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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가드너 May 28. 2024

다초점 행복 렌즈

'다시 또다시 취준생이 되다' 시리즈

전환은 끝냄으로 시작한다  

   

누군가 인생의 변화에 대해 인식하고 다룰 수 있는 시기를 '중년기'라고 했다. 전 생애 영역에서 인생의 전반전을 끝내고 후반전을 향해 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며, 기존의 직업에서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많은 시기도 중년기라고 말이다.     


직업상담사 : 선생님이 평소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책, 영화는 뭐예요?
나             : 글쎄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직업상담사 : 중고등학교 때 좋아하는 과목이 무엇이었나요?
나             : 글쎄요, 운동을 해서 좋아하는 과목이 따로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직업상담사 : 혹시 어릴 때(3~6세) 기억에 남는 일 3가지에 관해 얘기해 보시겠어요?
나             : 글쎄요,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잘...    


2012년 2월, 퇴사 후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 집 근처 OO기관에서 '구직등록'을 독려하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지금도 생소한 단어인 '경력단절여성'이 되어 있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대화를 끝으로 단숨에 달려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내 모습이 우습고 한심했다. 하지만 자발적 이기는 하나 아무 준비 없이 퇴사를 했던 터라 앞으로 행복한 삶을 위해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궁금해졌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돕는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나    : 직업상담사가 뭐 하는 직업이야?
친구 : 남을 돕는다는 게 나름의 보람은 있었어. 그런데 기관에 따라 하는 일이 좀 차이가 있어서 너라면
         대학교 쪽에서 일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직장생활도 오래 했었고 대학생들한테 도움도 많이 될
         것 같고... 


2013년 5월, 4개월간의 수험기간을 끝으로 드디어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였다. 그땐 동갑내기 친구의 '보람'이라는 단어에 설렘과 흥분, 무언가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는 착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전까지의 삶을 되돌아보면 강박적으로 주위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일만 했었고 그러다 보니 행복하지 않았다. 아마도 '보람'이 없어서 아니었을까? 그렇게라도 답을 찾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자격증만 갖고 경력이 없는 직업상담사를 받아주는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중년기에 또다시 취업준비생이 되어 있었다.     



"오늘 출근합니다"     


'전환은 끝냄으로 시작한다'는 역설적인 문장은 곧 '삶의 전환은 어떤 사건이나 비사건으로 인해 자기 자신과 세계관에 변화가 생겨, 자신의 행동과 관계 측면에서 그에 상응하는 변화가 요구될 때 발생한다'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진로전환의 의미는 직업 세계에서 변화된 상황에 따라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을 취하며 적응해 가는 과정인 것이다. 합격 통지를 받고, 만감이 교차했다. 친구가 느꼈다는 그 '보람'을 쫓아 열심히 자격증 공부를 했고 누구보다 더 잘 해낼 자신이 있었다.      


2014년 2월, 대학교를 졸업한 지 16년 만에 학생으로서의 등교가 아닌 직업인으로서 첫 출근이었다. 겨울방학 기간 중으로 지나가는 학생들도 없는 휑한 교정이었지만 그때 느꼈던 미묘했던 감정은 한 마디로 '허무함'이었다.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젊은 시절의 꿈과 열정이 식어버린 지금, 신체 곳곳에서 보이는 중년의 흔적들이 잊고 있었던 아니 부정하고 싶던 현실에서 느끼는 서글픔이었다. 학생들에 대한 두려움(?)에 학교를 떠나는 동료 선생님의 진심 어린 조언이 있었다. 직장 내에서 상사로부터의 업무평가가 있다면, 이곳에서는 학생들의 필터 없는 평가로 상처를 입게 된다는 말이었다. 첫 등교의 허무함과 서글픔에 그 말의 깊은 의미를 그때는 이해할 수도 없었다. 아니 이해할 겨를이 없었다.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이 단순 '보람'만 느끼기에는 그리 녹록지 않은 직무입니다. 제한된 시간에 공부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하루하루를 수험생 같은 심정으로 보냈습니다. 상담 관련 전공자도 아니었고, 대학생을 대상으로 진로 및 취업 상담, 심리검사, 진로 취업 강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도 없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오싹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500석 규모의 대강당에서 2시간 분량의 취업 강의를 위해 한 달 남짓 준비했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속이 울렁거려 밥도 먹을 수 없고, 잠도 잘 수가 없었습니다. 과거 운동선수로 결승전 시합을 뛸 때보다, 중국 공장에서 백여 명 되는 인부들과 실랑이를 할 때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첫 강의를 제대로 망쳤습니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 조금씩 학생들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끔은 그때의 그 설렘이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 2016년 5월 [ D체육회] '운동선수출신 직업상담사' 특강 中 - 

