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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는 것

저마다 다른 외국계 기업의 분위기

by 커리어 아티스트
싱가포르에서 일하는 건 한국이랑 비교했을 때 어때?


싱가포르에서 있는 동안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다. 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렵다. 인턴 시절부터 한국 회사는 다녀본 적이 없었고 시작부터 전부 외국계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국계라고 해서 한꺼번에 딱 떠오르는 특징을 잡기도 애매한 것이 같은 외국계 기업이라고 하더라도 본사 출신 나라별로 특징이 제각각이다.


나는 첫 직장이었던 미국계 비롯해 일본, 호주, 유럽계 회사들을 경험해보았다. 이러다가 온 대륙 회사들을 전부 다 거쳐보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가 속한 업계는, 부서별로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고용과 해고가 매우 유연한, 안정성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이직하는 사람들이 타 업종에 비해 많은 편이다.


요즘에는 많이 달라졌다곤 하지만 기업에 따라서는 웬만하면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진득하게 일하는 사람을 좋게 보는 경향이 있다고 들었다. 그런 시선에서 보면 나의 경우엔 충성심은 찾아볼 수 없이 자주 옮겨다닌 편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거의 15년간 4개의 회사를 경험해봤으니, 한 회사당 평균적으로 3-4년 정도 일을 한 셈이다.


이런 나를 보며 지인들은 이직의 달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사실 이직을 시도하는 과정 내내 남들에게는 차마 내색은 하지 못한 채, 준비하면서 피가 마르는 듯한 마음고생을 겪었었다. 나의 의지대로 옮긴 것이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옮겨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예를 들어 회사생활에 만족스럽게 다니고 있는데 회사가 전략상 아시아 비즈니스를 다운사이징을 하는 바람에 이직을 알아본 적도 있었고 헤드헌터의 스카우트 제의가 와서 면접을 본 적도 있었다.


특히 혼자서 이직을 알아봤을 때의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다. 면접을 4개월간에 거쳐서 12번 정도 본 후에 합격소식을 듣기도 했고, 6개월 간 수많은 면접을 보다가 최종에서 탈락한 적도 있었다. 덕분에 이력서 검토를 꼼꼼히 할 수 있었던 기회였고 많은 시니어 포지션의 사람들과 면접 연습을 한 셈이니 당시에는 마음을 졸이며 힘들게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많이 배운 시간들이었다.


각 국가별로 내가 겪어본 외국계 특징을 나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이렇다.


- 미국계 : 철저한 성과위주이기에 실적이 좋으면 그에 맞는 보상도 확실히 하는 편이지만, 실적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않으면 해고도 빈번하다. 그리고 미팅 때 조용히 있으면 본인의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기에 항상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한다.


- 일본계 : 고용안정성은 타 외국계에 비해 나은 편이나 수직적인 조직체계가 답답할 수 있다, 미팅 시간에는 미국계에 비해 거의 질문이 없고 조용한 편이다. 매니지먼트가 거의 일본인이라 일본어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 호주계 : 성과도 중요하게 여기지만 다른 부서들과의 관계나 팀워크와 같은 밸류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 유럽계 : 미국계랑 비슷하게 실적의 중요도도 보지만 다소 보수적인 편이며, 전반적으로 워크 라이프 밸런스를 중요하게 여긴다.


지금까지 여러 외국계를 거치면서 배운 것은 어느 외국계를 가더라도 업무 관련 스킬 셋을 업그레이드 하든, 업계 사람들을 만나 영감을 받는 등, 항상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고 끊임없이 본인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너무나 빠르게 업계 트렌드가 바뀌는지라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매일 아침 신문과 팟캐스트를 들으며 업계 동향을 듣는 한편, 업무 관련 세미나가 있으면 꼭 참석하려고 하는 편이다.


굳이 지금 당장 이직하지 않더라도, 이력서는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업데이트를 해서 내가 하고 있는 성과를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은 것 같다. 현재 나의 위치가 마켓에서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는지 status check를 하는 것은 스킬 셋에서 부족한 부분이 어떤 건지, 앞으로 더 개발해야 하는 나의 강점은 무엇인지 알아보는데 도움이 된다.


앞으로 얼마나 오래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국적 기업에서 일해보는 건,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일한다는 건, 커리어를 길게 봤을 때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인 거 같다. 특히 싱가포르는 아시아 각국 (특히 중국과 인도)에서 똑똑한 인재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 항상 안테나를 세우고 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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