리나 세계관이나 더 편협해지고 좁아진 것 같아서 저는 무척 실망스러웠거든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 《에에올》이 10배는 좋습니다.
《에에올》은 가족이 원수가 될 수 있고, 가족이 우주 최고의 빌런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족을 사랑으로 끌어안아야 됨을 강조합니다. 가족뿐만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도 따뜻한 시선과 배려심이 필요함을 유머러스하게 알려줍니다. 그런 면에서 영화 《아바타2》처럼 억지로 주입식으로 밀어넣는 방식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임을 일깨워주기에 명작이지 않나 싶습니다.
《에에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었는데요. 총11개부문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총7개 부분을 수상합니다. 여우주연상을 받은 양자경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아직 여러분의 전성기는 오지 않았으니 결코 포기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또 한편으로 그것은 나이가 어리든 많든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개인적으로는 수상소감이 저에게는 더 크게 다가오기도 하더라고요.
배우 양자경의 제95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소감:
“나와 닮은 모습으로 오늘밤을 지켜보고 있는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 나의 수상은 희망의 빛이자 가능성입니다. 나의 수상은 큰 꿈을 꾸면, 그 꿈은 이뤄진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여성 여러분(And ladies), 그 누구도 여러분의 황금기가 지났다고 말하지 못하게 하세요.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방송이나 학교, 기업, 기관들이 많이 찾았는데요. 갈수록 강의횟수도 줄어들고, 도서집필 역량도 떨어지고, 유튜브 구독자나 조회수는 별로 늘지도 않고, 친구들이나 주변 사람들 만나는 것도 줄어들고, 아내한테도 딱히 잘 하지 못하는 것 같고, 아이들한테도 좋은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는 것 같고, 예전처럼 날카로운 예기나 총기나 영감이나 열정도 사라진 것 같고, 몸 여기저기에 불편한 신호들이 와서 건강도 안 좋은 것 같고, 이제 내 전성기도 다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차마 누구에게도 말을 꺼내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환갑의 나이를 넘어서도 꾸준하게 활동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그녀에게 깊은 존경심과 더불어 작은 용기도 생겼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내는 거죠. 그러면 언젠가 전성기가 오겠죠. 설령 전성기가 오지 않더라도 이 복잡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것만이라도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칭찬해주고 싶습니다.
저도 제 자신에게 위로와 칭찬을 건네봅니다.
여러분도 자신을 위로해주세요.
지금까지 잘 해왔고,
지금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거라고요.
마지막으로 영화속 명대사로 영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속 영상이나 이미지로 대체 편집하면 좋은데요.
편집을 생략하려고 편의상 제 육성으로만 담음을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에블린이 포기하려고 할 즈음 다른 우주에서 온 웨이먼드가 말합니다.
“당신은 아무 것도 잘 하지 못하니까 오히려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어요.
당신이 살아오면서 누구보다 더 많은 것들을 다 포기하고
지금의 삶을 선택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세계의 에블린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거에요.“
영화 제목에 멀티버스의 모든 세계관이 다 담겨 있는데요.
영화는 총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Everything, 모든 것을
2부 Everywhere, 모든 장소에서
3부 All at Once, 모두 한 번에
그 의미가 집약된 대사가 빌런 조부 투파키가 남긴 대사입니다.
“어느날 심심해서 어떤 하나의 베이글 위에 모든 걸 올렸지.
내 모든 꿈과 희망, 옛날 성적표, 개의 모든 품종, 인터넷 구애 광고, 참깨, 양귀비 씨, 소금.
그랬더니 알아서 붕괴하더라고. 세상 모든 걸 베이글 위에 올리면 이게 되거든...진.실.
그 진실이 뭐냐하면... 뭐, 전부 다...부질없다는 것이지.“
자본주의가 만연한 시대에 사람을 두고 ‘순진하다, 착하다’고 말하는 것은 욕으로 들리는 시대가 되었는데요. 그렇지만 다른 멀티버스에서 성공한 웨이먼드는 결코 그런 순진함이 어리석은 전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당신은 내가 나약하다 생각하지?
옛날에 우리가 서로 사랑할 때 당신의 아버지는 내가 순진해 빠졌다고 하셨어.
맞아. 그 말씀이 맞았는지도 몰라.
당신이 그랬지. 세상은 잔인하고 우린 쳇바퀴 돌리듯 살 뿐이라고.
나도 알아. 당신만큼 이 세상에 오래 살았으니까.
내가 늘 세상을 밝게만 보는 건 순진해서가 아니야.
전략적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이지.
난 그런 방법으로 살아남았어.“
에블린이 사랑하는 딸에게 간절히 애절하게 호소하는 대사입니다. 사실 젊은 시절의 자신에게 말하는 듯한 이야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뭐? 나머지 문제들은 다 무시할 거야? 넌 뭐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잖아. 왜 그런 곳으로 가지 않는 거야? 엄마 딸의 모습이 아닌 곳...이곳은 그래 봐야...
결국 상식이 통하는 건 한 줌의 시간뿐인 곳이야.
“그럼 넌 소중히 할 거야. 그 한 줌의 시간을”
이렇게 좋은 영화는 꼭 영화관에서 보시길 권합니다.
지금까지 인생영화로 손꼽고 싶을 정도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리뷰였습니다.
영화마니아 커리어코치 정철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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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마니아 정철상은...
중학교 때부터 영화에 푹 빠져들었다. 버려진 버스집에서 살 정도로 가난했던 그에게 있어서 영화는 유일한 현실탈출로였다. 고등학교는 날마다 월담을 할 정도로 영화에 푹빠져 1년에 100여편씩 보며 지금까지 5000여편의 영화를 보아온 순수한 영화 마니아다.
본업으로는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과 집필과 상담을 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에 푹빠져 ‘정교수의 인생수업’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며 있으며, 앞으로 ‘영화가 던지는 인생질문’이라는 주제로 영상과 집필을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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