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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하는 마음

첫 출근의 기억

by 커리어 아티스트

"새로운 곳으로의 출발을 축하하고 응원해"


첫 출근을 기억하던 지인의 연락에 엄청 감동받았던 하루였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가운데, 누군가의 라이프 이벤트를 기억하고 연락을 하는 것 자체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고맙다는 단어만으로는 충분히 담을 수 없는 그런 찐한 감동이 느껴졌다. 나도 나중에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이전 회사의 페어웰 파티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몇 주간의 휴식도 없이 바로 새로운 곳에서 시작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새로운 업계로의 첫 출근 날, 이직이 처음이 아님에도 이번엔 느낌이 많이 다르다. 경력직이라기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20대의 신입사원이 된 듯 정말 리셋된 느낌이다. 10년 넘게 일하던 업종이 아니라 아예 다른 세계로의 진입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마음의 준비를 하느라 나름 혼자서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려고 했으나 역시 실전으로 부딪히는 건 또 다른 차원인 것 같다. 그냥 지식으로만 아는 것과 현업에서 일하면서 비즈니스에 직접 적용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기 때문이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팀을 나눠서 재택 해야 하는 상황이라 첫날은 재택으로, 그리고 다음날 사무실에 오는 식으로 진행이 되었다. 이제까지 프로이직러의 경험상 보통 첫날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하면서 IT팀에서 회사 컴퓨터와 폰을 셋업 해서 주는데 이곳에서는 설치 프로그램들을 내가 직접 알아서 설치하고 해결해야 했다. 알아서 스스로를 챙겨야 하는 주도적인 환경이 이제까지와 달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반나절 동안 다운로드할 프로그램들이랑 씨름하다가 오후가 돼서는 회의에 초대되었다.


신입이 아닌 경력직 이직의 경우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치를 보태는 것을 기대감이 섞인 시선을 받게 된다. 그래서인지 이제까지 이직을 하고 나자마자 기존 지식을 근거로 짧은 시간 내에 성과로서 증명해 내는데 신경을 썼었다. 그런데 이 분야는 그동안 해본 적이 없어서 용어들도 모두 새롭고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다. 첫날이다 보니 회의시간에도 조용히 듣고만 있어야 했는데, 덩달아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려운 것 같아서 걱정이 되면서도 동시에 흥미진진한 내용에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흘러간 하루를 보내고 퇴근 시간이 되니 머리 한쪽이 지끈거리면서 편두통이 점점 다가온다. 잔뜩 긴장을 하거나 어딘가에 신경을 많이 쓰면 어김없이 저질체력으로 인해 두통으로 몸이 반응을 한다. 겨우 첫날인데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고, 천천히 적응하는데 시간을 보내도 된다고 하는 친구의 말에 용기를 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 이직을 했었을 때 첫 100일 동안의 시간을 충분히 적응하는데 보내라는 트레이닝을 해준 회사가 생각났다. 겨우 하루 보내고 나서 조급해지는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처음부터 전부 이해할 수는 없으니까,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나만의 속도과 페이스를 유지해야겠다. 좌충우돌 부딪히고 깨지는 날도 있겠지만 그렇게 일단 하면서 천천히 성장하면 된다. 나를 응원해준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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