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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의 코로나 일상

꿈을 찾아 삶의 터전을 바꾼 사람들

by 커리어 아티스트

우리 부서에서 나와 함께 일하는 라비는 인도 사람이었다.


평소에도 업무지식도 많고 매우 온화한 성격으로 팀원들을 잘 도와주는데 결국 슈퍼바이저로 승진했다. 매일 늦게까지 남아서 자기 일 외에도 다른 사람들 일까지 떠맡아서 도와주는 그를 보며 우리 모두는 그의 승진은 모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내가 담당하는 업무가 바뀌면서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사람도 역시 라비였다. 라비는 원래 인도에서 스위스계 투자은행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싱가포르로 이주한 지 1년도 채 안됐다.


점심을 같이 먹다가 문득 내가 라비에게 물었다.


"지금 포지션은 인도에서 있던 직급보다 낮은 데다가 그때 다니던 회사도 좋은 곳인데, 왜 옮기기로 한 거야?"


"응. 이제 곧 내 딸이 태어나거든. 그런데 인도는 싱가포르에 비해서 월급이 너무 낮아. 가족을 위해서라도 좀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곳으로 오게 됐어"


라비가 먼저 싱가포르에 정착한 지 5개월 정도 지난 후. 부인과 딸아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던 날, 라비의 얼굴은 정말 너무너무 행복에 겨운 표정이었다. 드디어 가족이랑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면서...

그러고 보면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세계 공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비처럼 싱가포르에서 좀 더 나은 기회를 찾아서 중국, 인도에서 몰려오는 사람들이 해가 지남에 따라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현재 코로나 상황이 계속 심각해지고 있는 싱가포르는 대부분의 확진자가 외노자의 기숙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에 비좁은 기숙사의 환경에서는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했다.지난 주에는 하루에 확진자만 900명을 넘었고 그 뒤로 계속해서 몇 백명의 확진자의 대부분이 외국인 근로자 기숙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중이다. 4월 20일인 오늘은 1426명의 확진자로 일일 확진자수 신기록이 나왔다.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00420500074&wlog_tag3=naver


얼마 전에 현지 언론에서는 기숙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한 인도인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뤘는데 인도에 두고 온 4살 난 아들이 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그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예전 동료였던 라비가 생각났다.


https://www.channelnewsasia.com/news/cnainsider/just-pray-very-soon-i-can-get-well-migrant-workers-from-dorms-12654570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으로부터 인력 수입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건설업종에서는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온 많은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 가끔 차를 타고 가다 보면 그들을 트럭 뒤편에 싣고 가는 모습을 본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일 년 내내 더운 여름인 이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볼 때, 나 역시 외국인 이주 노동자로써 비록 업계나 국적은 다르지만, 고향에 있는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만큼은 공감이 간다. 가끔 해외생활이 지칠 때면 한국에 두고 온 가족이 생각나니까.


옛날 부모님 세대에서 아메리카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간 교포들처럼 이곳에도 싱가포르 드림을 안고 온 많은 이주 노동자들이 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그들이 얼른 코로나를 이겨내고 나중에 가족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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