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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임원을 하라구요?

by 커리어걸즈

우리 회사는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7:3 정도 된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사무실을 돌아다니다보면서 느끼는 눈대중 수치로는 그렇다. 여성 비율이 적기는 하지만, 그래도 성비가 완전 불균형하게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다. 특히 2~30대 여성 분들이 꽤 있으시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데 여성 주니어로서 느끼는 불편함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보다 한 층 위인 4~50대 쪽으로 가게 되면, 여성의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아직 회사에서 여성 팀장님은 단 한 명뿐이다.


우리 팀장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늘 나에게 하시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나를 여성 임원으로 키우겠다는 말이다. 회사에 입사한지 1년도 안되었을 때부터 들어왔던 이야기고, 현재도 2년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그래서인지 나에게는 그 말이 기분이 좋은 말이면서도, 한편으로 그냥 웃자고 하는 말 들리기도 한다.


매번 회식자리에서 이 얘기를 들으니, 이제 나도 헷갈리는 수준에 이르렀다. 팀장님 말로는 임원 가스라이팅이라고 하신다. 한 번은 팀장님이 왜 나에게 이런 말을 자꾸 하시는지 그 이유를 들어보았다. 우리 회사에는 아직까지 여성 임원이 없기도 하고, 앞으로는 여자도 임원을 비롯한 조직장을 더 많이 해서 조화로운 구조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셨다. 나는 이런 팀장님의 생각에 적극 동의하고 있다. 점점 여성들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데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서, 여성들도 높은 직급까지 올라가는 세상이 오기를 꿈꾼다. 그런데, 아직 회사에서 나는 병아리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불쑥 불쑥 들어오는 임원라이팅에 가끔 난처해지곤 한다.


나는 이제 이 말을 즐기기로 했다. 미래는 누구도 모르는 일이고, 꿈은 크게 잡으면 좋은게 아닐까. 심지어 여성 임원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다보니 그 일이 아주 멀게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다. 현재는 그저 열심히 일하면서 나의 전문성을 키워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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