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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획합니다! 혁신합니다!

by 커리어걸즈

나는 대기업의 IT 계열사에 재직중이고, 직무는 전략기획과 업무혁신 쪽이라고 볼 수 있다. 직무는 보통 간결하게 하나로 정의되는데 왜 이렇게 애매하게 설명하느냐 묻는다면, 실제로 내 직무를 정확하게 한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입사하여, 이제 곧 2년차를 바라보고 있는 시점인데도,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보면 당황하기 일쑤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는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라서였고, 현재는 무슨 일을 한다고 설명해야 상대를 납득시킬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다. 그래서 내게 장황하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면, 즉, 글로 풀어서 설명한다면, 내가 하는 일을 더 와닿게 설명할 수 있을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 지금부터 주저리 주저리 적어보겠다.


우선, 나는 CIO라는 조직의 디지털혁신팀에서 일하고 있다. 아직도 내가 속한 팀명을 이야기했을 때, 어떤 어벤져스의 조직에서 일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었던 사촌동생의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만큼 팀 이름이 거창하다. 하지만, 이러한 팀 이름은 꽤나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노력한 작명이라는 것을 회사를 다니면서 깨닫게 되었다. CEO, CFO는 익숙한데 CIO는 뭘까? 바로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를 말하며, 한 회사의 정보기술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임원이라 할 수 있다. 그룹의 CIO를 맡고 있는 팀으로서, IT 관련 발표나 회의체가 있을 때, 우리 팀에서 해당 보고서를 작성하고 회의체를 꾸리는 일이 업무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CIO 조직’에 대한 설명은 얼추된 것 같고, 그 안의 디지털혁신팀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는데, ‘디지털혁신’은 또 무엇이냐?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옛날과는 많이 달라지고 있다. 종이 보고서보다는 전자결재를 올리고, 구두로 하던 소통을 채팅과 전자메일을 통해서 하게 되며, 생성형 AI툴을 써서 업무를 하는 형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혁신을 일으켜서 업무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우리 팀의 주된 목표이다. 즉, 회사의 업무 혁신을 총괄하며 이끌고 있는 조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CIO 조직으로서 보고서를 쓰는 일은 전략기획’ 업무와 닮아 있고, 편리한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다양한 툴 도입에 앞장서는 일은 ‘업무혁신’ 직무가 하는 일과 닮아 있다. 이제 내가 맨 처음, 직무에 대해서 두루뭉술하게 말했던 것이 조금 이해가 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팀은 정확하게 경영지원 부서다, 사업을 하는 부서다라고 구분할 만큼 확실한 포지션에 있지 않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경영지원 부서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경영지원 쪽은 돈을 버는 부서가 아니라 돈을 관리하거나 사용하는 쪽에 가깝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경영지원 부서가 돌아가게끔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우리 팀 역시 신입을 잘 뽑지 않는다. 하지만, 운좋게 TO가 나게 되면서 오랜만에 나를 신입으로 뽑게 된 것이다.


나는 한창 배우는 단계에 있다. 전략기획 업무 중 하나인 보고서 작성 업무에는 내가 아직 투입되지 않고, 현재 사수 분께 열심히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 회사 전반의 역사를 어느 정도 알아야하고, IT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쌓여야 보고서를 쓸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주로 선임이나 책임 분들이 보고서를 작성하신다. 우리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며, 어떤 일들을 하는지 사이클을 이해하게 된다면, 2~3년 안에는 나도 이 일에 투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업무혁신쪽 일에는 현재 나도 많이 개입하고 있다. 회사의 정보 유출 우려때문에 ChatGPT 같은 생성형 AI를 업무에 사용하지 못했는데, 이제 우리 팀에서 보안 걱정없이 쓸 수 있는 GPT를 막 개발했다.


나는 이 GPT를 홍보하고 사용법을 어떻게 교육할지 고민하는 일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예를 들어, GPT 홍보 및 사용법을 글로 작성하거나 이미지 형태로 디자인하여 회사 게시판에 공유하거나, 외국인 사용자들에게도 별도로 영어 가이드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또한, GPT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안내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설계하기 위해 논의하고 있다.


나는 IT에 I자도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제법 GPT도 잘쓰고, 많은 AI의 소식들을 탐구하면서 사람들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배우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해서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일들에 대해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언젠가는 나도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내가 하는 일을 이야기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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