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고고학: 생애 첫 목격자와의 대화

by 강동현

나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가깝고도 먼 여행이다. 이 여정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권하는 방법은 '무의식 글쓰기'다. 검열되지 않은 내면의 목소리를 종이 위에 쏟아내는 과정은 자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가장 정직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의 심리학자와 철학자들이 입을 모아 강조하는 자기 탐색의 정석이다.


그렇다면 글쓰기 다음으로 강력한,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생애 첫 목격자와의 대화'라고 부른다. 바로 나를 낳고 길러준 부모님, 혹은 나를 가장 가까이서 보살펴준 양육자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우리는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기대와 생존 전략에 맞춰 스스로를 다듬는다. 그 과정에서 본래 지니고 있었던 날 것의 기질은 억눌리거나 잊히기 마련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유전적 설계도인 '기질(Temperament)'과 환경에 의해 형성된 '인격(Character)'으로 구분한다.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모습이 사회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하는 '인격'이라면, 부모님의 기억 속에 저장된 모습은 당신의 본연에 가까운 '기질'이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단순히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라는 존재가 세상에 처음 도착했을 때 지니고 있던 고유의 색깔을 복원하는 고고학적 작업이다.


어머니나 또는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 이 질문들은 당신의 무의식 속에 잠들어 있는 원형의 자아를 깨우는 열쇠가 될 것이다.



저는 어렸을 때 어떤 아이였어요?
제가 했던 행동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행동이 뭐예요?
엄마와 아빠가 제가 가장 강조했던 가르침이 뭐예요?
우리 가족만의 독특한 습관이나 전통이 있었어요?
어릴적에 엄마는 제가 어떤 사람이 되길 바랐어요?
지금의 제 모습과 어린 시절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어요?



나의 사례를 들자면, 나는 오랫동안 나 자신을 활달한 외향인으로 정의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어머니와의 깊은 대화를 통해 어린 시절의 내가 내성적이고 혼자만의 세계에 몰입하던 아이였다는 사실을 재발견했다. 또한, 지금의 자유분방함 역시 성인이 되어 획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아주 어릴 때부터 제어하기 힘들 만큼 강렬하게 내재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발견은 현재의 나를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가 된다. 내가 왜 특정 상황에서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왜 어떤 가치에는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기질'이라는 뿌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부모님의 눈동자를 통해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양육자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인지하기도 전에 우리를 바라봐준 첫 번째 거울이다. 만약 부모님과 대화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당신의 어린 시절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할머니, 이모, 혹은 스승도 좋다.


나를 안다는 것은 '새로운 나'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면 뒤에 숨겨진 '원래의 나'를 찾아내는 과정이다. 그 힌트는 당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오후, 당신을 가만히 지켜보던 누군가의 시선 속에 머물러 있다. 그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자아는 훨씬 더 견고하고 입체적인 형상을 갖추게 될 것이다.






▶ 부모님의 기억조차 닿지 않는 당신의 깊은 내면, 그 막연한 지도를 선명한 문장으로 그려내는 법, 《자기이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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