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당신의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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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커리어너스를 운영하고 있는 강동현 팀장입니다.
저는 평소에 제 소개를 하면서 글을 시작하지 않습니다만, 오늘은 다르게 시작해봤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주의를 이 글에 집중시키고 싶어서입니다. 제가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못 건방지게 타이틀을 단 것처럼,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어쩌면 당신의 삶과 커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높은 확률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 글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들었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 일반 직장인, 대학교 교수님, 변호사, 취준생, 취준생 아이를 둔 62살의 아버지 등은 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얼마나 안일하게 자신의 커리어와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봤는지를 느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쩌면 조금은 술에 취해있었기 때문에 격한 반응을 보였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립 서비스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런 것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제 생각에, 이 내용은 충분히 당신이 기존에 지니고 있던 관념(프레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글솜씨가 부족해서 제 생각을 온전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지를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중요한 이야기이므로 시도를 해보겠습니다.
사족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이 칼럼은 당신이 왜 마음에도 들지 않는 거지 같은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통찰을 담은 글입니다. 부디 이 글을 끝까지 읽고, 당신이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의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먼저, 경제학에서 말하는 가치의 역설(The Paradox of Value)이라는 모델부터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당신의 커리어와 전혀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 모델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거지 같은 일을 하는 이유가 이 모델 때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학이라는 프레임을 정립하신 애덤 스미스(Adam Smith)는 자신의 가장 유명한 저서인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s)》에서 물보다 다이아몬드가 비싼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다음과 같이 제기하였습니다.
물은 무엇보다 유용하지만, 거의 아무것도 살 수 없고, 이것으로 교환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반면 다이아몬드는 거의 어떤 사용가치도 갖고 있지 않지만, 이것을 교환하면 다른 많은 재화를 얻을 수 있다.
《The Wealth of Nations, Chapter 5》
가치의 역설 또는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 또는 애덤 스미스의 역설이라고 불리우는 위의 이야기는, 사실 경제학을 조금이라도 접해봤다면 알법한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경제학적으로는 사용 가치(value in use)와 교환 가치(value in exchange)를 구분해야 하고, 희소성(scarcity) 때문에, 그러니까 물은 상대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다이아몬드는 희소성이 높기 때문에 다이아몬드가 비싸다고 말합니다.
여기까지는 고등학생 수준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고등학생이라면 여기까지만 알면 됩니다. 하지만 당신은 성인이므로, 현실적인 관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다이아몬드가 비싸지 않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다이아몬드는 부유한 사람들이 결혼을 할 때 반드시 구매하는 재화(상품)로, 그 희소성 때문에 사랑과 헌신과 부와 권력과, 소유와 지위와, 변하지 않는 불변의 가치를 지니는 무언가로 상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말 다이아몬드는 희소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다이아몬드는 사실 그렇게 희소한 재화가 아닙니다. 시중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는 거의 공업용으로 제작하는 다이아몬드이고, 이러한 다이아몬드의 공급량을 결정하는 것은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기업의 의도가 반영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다이아몬드가 희소하고 비쌀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이유가 기입이 시장에 공급하는 양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다이아몬드는 왜 희소하고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을까요? 여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습니다만, 가장 주요한 이유로 저는 드 비어스(De Beers)라는 다이아몬드 가공업체의 마케팅 전략을 꼽습니다. 왜냐하면 이 마케팅은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 캠페인 중 하나였기 때문입니다.
100년 전만하더라도 다이아몬드가 약혼 반지로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서양에서는 보석 없이 간단한 밴드 형태의 반지를 사용하거나 다른 보석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30년대 후반 전세계에 경제 침체가 불어닥쳤고, 그것은 다이아몬드 시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 드 비어스사는 뉴욕에 본사를 둔 광고 대행사를 고용했고, (지금은 진부하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이었던 상품과 감정을 연결하는 감정 마케팅(Emotional Marketing)을 시도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다이아몬드라는 사용 가치가 없는 재화에 '로맨스'라는 감정적이고 열망적인 연결을 프레이밍한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전설적인 슬로건이 탄생하게 됩니다.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
― De Beers
이 캠페인 이후 미국에서는 다이아몬드 판매량이 50% 이상 급증했고, 다이아몬드는 결혼 프로포즈의 표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다이아몬드와 관련하여 저는 실제로 재미있는 일화가 있습니다. 저는 결혼적령기(?)였던 5년 전쯤에, 저보다 일찍 결혼한 회사 동기에게 결혼을 할지 말지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내가 결혼을 할 때 와이프, 그러니까 당시 여자친구가 그러더라.
