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해낼 수 있을 거니까

조바심 내지 않기

근데 넌 결국 해낼 수 있을 것 같아,
이제까지 그래온 것처럼

친구와 점심때 만나서 근황이야기를 하던 중 친구가 나에게 말한 문장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최근에 다른 친구로부터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전과는 굉장히 다른 분위기의 회사로 이직을 하고 난 이후, 의욕만큼 성과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아서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업종을 변경하지 않았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을 "도전"이라는 이름 아래 자진해서 겪고 있는 요즘이다. 누군가가 해온 성과들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맨땅에 헤딩하듯 증명해 내고 이루어 내야 하는 것들이 많다. 

돌이켜보면 이제까지 해온 것들 중에도 쉬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올해 결국 해낸 출간이 그랬고, 메이크업 아카데미 수강생 시절도 그랬고, 누군가가 보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의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편안하게 지금까지 해온 루틴대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해본 적 없는 일들을 하면, 그동안 한정된 틀에서 비로소 벗어나서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해내면서 배우는 것들, 그리고 성취감은 정말 다르다. 어려운 일들을 결국 해냈을 때 하나씩 미션 깨기를 해가면서 느껴지는 중독성이 있다. 당장은 초보이고, 어설프지만 시간이 누적되었을 때,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내 모습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2023년, 연말 이맘때면 항상 내년 계획을 위해 기웃기웃 모드가 발동한다. 한동안 번아웃이 왔을 때 그냥 다 내려놓고 지내는 휴식모드였지만, 캐럴송이 들리고 연말무드가 한껏 오르는 요즘, 새로운 한 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어선지 다시 의욕이 슬금슬금 올라오고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도전을 해 볼지, 이번에 새로 장만한 스타벅스 다이어리에 2024 달력을 보면서 하나씩 생각해 본다. 일단 가장 첫 번째는 체력 올리기다. 다이어트는 매년마다 세우는 계획이었으나 이번엔 체중감량 목적이라기보단 체력 증진이 우선이다. 출장이 잦아질 내년엔 무슨 일을 하든 반드시 기초체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렇기에 굳이하지 않아도 되는 식단인증, 운동인증을 해내는 중이다. 

그 다음엔 업무 전문성 키우기. 계속 염두에 두던 자격증도 내년엔 다시 꼭 도전해보고 싶고, 독서도 조금 더 많이 해 볼 생각이다. 언어실력도 계속해서 꾸준하게 올려야겠단 생각도 든다. 조금 더 세련된 문구와 어휘를 매일 아침 뉴스를 통해서 익숙해지게 하는 것. 업무 전문성이든, 언어실력이든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니까 조금씩 꾸준히 해내는 루틴을 추가해야겠다. 나만의 업무로그를 꾸준히 쓰는 것이 필요할 텐데, 어떤 식으로 기록을 해내야 할지 고민중이다. 회사 안이든 밖이든 결국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이 분야를 알고 있는지, 자신감 있게 이끌어갈 수 있는지 하는 개인의 전문성이니까.  

내년에 초3이 되는 큰 아이의 공부에도 조금 더 신경 쓰는 세심한 엄마가 되고 싶다. 업무가 바빠서 아이들한테 신경을 못쓰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허락된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그런 다정한 엄마가 되고 싶다. 아무리 피곤하더라도 잠들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꼭 책을 읽어주는 것이 미션이다. 써놓고 보니 아예 새로운 분야라기 보단,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좀 더 타이트하게 관리하면, 충분히 가능성있는 도전들이다. 갈수록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같은 요즘이지만, 지금이 아무리 쉽지 않다고 하더라도 결국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 조바심을 갖지 말아야겠다. 남은 한 달 동안 2023년을 잘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조금 더 건강하고, 지혜로운 일상들로 채워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