 

하루가 마치 1년과도 같았던 초여름 어느 날, 상담실로 한 학생이 찾아왔다. 어머님과 함께 들어서는 그 학생의 무표정한 얼굴과 짜증 섞인 행동, 그리고 이어지는 어머님의 첫 말씀이 끝나자마자 잠시 적막감과 긴장감이 흘렀다.      


취업준비생 어머니 : 상담사님, 우리 딸 대기업에 취업 좀 시켜주세요. 우리 딸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실 수 있죠?     

 

내로라하는 집안과 학벌, 스펙,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어 보이는 학생을 보며 '상담사인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렇게 자문자답하며 첫 회기 상담을 마쳤다. 그때야 비로소 동료 선생님의 말, '두려움'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 날 이후, 상담사로서 갖고 있던 착각이 서서히 깨지게 되었다. 그리고 '젊음은 늙음의 지혜와 경륜을 경청해야 하며, 늙음은 젊음에 도전과 희망, 야망과 격려를 해주어서 상호적 공생 속에 있어야 한다'라는 누군가의 뼈 때리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취준생 : 선생님, 저 내일부터 출근하래요.
나       : 우와~ 축하해요! 그런데 회사 이름이 뭐예요?
취준생 : 회사 이름요?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인터내셔널이라고 했는데...
나       : 네... 그럼 회사 위치가 어디예요?
취준생 : 그게요, 면접 때 딱 한 번 가봐서... 무슨 역에 내렸는지가 헷갈려요.
나       : 아... 네... 축하해야 하는 거 맞죠?


산에서 보통 길을 잃고 헤맬 때 나침반(compass)을 찾게 된다고 한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다 보면 편하고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직업상담사 또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마법의 나침반 같은 환한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상담사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동안 삶의 수많은 선택과정에서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순간도 있었으나 지금의 또 다른 운명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면서 느끼는 감정이 행복이 아닐까.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삶을 다할 때까지 기본적으로 다양한 삶을 살지만 가장 크게 가치를 두며 사는 이유와 목적 중 하나는 '행복'이라고 한다. 행복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며 행복이란 일반적으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느끼는 깊은 만족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행복하여서 하는 일이 즐거워야 타인의 행복한 삶을 조력하며 좋고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떨 때 행복한지 고민을 많이 해야 해요. 로또에 당첨되길 원하는 사람은 로또를 사야 하듯 내가 행복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행복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는 박광수 작가의 말처럼, 난 오늘도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이 세상에 태어났을 때, 당신은 누구든 될 수 있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의 얼굴에서 미래의 대통령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당신이 자라는 동안 당신을 주조하려 했지만 이미 가진 재료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들의 도구가 작동을 멈췄을 때, 그들은 도구를 건네며 이렇게 물었다. "자라서 뭐가 되고 싶니?"

당신 자신이 되는 데는 자신을 조립하는 어떤 기교가 필요하다. 당신은 당신의 결함을 수리하기 위해 좋은 부품들을 가지런히 만들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자신은 또한 언젠가 될 미래의 자신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계속 몸을 움직이는 한 당신은 실패했을 때도 여전히 원하는 어떤 존재든 될 수 있었다. 당신은 유연했고, 황야에서 보내는 밤에도 당신은 젊음의 열기로 부드러웠다. 

당신은 부딪혀서 다치고 만다. 충격을 아주 잘 흡수하는 능력을 자랑으로 여겼고, 그래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다시 회복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은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음으로써 정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보호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그러나 차츰 당신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길 더욱 주저하게 된다. 좀 더 딱딱하게, 좀 더 깨지기 쉽게 자라나며.

여기, 지금의 당신은 스스로 변하길 원하더라도 과연 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당신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너무 오랫동안 궁금해한 나머지 그 질문에 실제로 답이 있다는, 그 '미래'가 곧 도래하리라는 사실을 잊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너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어서 심지어 그런 '변화'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설령 당신이 더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을 만큼 유연하지 않은 게 사실이라 해도, 당신은 언젠가 결국 진정한 자신이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강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존 케닉의 [슬픔에 이름 붙이기]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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