자기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니면 안된다고.
그래서 내가 다이아몬드는 사실 기업의 마케팅이라고 말했더니,
와이프가 그랬어. 오빠는 나를 그 정도만 사랑하냐고.
그래서 나는 그 정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다이아 질렀다.
너는 나보다 굳건하니까 잘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오해할까봐 첨언하건대, 저는 동기의 와이프가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옳다라고 생각하는 관념 자체가 사실 누군가의 수작질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최소한 합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그것이 수작질인지 아닌지를 알고서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이쯤에서 당신은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물과 다이아몬드가 시사하는 가치의 역설이 이해가 되는데, 도대체 이게 당신의 삶과 커리어와 무슨 상관인건지 말이죠.
상관이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아무런 사용 가치도 없으면서 가격은 겁나 비싼 다이아몬드처럼, 당신은 어쩌면 사회적으로 누군가에 의해서 조작된 가치를 쫓으면서 당신의 삶과 커리어를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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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여기서부터는 귀를 쫑긋, 아니 어깨를 쭈욱 피시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물과 다이아몬드의 역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과 커리어에서 거대한 역설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런 생각해보신 적이 없으신가요?
왜 사회적으로 꼭 필요하고 영향력이 커서 그 가치가 높은 직업들, 교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환경 미화원, 정비공, 건설이나 철도, 항만 노동과 같은 직군들은 보수가 낮을까?
반면 왜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연예인, 헤지펀드 매니저, 변호사, 스포츠 선수, 인플루언서와 같은 직군들은 보수가 높을까?
워워워. 오해를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 연예인, 헤지펀드 매니저, 변호사, 스포츠 선수, 인플루언서들과 같은 직군들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간호사나 환경 미화원분들의 직업들이 사라지는 것이 당신의 삶을 더 괴롭힐까요, 아니면 변호사나 연예인 같은 직업들이 사라지는 것이 당신의 삶을 더 괴롭게 할까요?
저는 교수나 변호사들와 같은 사회에서 엘리트라고 평가받는 직군들이 파업을 할 때는 응원을 하면서 환경 미화원분들 또는 화물차나 택배 기사님들과 같은 자신의 삶을 직접적으로 엉망으로 만들 수 있는 분들이 파업을 할 때 이분들에게 욕설을 서슴치 않는 분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내가 설계할 수 있다면 이렇게 기가 막히게 설계했을 것 같다! 자신의 일상에서 보기 드문 사람들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자신의 일상을 마비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분노와 욕설을 보내는구나.
저는 지금 정치사회 시스템을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는 위험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폭력과 분노가 내재한 사상은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한계점에 봉착한다고 믿기 때문에 그러한 이데올로기를 결코 지지하지 않습니다.
저는 100년 전보다 기술력이 너무나도 발전해서 모두가 하루 8시간씩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끊임없이 우리의 몸을 갈아넣으며 돈을 버는 이 구조에 '의문'을 품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매일 말하는 능동적 프레임에 입각해서 말이죠.
왜냐하면, 만약 가치와 보상이 역설적이면서 모순적이라는 사실을 당신이 인지하지 않는다면, 당신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택과 부동산 투기꾼들의 증가로 인한 전세사기, 교육 격차 심화로 인한 사교육비의 증가, 의료 서비스의 상업화로 인한 과잉 진료 등과 같은 피해는 그렇다 치고, 당신의 커리어 자체가 사회적 가치보다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소모적이고 의미없는 커리어를 당신도 모르게 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사람이라면 아마 무조건적으로 그럴 것입니다.
