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워킹맘 그리고 경력단절맘을 위한 커리어 이벤트에 참여했었다. 사실은 나의 면접 메이크업 재능기부를 하기 위해 참여했던 이벤트였는데 그곳에 가서 느낀 점이 많았다.
거의 200명에 달하는 참여자 중에 대부분은 다시 복직하고자 하는 싱가포리언 그리고 외국인 경력단절 엄마들 그리고 소수의 워킹맘들이 참여했다. 나는 싱가포르에 그렇게 많은 엄마들이 일자리를 찾고 있는지 처음 알았다. 유명 글로벌 대기업들도 많이 참여해서 다시 사회로 복귀하려는 엄마들을 위해 복직하기 전에 해야 할 이력서 컨설팅, 모의면접 컨설팅, 이미지 컨설팅, 면접 메이크업,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는 섹션 등으로 체계적으로 꾸며졌다. 거의 MBA 커리어 세미나에 버금가는 알찬 세션이었다.
여러 대기업들에서 HR 담당자들이 나와서 경력단절 여성 채용에 대한 인사이트를 셰어링 하는 패널 토론이 있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출산 후에 한 5년간 쉬었던 career gap이 있던 엄마 지원자와의 면접 경험에 대한 것이었다. 인사담당자가 그 공백시간에 대해 묻자 엄마 지원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고했다.
죄송하지만 중간에 잠시 쉬었어요
I'm sorry I had a career break
하지만 그때인사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건 전혀 Sorry 라고 할만한, 사과할만한 것이 아니라고,
엄마로서 육아에 전념하는 기간 동안에 당신은 한 인간을 키우는 너무나 훌륭하고 고귀한 일을 했던 시간이었으니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얼마든지 엄마의 경험으로써 그동안 배웠던 스킬 셋으로 예를 들면 time management skill처럼, 장점으로 추가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니 절대 셀프디스는 하지 말라는 조언을 했다. 나 역시 복귀하기 전에 느꼈던 감정들이 떠오르며 공감되었다. 사실 지금도 느끼지만 전업맘이 워킹맘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회사에 오면 커피라도 한잔할 여유가 있지만 집에서 아이랑 하루 종일 있다 보면 혼자만의 여유 따윈 사치로 여겨질 만큼 바쁘기 때문이다.
메이크업 후, 링크드인 프로필 찍는 과정에서도 출산 후 살이 쪄서 자꾸 움츠러드는 엄마를 향해 (이 부분은 나 역시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겪고 난 후였기에 정말 공감되었다)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라고, 자기 자신을 당당하고 소중하게 여기라고 했다. 어색한 웃음을 띠며 오랜만에 이력서 사진을 찍는다는 엄마들을 향해
우리 모두 겪어보았잖아요, 여러분은 본인 모습 그대로 아름다워요
We all gone through that, you are beautiful just the way you are
이라고 얘기하던 사진작가. 그녀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독일 출신의 작가였다.
나는 경력단절의 문제가 한국에서 특히 많이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이나 싱가포르나 경력단절 맘들이 갖는 고민은 모두 비슷하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we got your back이라는 테마로 엄마들의 사회복귀를 응원하고 든든한 지원을 하고자 하는 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 엄마가 되고 나서 커리어를 바라보는 온도에 다소 변화가 생겼다. 싱가포르에 온 이유는 직장을 이곳으로 잡게 되서였기에 커리어는 내가 이곳에 있는 존재의 이유이기도 했다. 예전에는 커리어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엄마가 되고 난 이후엔 모든 우선순위가 변했다. 아이의 양육, 유아교육, 다국어 교육문제로 관심사가 변해갔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엄마로서 커리어를 대하는 스스로의 자세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어떨 때는 절실하다가도 어떨 때는 그냥 내려놓고 싶은 냉정과 열정사이를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엄마들의 마음도 공감되었기에.
엄마가 된 이후의 우선순위가 어떻든지 간에 잃지 말아야 하는건 바로 자존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해도 본인이 그동안 해온 커리어 (엄마로서의 커리어 포함)에 대해 자랑스러워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자존감을 갖추는 것이 다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 같다.
나와 함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모든 엄마들의 성공적인 사회복귀를, 그리고 행복한 육아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