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합리화라는 나만의 무기
일에 진심으로 몰입하다 보면, 때때로 일이 무서워지는 경우도 있다. 만 4년을 향해 달려가는 내 커리어 과정에서 일이 무서워지는 경험을 거의 매일하고 있었다.
이 일을 내가 기한 내에 다 끝낼 수 있을까?내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이런 생각들은 늘 잠들기 직전에 내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내일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하나씩 정리하다가 동트는 새벽을 맞이하곤 했다.
이런 두려움들은 대부분 ‘일하기 싫은 마음’보다는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됐다. 수많은 할 일들 속에서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나의 욕심과 열망 속에서 피어나는 두려움이었다. 그런 두려움이 나의 잠을 앗아갔고, 잠이 부족해진 직장인은 자연스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건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예민함은 또 다른 불안을 낳고, 그 불안감을 자연스레 다시 두려움으로 되돌아왔다.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라는 리처드 파인만의 말이 생각났다. 보통 이 말을 나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을 생각하고는, 오히려 나 자신을 제대로 속여보기로 결심했다.
매일 밤, 일에 대한 두려움을 잠재우기 위해 10분씩 명상을 했다. 보통 사람들은 명상할 때 머릿속을 비우라고 하는데, 나는 조금 다른 명상을 했다. 아무 근거도 없지만, 앞둔 모든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를 상상했다. 동시에 미국 드라마 ‘슈츠’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하버드 나온 뉴욕의 변호사들도 저렇게 야근하는데,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의 내가 야근을 싫어할쏘냐
야근하기 싫을 때면,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의 성공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뉴욕의 변호사들을 생각했다. 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내 성장을 위해 미친 듯이 달려가는 서울의 사업 개발 매니저라고 되뇌었다. 가끔은 늦은 밤 혼자 복사기 앞에서 서류를 출력하다가 문득, 내가 너무 멋진 커리어 우먼이 됐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진짜 뉴욕의 변호사가 됐다는 상상을 한 적도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난 변호사를 꿈꿨던 적은 없다.)
소위 말해 ‘짜치는 일’을 해야 할 때는 ‘슈츠’ 속 의뢰인에게 물벼락을 맞는 주니어 변호사를 상상했다. 버거운 의사결정을 앞둘 때는 드라마 속 자신감 넘치는 시니어 변호사를 생각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리처드 파인만의 말을 아주 옳았다. 고객도, 상사도, 동료도 속이기 어려웠다. 그런데 나 자신을 속이는 일은 정말 간단했다. ‘마음’만 바꿔 먹으면 두려움 앞에서 용기 있는 장수가 되기도 하고, 순식간에 겁에 질린 졸병이 되기도 했다.
이건 쉽게 말하면 자기합리화, 다르게 말하면 나만의 멘탈리티가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내가 생각하는 방향에 따라 나의 하루가 정해진다. 칙칙한 중소기업에서 야근에 시달리는 생기 없는 직장인이 될 것인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 나가는 프로가 될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나의 일을 시작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이 두 가지 마인드 셋 중에 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지 선택하는 일이다.
“You want to change your life? change the way you think”
- 미국 드라마 ‘슈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