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일 vs 좋아하는 일

사업개발 직군을 꿈꾸게 된 이유

by 커리어걸즈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뭘까?”


20대 때, 누구나 이런 고민을 했었던 적 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4학년 시절을 학생회에 올인했다. 남들은 취업하거나, 대학원을 갈 때 홀로 9학기를 다니며 조금 늦게 진로 고민을 시작했다. 그 시절 가장 답을 내리기 어려웠던 질문은 내가 잘하는 일,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 뭐냐는 질문이었다.


사실 나는 ‘좋아하는 일’이 곧 ‘잘하는 일’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만 찾으면 자연스럽게 진로도 정해질 거라 생각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다.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이야말로 내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남몰래 단편 소설을 쓰기도 했다. 글을 잘 쓴다는 이야기도 곧 잘 들었기에 의심의 여지 없이 다큐멘터리 PD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언론고시를 2년 6개월간 준비했다.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 퇴근 후엔 상식 퀴즈를 풀었고, 저녁이면 작문과 논술에 매진했했다. 글이 잘 써지는 날에는 마음이 편했지만,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아. 이게 바로 창작의 고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글을 써내지 못하는 나를 자책하기도 했었다.


나름의 성취도 있었다. 원하는 방송국 면접을 보기도 했고, 유명 기자로부터 글을 잘 쓴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한겨레 기자가 진행하는 논술 수업에서는 5번 연속 장원에 뽑히기도 했다. 그럴수록 확신이 들었다. 나는 정말 PD라는 직업에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조금만 더 버티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확신은 방송국 최종 면접장에만 가면 고꾸라졌다. 대답도 막힘없이 잘했고, 면접관들에게 좋은 피드백도 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늘 ‘불합격’. 오히려 말문도 많이 막히고, 면접관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었던 수험생이 최종 합격하기도 했다.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조차 이해하지 못한 결과가 생기기도 했다. 차라리 어떤 문제가 틀렸는지 알 수 있는 객관식 시험이었다면 더 쉬웠을까. 이유를 알 수 없는 채용 결과는 나를 더 막막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도전이었던 S사 면접장, 누구보다 간절했다. 간절한 마음이 넘쳐흘러 얼굴에 드러났다. 목소리는 떨렸고, 이마엔 식은땀이 났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내가 기획한 교양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그 당시 최선의 노력과 진심을 다한 발표였다. 그러나 돌아온 말은,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네요.”였다. 나는 방송국에 입사하기 위해 자그마치 2년 반을 달려왔는데, 아직도 준비되지 않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다를 수도 있다는 걸 그날 깨달았다. 이제 나는 그냥 일을 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이 아니라, 잘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눈물 나도록 간절한 일도 좋지만, 성실하게 임하면 노력이 결과로 돌아오는 일. 혼자만의 동경이 아니라 함께 일하며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내가 남들보다 꾸준히 할 수 있고, 더불어 꽤 잘 해냈던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는 일은 남에 대해 알아가는 일만큼이나 어려웠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어려워서 ‘강점혁명’이라는 책을 사서 읽었다.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내가 가진 역량을 몇 개 뽑아볼 수 있었는데, 그 역량은 아래와 같았다.


‘커뮤니케이션, 책임, 공감, 포용, 체계화’


이 역량과 나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나와 잘 맞는 일은 이렇게 정의해볼 수 있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체계화해서 책임감 있게 일을 끌고 가는 것”


이때부터 나는 ‘좋아하는 일’이 아닌 ‘잘하는 일’을 만나기를 꿈꿔왔고, 그 일이 바로 사업 개발이었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정리해서 하나의 프로젝트 혹은 하나의 거래를 클로징 시켜야 하는 일. 이 일이야말로 내가 가진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나는 이제 4년 차 사업 개발 매니저다. 평일에는 크고 작은 거래를 성사시키며 성취감을 느끼고, 주말에는 좋아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쉰다. 내가 언론고시를 포기하지 않고 몇 년을 더 했다면, 내 미래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나는 PD라는 ‘직업’에 대해 고민하기보다는 방송국이라는 ‘직장’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좋아하는, 동경하는 직장이 방송국이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회사보다 사업 개발이라는 일에 더 집중한다. 그 일에서 의미를 찾고, 결과를 만들고, 점점 나만의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처음부터 이 일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건 아니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시작했고, 실제로 잘 해냈기에 좋아하는 일이 되었다. 무작정 좋아하는 일만 좇던 시절에는 보이지 않던 길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면서 열리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며 조금 더 단단해진 사회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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