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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Apr 24. 2024

내 안의 광년이를 깨우라

진로에 대한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시리즈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시속 10만 킬로미터로 질주하는 바위 행성에 올라탄 채로 삶을 여행 중이다. 자전하면서 공전까지 한다. 때로는 진도 7로 흔들리는 불안정한 삶에서 '살아 있는 느낌'이 깎여 나가는 아픔에는 크고 작음이 없다. (...) 80억 명이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오늘을 경험하고 있다. 
                                                               - 류시화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중 -    


불안정하고 광활한 세상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때 선택지가 많다는 것은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혈액형 신드롬이 있었고, 그 후로 MBTI 성격유형이 화두였다. 이 도구들은 나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한 기준점을 제시해 준다. 무엇을 판단할 때 초기에 접한 정보를 기준 삼아 사고를 하게 된다는 것이 심리학에서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이다. 마치 배가 한 지점에 닻을 내리면 그곳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처럼 닻을 내리지 않는 곳의 기준은 생각지도 않고, 생각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첫인상이 매우 중요하다고도 한다.     



캔디의 덫 또는 닻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참고 참고 또 참지 울긴 왜 울어'로 시작하는 <캔디>의 주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티 내지 말고, 참고 또 참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의 노래가 귀에 익숙한 사람들이 아직 많을 것이다. 이 노래는 동요로 응원가로 노동요로 그렇게 우리의 무의식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인의 '한(恨)'의 정서와 맞물려 'Haw-byung(화병)'을 부추겼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우리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신의 몸이 보내는 메시지에 둔감하게 열심히 살도록 강요받는다. 세상이 제시한 기준에 맞게 살도록 노력하는 것이 '열심'인 것처럼. 인내와 열정이 성공의 닻인 것처럼. 그러다 '했더라면'의 아쉬움과 함께 세상을 원망하고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하게 된다.    

  


포기하려거든 차라리 실패하라     


직업은 사회가 만들어 놓은 일자리에 맞게 나를 재단하고 훈련하고 경영자의 입맛에 맞게 적용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해야 하고, 주어진 과제에 하루 종일 허덕이며, 늦은 저녁까지 해결되지 못한 과제와 문제 때문에 밤낮 분간 없이 살아내는 존재. 한때는 일중독자(광년이)로 뜨거워서 델 것 같았고 예리해서 벨 것 같이 사는 게 자랑인 줄만 알았다. 그렇게 '어금니 꽉!' 깨물면서 빡세게 살았다. 열정의 반대말이 피로인 것처럼 고생 끝에 병을 얻어 세 번의 수술까지 했다. 어느 날 갑자기 나의 열정이 쓰리아웃(번아웃, 보어아웃, 브라운아웃)을 당했다.      


열정은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이다. 열정이라는 단어는 남용함에 따라 진부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개인이 생각하고 의미하는 열정의 개념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되어야 한다. 누군가 '능력이 없으면 열정이 있어야 되고, 열정이 없으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되고, 겸손하지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된다'라고 말했다. 또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서 두려운 것은 열정이 식는 것, 익숙함과 편안함에 안주하는 것, 무덤덤한 감동 없는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은 자신에게 바람직한 가치관(기준)과 행동의 에너지원으로 자극을 주는 경우를 가리킬 때 쓰여야 할 것이다.      



열정은 모르겠고, 밥은 먹어야겠고     


내일은 내가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르지만 끝까지 가 보는 것,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실함이다. 어차피 나는 죽음에 패배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아름답게 패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심장이 침묵한 것 같으면 스스로 심장을 깨워 그 고동 소리를 들어야 한다. 
                                                                 - 류시화 산문집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 중 -  


사람은 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신념을 갖게 되면 무의식적으로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며, 결국 그 신념은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다. 과거의 시행착오 이후, 인생에서 열정을 갖고 얼마나 많은 성공을 했는지보다 지극히 사소한 일들을 얼마나 오래 해내고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과 그것을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생각을 함께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반의반이라도 내 안의 열정을 조심스레 꺼내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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