결국 제가 하고자 하는 말이 이것입니다.
제가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가치와 보상의 역설적이면서 기형적인 부분 때문에, 당신이 행복한 커리어를 밟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교육, 환경 보호, 사회복지와 같은 필수적이면서 공익적인 일은 낮은 보상을 받는 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금융 투자, 사치재 판매와 같은 일들은 높은 보상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가치와 보상의 역설'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로 인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수동적 프레임을 탑재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보다
경제적으로 보상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일이 최고다.
그리고 취준생과 직장인들은 자연스럽게 위와 같은 프레임에 입각해서 커리어를 추구하게 됩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직업을 선택하기 보다는, 경제적으로 보상이 높은 직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서 경제적으로 좋은 직업을 찾기 위해서 과도하게 스펙 경쟁에 몰두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정신적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유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설사 그것을 성공적으로 쟁취한다고 할지라도, 그 사람들을 한 가지 의문을 품게 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은 이런 일이 아니었는데,
나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
이게 정말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일이 맞는 것인가?
실제로 제가 만난 변호사 지인은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은 부자들의 시다바리라(부하)는 생각에, 가끔 독한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에 못든다고 말이죠. 자신은 어렸을 적 꿈꿨던 멋지고 정의로운 변호사가 되고 싶었지만, 로펌에 소속된 일개 개인으로서 수많은 범법 행위를 저지른 기득권층들을 변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을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구요.
우리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보건, 교육, 환경, 보안, 식품, 유통 등등. 몇몇 업계들의 노동자들의 평균 연령은 50대 이상이고, 젊은 층들은 모두 외국인들로 채워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의 근원에는 가치와 보상의 역설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당신이 감사하게도 제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당신은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안하셨다면 하셔야 합니다.
네, 다음 현실 감각 1도 없는 방구석 여포 말씀 잘 들었구요.
어차피 나 혼자 바꿀 수도 없는데 훈장질해서 어쩌란 말인지. ㅉㅉ
저는 지금 위와 같은 현실을 바꾸기 위한 정치적인 글을 쓴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이러한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당신의 커리어를 장기적으로 성공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 당신의 관점에 맞는 의사결정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외면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커리어 선택에서 커다란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가치와 보상의 괴리로 인해서 높은 연봉을 쫓다가 내적 불만족과 번아웃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죠.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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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당신이 이러한 역설을 이해하고 당신의 커리어를 설정한다면, 행복과 성취감을 기반으로 당신의 커리어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보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조금 보수를 덜 받더라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고객들을 돕고 사회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가치와 보상의 역설이라는 모델을 기반으로, 당신이 어떻게 커리어를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의견을 주장해 보았습니다.
1. 왜 물보다 다이아몬드가 비쌀까?
2. 역사상 가장 성공한 마케팅: 다이아몬드
3. 다이아몬드 반지로 프로포즈 한 회사 동기
4. 가치와 보상의 역설(The Paradox of Value and Pay)
5. 가치-보상 역설 때문에, 당신의 커리어가 불행한 것이다
6.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인가?
저는 위와 같은 6가지를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치와 역설이라는 모델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 이후에 저의 커리어를 진정으로 제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가끔은 조금 더 쉽게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는 의도적으로 제가 투병을 했던 3년 간의 세월을 상기하죠. 그리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되새김질 합니다. 왜냐하면 제가 걸아가는 이 길이 올바른 방식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커리어너스의 구독자라면, 아니 구독자가 아니더라도 이 글을 처음부터 여기까지 읽었다면, 당신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커리어를 밟아나가고 싶다고 말이죠.
그 시작은 가치와 보상의 역설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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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가치 보상의 역설은 AI 시대에도 굉장히 중요한 함의를 지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가치 보상의 역설이라는 모델이 우리의 노동시간을 증가시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AI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함의를 지니는데, 이에 대한 글은 추후 다른 칼럼을 통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p.p.s. 그렇다면 어떻게 내가 의미있는 방식으로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을까요? 그 시작은 저희가 강조하는 수동적 vs. 능동적 프레임에 대한 모델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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