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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ul 27. 2024

나를 지켜가며 일한다는 것

과연 나는 Dreamer 일까

새벽 4시 반-


오랜만에 마주한 나와의 시간이다. 지난 몇 달 동안 몰아치는 일들 사이에서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느라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여유 있게 혼자서 오롯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여겨질 만큼, 하루하루 주어진 일과들을 해나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느낌이었다.


몇 달간 일을 하면서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갔는데 역시 기록으로 담아두지 않으니 또다시 가물가물해진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것 같다가도 성과가 생각만큼 나오지 않으면 이때까지 해온 노력들이 모두 헛고생 혹은 시간낭비로 돌아갈까 봐서 문득문득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럴 땐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면서 한숨이 푹푹 나오다가도 의외의 지점에서 또다시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아서 다시 툭툭 털고 일어나는 사이클을 여러 번 반복했다.


어느새 새로운 회사에 온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익숙해진 듯하다가도 여전히 새로운 정보들이 너무나 빠른 속도로 쏟아지는 이 분야에서 나를 지켜가면서 일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대학 졸업 후에 일을 한 총경력은 꽤 길지만, 매일이 신입사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인 내용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의 목소리에 힘을 주는 것은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지난 주에 분기마다 진행하는 회사 타운홀이 있었다. 요즘 들어 다시 전통업계로 돌아가기 위해 퇴사하는 사람들이 꽤 생겼는데 인재들을 놓치지 않고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회사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뉴욕에서 온 임원에게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기던 그는 곧 대답을 이어나갔다.

"물론 개인의 커리어를 위한 선택을 존중하지만, 

리는 결국 이 업계에 대한 비전에 확신을 갖고 있는 Dreamer와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그의 답변을 듣자 나는 과연 Dreamer인가 란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투기성이 짙은 투자로서의 관점보다는 새로운 기술에 대한 확신은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테크 산업이 변화하는 속도 대비 기존의 다른 산업들의 속도가 차이가 나기에 그 간극 사이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고 있다. 성과를 낼 것 같다가 다시 멀어지는 희망과 실망의 반복들 말이다. 

예전 직장 동료들과 오랜만에 만났을 때 그녀는 나에게 지루한 금융계보다 매일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다이내믹한 업계에 있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사실 그런 모습이 지루한 게 아니라 안정감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같은 현상이지만 관점의 한 끗 차이로 부정적에서 긍정적인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오는 것이다. 

서른을 앞둔 즈음 나는 커리어 고민이 가득한 서른 앓이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모든 것에 확신이 없고 방황 중이었고, 10년 후 내 모습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줄 알았으나, 마흔을 앞둔 지금도 여전히 안정감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는 일에 대한 온도만큼은 점점 뜨거워진다는 것이다. 이제야말로 남의 시선에서 벗어나, 진짜 나 다운 모습으로 일하고 싶다는 의욕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수많은 변화들 속에서 나를 지켜가면서 일한다는 것은 어쩌면 회사나 업계에 대한 믿음보다는 나 자신에 대한 믿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어느 업계에서 일을 하든 만족여부는 결국 내가 그 일을 어떻게 보는지에 한 끗 차이의 관점에 따라 달려있으니까. "네가 부족하다니 전혀 그렇지 않아. 겸손한 모습은 치워두고 너 스스로가 최고라고 생각해.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여, 잘 안 되면 뭐 어때, 또 다른 거 하면 되지. It's not the end of the world" 예전 동료가 나에게 해준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면서 기운을 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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