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헤아리는 마음
우린 모든 경험을 하지 않았더라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는 전시에서 전이수 작가의 '엄마의 마음'이라는 작품을 보면서 '공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지팡이로 땅을 툭툭 치면서 학교에 가는 시각장애인 형아와 그 모습을 한참을 뒤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어요. 학교가 아니라 앞으로 그 형아가 혼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 생각했을 때 뒤에서 보내는 엄마의 마음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작가의 노트 중>
이 그림 앞에서 눈물이 왈칵 났다. 예전 같으면 지팡이를 짚고 가는 아이의 마음에 시선이 머물렀다면, 이젠 그 아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에 내 온 마음이 머물렀다.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어렴풋이 헤아려지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이처럼 삶의 경험은 우리를 폭넓은 공감의 세계로
안내해 주는 것 같다. 근데 '십 대의 어린 작가는 어떻게
이 마음을 헤아리게 되었을까..'
다양한 삶의 경험은 이해의 폭을 넓혀주지만, 수많은 삶을 다 경험해야만 공감할 수 있는 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이며, 또 진심으로 그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그게 공감이 아닐까..
아무튼 놀라우리만큼 깊은 그의 감수성에 감명을 받으며, 공감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임상심리학자이자 비폭력대화의 창시자인 마셜 B. 로젠버그는 공감이란, 다른 사람의 경험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경험하는 것을 내가 가진 경험과 이해 수준으로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경험하고 느끼는 방식과 깊이로 이해해 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은 그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이란 상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상태가 아니라, 상대가 가지는 감정이나 느낌이 그럴 수 있겠다고 기꺼이 수용되고 이해되는 상태라고 했다. 치료자의 자격보다 중요한 건 치료자의 공감하는 태도임을 강조하면서
"네가 느끼는 감정은 그럴 만 해. 그럴 수 있어." 즉, 상대방의 경험과 느낌을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삶의 폭넓은 경험은 공감의 깊이를 넓혀주지만, 많은 경험을 할 수 없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나의 경험과 이해체계로 판단하려는 태도를 내려놓는다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공감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나는 [평가하지 않기]와 [궁금해 하기]라고 말하고 싶다(비폭력대화 ch3./ 당신이 옳다 ch6. 참고).
'취업에 실패해서 우울한 거야.', '부모님이랑 사이가 나빠서 힘든 거야.', '명확한 목표가 없어서 무기력한 거야.' 등 내가 이해하고 판단한 결론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상대방에게 직접 묻고, 온 맘으로 들어보는 것이 공감의 시작이 아닐까.
이제 물어보자. 나와 너에게.
지금 마음이 어떠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