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함께 취업을 준비하거나 상담을 요청하는 분들 중 약 70%는 이공계입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설계직이 이상하게도 많죠.
왜 그럴까 싶었는데, 한 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해주더군요.
취업전문가의 대부분은
문과 출신이라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인문계 출신이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저도 문과 출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프라, 에너지 업계 등을 거치면서 이공계 출신인 분들과 많은 업무 협조를 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분들이 어떻게 문제를 바라보고, 어떻게 솔루션을 도출해내는지를 포함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지도 잘 알고 있죠.
게다가, 제가 정립한 이론의 장점은 인문계뿐만 아니라 이공계 출신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즉, 자신이 습득한 지식과 경험을 정리해서 자기만의 프레임을 탄탄하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관점을 글과 말로 쉽게 외부화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의 경험과 저희 커리어너스의 프레이밍 이론을 토대로, 이공계 직군 중에서 제가 너무 멋지다고 생각하는 직무 중 하나인 '설계(design)' 직무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칼럼을 작성해보겠습니다. 수많은 주제들 중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지원동기'를 설명드려보겠습니다.
당신이 설계 직무를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 글은 당신이 위의 질문에 대답하는 데 도움을 드리기 위한 칼럼입니다.
저는 건설업계에 종사하면서 설계 업무를 하는 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었습니다.
지저분한 먼지가 항상 날리고,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서로 고성방가(?)를 하며 싸울 듯이 서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현장에서 저는 사무실과 현장을 오고가며 정신없이 일을 했었습니다.
당시 저는 설계부서의 팀장님과 소통을 해야 했는데, 그 분께서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는 않아도, 적성에는 맞는다는 말씀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라는 이유였죠.
저는 그분의 자기소개서를 본 적은 없지만, 그분의 자기소개서는 아래와 같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설계 직무를 선택한 이유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저는 학부시절 A를 전공하면서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배웠습니다. (···) 협소한 공간이나 복잡한 현대 환경이 인간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요소를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할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특히 두드러지게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잘못 설계된 공간이 인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직간접적으로 방해하는지를 느낀 이후로는, 제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업계에서 설계직무를 수행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분의 경우 '공간'이라는 가치를 높게 평가했고, 그것을 토대로 저희 이론을 활용해서 지원동기를 한번 작성해봤습니다.
제가 지원동기에서 늘 강조드리듯이, 지원동기는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 특히 "직업관"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당신이 선택한 문제는 무엇인지,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어떤 가치를 고려하는지를 고려해서 한 번 작성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예시는 실제 취준생 분의 예시입니다. 더 정확히는 이미 합격한 분의 예시이죠.
이분의 전공은 기계설계였습니다.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 대기업에 합격해서 신입사원의 티를 조금씩 벗기 시작한 분입니다.
커리어너스의 칼럼에 공감을 표하고, 구독을 해주시고, 상담을 요청하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렇듯이, 이분 역시 자기만의 뚜렷한 관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해보니, 이분은 제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질인 '고객'의 관점을 지닌 분이었습니다.
더 정확히는,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굉장히 큰 가치를 느끼시는 분이었죠.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이분이 대기업에 제출한 서류의 지원동기는 대략적으로 이런 식이었습니다.
제가 학부시절 기계설계를 선택한 이유는 취업이 잘될 것이라는 주변인들의 막연한 추측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공을 살려서 설계직무를 선택한 이유는 이 일이 지닌 잠재적인 가치 때문이었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설계 직무의 본질은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의 삶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공학적인 관점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제품을 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위와 같은 예시는 분명히 제가 좋아하는 관점이지만, 채용담당자 입장에서는 진부하게 들릴 여지가 있기 때문에 당신이 설계하는 제품의 구체적인 특성을 고려해서 구체적으로 작성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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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세 번째 예시는 제가 아는 형님의 이야기입니다.
결혼을 하신 후 연락이 거의 끊어진 상태이지만, 이 형님은 자신의 분야에 큰 자부심을 가진 엔지니어로 일을 하시던 분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플랜트 쪽이셨죠.
저는 당시 인프라쪽에 있었기 때문에 플랜트가 공장의 일종이라면서 아는 척을 했지만, 형님에게 크게 혼쭐이 났습니다. 제가 아는 플랜트는 플랜트도 아니라면서, 플랜트는 세상의 모든 것을 생산하는 곳으로 고도의 기술력이 모두 들어가있는 핵심 산업이라고 입에 침을 튀겨가며 말씀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어쨌든 제가 기억나는 것은 형님께서 설계직을 선택하고, 플랜트 쪽으로 가게 된 계기는 플랜트를 이해하면 세상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고, 솔직히 지금도 100% 이해가 되지는 않는데, 형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을 토대로 지원동기를 작성해보면 대략 아래와 같은 식입니다.
제가 설계직을 선택하는 이유는 설계라는 일이 세상을 이해해야지만 할 수 있는 업무이기 때문입니다. 엔지니어링은 기초적인 원리나 규칙들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어떤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개선을 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
설계직은 제가 지닌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면서, 세상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내적성취감을 꾸준히 얻을 수 있는 설계직을 통해서 C사와 함께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설계직 지원동기를 3가지 관점에서 작성해보았습니다.
1.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즐겁다
2. 삶을 개선하는 것이 뿌듯하다
3. 세상을 이해하는 것이 즐겁다
3가지 관점을 작성하고보니, 어쩔 수 없이 저의 관점이 상당부분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자고로 일을 선택할 때는,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이어야하고, 한 사람의 삶을 개선하거나 사회적으로 도움이 되는 의미가 있어야 하며, 내가 스스로 즐길 수 있어야 하는 일이라는 저의 관점이 말이죠.
그래서 다시 한 번 당부하지만, 이 글은 제가 임의적으로 작성한 예시입니다.
당신의 커리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저의 예시를 참고하고 당신이 일을 선택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것으 토대는 당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value)'이죠.
그러므로 당신의 가치관이 무엇인지를 먼저 고민하고, 그 가치관과 당신이 선택한 일의 연결고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한 후에 지원동기를 작성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당신의 합격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커리어의 방향성은 당신이 원하는쪽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D
p.s. 제가 지니고 있는 설계에 대한 관점으로 이런 것이 있습니다. 설계는 2차원 소재를 활용해서 3차원 형상을 만들어내는 마법을 부리는 일이라는 것이죠. 제품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평면적인 소재들이 어떻게 입체적인 것으로 결합되어 현실세계에 등장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관점도 한번 고민해보시면 당신이 설계직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를 조금 더 진실에 가깝게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p.p.s. 당신의 관점이 반영된 솔직한 지원동기를 작성하고 싶다면 아래 링크를 참조해보시기 바랍니다. '면접'에 대한 칼럼이지만, 당신의 솔직한 지원동기를 고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careerners/223097213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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