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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개발 직군의 일

by 커리어걸즈

2021년, 28살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게 늦은 나이도 아닌데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대학 졸업 후, 방송국 시사교양 PD를 꿈꿨지만 내 마음처럼 풀리지 않았다. 긴 언론고시 생활에 지쳐있던 나는 무작정 ‘일’이 하고 싶었다.


그때 처음 만나게 된 나의 첫 번째 ‘일’이 바로 사업 개발 직무였다. 가고 싶었던 회사에서 똑 떨어진 뒤, 이제는 다시 도전할 힘이 없어진 나는 정말 아무 일이나 찾아 다녔다. 그러던 중, 작은 스타트업의 사업 개발 매니저 채용 공고를 보게 됐다.


‘프로젝트 기획 및 운영, 파트너사와 커뮤니케이션’


이 설명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시절, 22살이란 어린 나이에 수억이 들어가는 학교 축제의 총괄을 맡았던 적 있었다. 그때 프로젝트 기획과 운영, 그리고 각종 용역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맡아서 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 꽤 잘 맞는 직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들었으면 바로 실천하는 편. 하루 만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지원했고 역시 스타트업답게 모든 일정이 10일 안에 끝이나 첫 출근 날짜를 잡아버렸다.


그렇게 우당탕 나의 첫 사회생활이 시작됐다. 그 작은 스타트업에 첫 출근을 했던 날, 나를 뽑아준 팀장님이 ‘스타트업 주니어로 살아남기’라는 책을 선물해 주셨다. 그 책에는 사수도 매뉴얼도 없이 일을 찾아서 해야 하는 스타트업 주니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음 날부터 그 책에 나와 있던 정신없는 일들이 그대로 나에게 펼쳐졌다. 지금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그저 사수 없이 혼자 해내야 하는 상황이, 주어진 일을 받는 것보다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는 상태에 조금 덜 불안해졌을 뿐.


사업 개발은 다양한 방법으로 회사의 수익을 늘리고 가치를 높이는 일을 맡는다. 나는 오늘도 출근해서 앞으로 어떤 일들을 만들어 내야 하는지 고민한다. 사업 개발 매니저에게는 누군가 일을 던져주지 않는다. 제로투원,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내야 하는 직무다. 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고민 끝에 누군가에게 제안하고, 제안을 통해 미팅을 만들고 사업을 고도화 한다.


4년 차가 된 지금, 내 일상은 말 그대로 ‘보이는 건 다하는 사람’이 되었다. 사업 기획부터 운영, 세일즈, 시장 분석, 제휴, 프로덕트 개선, 각종 행사 하다못해 디자인까지. 회사에 이익이 되는 일은 다 하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나는 간혹 ‘내가 창업한다면 지금처럼 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하곤 한다. 초기 창업가야말로 보이는 건 다 해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사업 개발은 높은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동시에, 매출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일이다. 난 그 불확실성과 무거운 책임감에 매일 같이 짓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내가 어떤 일을 해 나가야 할지 스스로 기획하고, 그 기획을 실행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 직무를 좋아한다.


나는 스스로 우리 사회에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하고, 그 이야기를 영상으로 남기고 싶어 시사교양 PD를 꿈꿨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사업 개발’ 업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주어진 일보다는 스스로 만들어낸 일을 해야 하는 업, 반복적인 일보다는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노력하는 업, 그게 바로 내가 하는 ‘사업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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