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쫓기 위한 나의 출근 베프 커피 한잔을 책상 위에 놓아두고 컴퓨터를 킨 다음, 레고 블록처럼 촘촘하게 쌓인 오늘의 일정을 죽 훑어본다. 30분 단위의 미팅들도 쏟아지는 요즘엔 시간을 관리하고 있다기보다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일들을 쳐내느라 떠밀려 가는 듯한 느낌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조각배에서 물을 퍼내는 듯한 느낌. 대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는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 앉아서 짬짬이 글을 쓰거나, 책상 위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30분, 아니 단 10분이라도 여유가 나면 메모하듯 글을 한 문단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라도 쓰지 않으면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저도 N 잡러를 하고 싶은데 회사 일 때문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주변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나는데 정말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회사일이 바쁠수록 다른 무엇인가를 할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부캐나 N잡러 가 유행이지만 제일 중요한 건 원래하고 있는 본업이다. 부캐도 본캐가 존재해야지만 가능한 것이다. 원래 하고 있는 일을 단단하고 튼튼하게 잘 해내지 못한다면, 나머지 일들도 흐지부지 제대로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가끔은 부캐에 시간을 조금 더 쓰고 싶을 때가 있지만 시간은 24시간으로 한정되어있고 나라는 사람은 복제인간이 아니니까, 두 개 전부 다 해낸다기보다는 이 둘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나의 경우에는 평일 업무시간에는 오로지 회사일에 집중하지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일이 너무 많아서 집중해야 할 수밖에 없지만, 새벽 1시간 그리고 틈새시간을 활용한다. 대신 주말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채우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주말에 아이들과의 시간이 중요하기에 역시 새벽시간을 활용하는 편이다. 주말에는 아이들이 늦게까지 자도 되니까 2시간, 운이 좋으면 3시간 정도 호흡을 길게 나만의 Me time을 갖는다. 꼭 미라클 모닝 자체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그 시간이 아니면 내 시간을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새벽 이른 시간에도 콘퍼런스 콜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여전히 새벽에 갖는 미타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회사일 이외에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면, 그것을 얼마나 하고 싶은지 그 간절함의 차이에 따라서 시간을 내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두 번째는 부캐에서의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 성과를 내는 속도를 느리게, 여유 있게 생각하면 된다. 부캐에서도 어떤 목표를 달성하고 싶지만, 마음처럼 빠르게 되지 않아서 조급해지게 되기 쉽다. 혹은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면서도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과연 이걸 하는 게 맞나,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하는 건데 이렇게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 생각이 들기 쉽다. 사실 나도 이런 느낌을 수시로 받는다. 회사일 하나만으로도 정신이 없는데, 그 와중에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것이 미련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특히 마음처럼 성과가 나지 않을 때마다 더더욱. 에잇 다 때려치울까,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라는 생각이 불쑥 들기도 한다. 그런데 곰곰이 따져보면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힘드니까 속도가 나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미루지 않고, 느리지만 한 걸음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원 하나의 명함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바쁘다. 본업에 집중해서 확실하게 성과를 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이미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솔직히 본업을 뛰어나게 잘한다면 다른 것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만약 두 번째 명함이나 부캐를 갖고 싶다면, 본업을 충실하게 한 다음 그 이외의 시간, 그리고 천천히 나만의 리듬으로 에너지 균형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새벽에 글을 쓰는 중이다. 비록 당장 이것으로 인해서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지라도,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하루하루 해낸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물론 이러다가 언제 또 권태기처럼 무기력해지거나 지쳐서 중간에 쉬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러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또 하면 되는것이다. 꾸준하게 나아가고 있다는 것에서 이미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싶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부지런하게 꽉 찬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