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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redere Apr 06. 2021

250원 당신께깊이 감사드립니다

[통증수필] 이명에 얽힌 보호환자의 이야기



목 어깨의 통증과 심한 이명으로 외래를 찾는 환자가 있다. 

그는 소위(所謂) '보호환자' 로 의료비가 정부에서 지원되기에 

병원에서 시행하는 급여 치료는 어떤 치료를 해도 250원 자부담만 하면 된다. 

물론 적응증하에 꼭 필요한 치료를 한다는 전제조건은 붙지만 말이다. 



- 첫 만남 

어쩌면 으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1분 내외이겠거니 생각 하셨는지

그간의 아픈 사연을 어떻게든 단도리쳐 이야기 하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세가지를 이야기 하려 하는데요.”

라는 첫문장을 시작으로 그간의 힘들었던 사연을 쏟아 놓는다. 

병원을 찾기전 분명 미리 준비한 기세가 역력하다.


평소 환자의 눈을 바라보고 먼저 가슴에 담긴 사연을 듣길 즐겨 청하곤 한다.

아마 내가 자신의 말을 짜를까 

쌓았던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할까 

노심초사 긴장이 되셨는지 말이 점점 꼬여만 가니

그 긴장을 덜어주고자 아예 몸을 돌리고 의자를 당겨 그 앞으로 더욱 다가섰다. 


- 첫 사연

그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요약하면 이러하다.

여러 혈관 질환 이야기를 들었고 목이 아프며 뒷통수 통증과 이명(耳鳴)이 심한 상태.

이리도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명은 '高-中-低' 로 나눌 수 있는데 최근에는 最'苦' 이란다.

이명때문에 좋다는 병원을 여럿 찾았고 온갖 검사에서 문제는 없었다 한다. 

문제가 없다면 다행이지만 오히려 문제가 없어 문제다. 

그 이명이 잠을 못잘 정도로 자신을 괴롭히니 

어디든 찾아가 이 고통을 토로 하고 싶으리라.

어떤 방법이든 써서 지긋지긋한 이명을 치료하고 싶었으리라.


제가 하는 치료가 통증을 그리고 이명을 전부 낫게 못할 수는 있지만 짚이는 바가 있고 치료할 곳이 있습니다.저와의 치료로 통증 뿐 아니라 이명까지 호전된 환자분들이 적지 않은데한번 받아보시는게 어떨까요.


- 첫 치료

어쩌면 서로를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상대방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치료를 권유하게 되었고 

고민끝에 치료를 받게 되었고 

결국은 치료를 시작되게 되었다.  


치료실 침대에 누으며 자세를 잡기위해 안경을 벗는 얼굴을 보니

두꺼운 안경 렌즈에 가려져 있던 또렷한 깊은 눈매가 인상깊다. 

그렇게 그날의 첫 치료가 시작되었다. 


다음 외래에서 다소 상기된 목소리로 이명의 호전을 알려온다. 

초반에 ‘저’ 로 유지되다가 ‘중’ 정도로, ‘고’ 보다 훨씬 편안해 지셨다고 

다음 치료 계획을 묻는 목소리는 다소 상기되어 있다. 


모든 치료가 완벽할 수 없고 일시적일 수 있지만

그간의 치료에서 처음으로 호전을 경험했으니 

기분 좋은 출발이라 설명 뒤 다음 치료 계획을 잡아본다. 


두번째 치료 후 외래에서 이명이 꽤 줄어 편안해 졌다고 한다.

진료실 앞에 서서 90도 절하면서 들어오시는 모습에 

함께 고개를 숙여 맞을 수 밖에 없는 기쁜 소식

그리고 물론 이명이 아직은 있지만 적절히 유지된다는 이야기에 서로가 웃었다. 


만병통치약이 있겠습니까. 
워낙에 목 어깨가 안좋으니 이런 곳을 잘만 치료해도 이명까지 좋아지는 경우가 있으니앞으로도 간간히 낡은 톱니바퀴에 기름칠 하듯 천천히 치료해 갑시다.급할 것 없습니다. 우리 몸은 자가회복능력도 있으니 시간이 필요합니다.


행여나 질병의 경과를 이해 못하고 치료 과정중의 통증 변화에 일희일비 할까 하여

다시금 처음부터 향후 예상되는 결과를 설명했다. 

모든 이명이 목어깨 관절 치료로 좋아질 수는 없지만 

어떤 이명은 목어깨 관절 치료도 좋아지기도 하는 것은 목어깨 관절의 구조에서 기인한다.


이어지는 또 다른 사연이 있었다. 


제가 안양 내 어디어디 의원에서 치료를 했어요.
그 분이 딱 명의에요. 
그런데 물주사를 맞으면 좋아진다 하는데 
20만원짜리 비급여 주사라서 내가 형편이 어려워 맞지를 못했어요. 
그래서 돈이 없다 하니 그럼 다른 통증의학과를 가서 주사를 맞아보라 하는거에요. 초음파 검사만 하고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주사를 맞았어도 이리 나을 수 있었을까요? 
아마 내가 수급자라 돈이 안되었을까요? 
비급여 치료를 못하니 그 병원에 도움이 많이 안되었겠지요? 
여기서 난 250원 냈는데.
그래도 정말 다행이에요. 
원장님 의술과 인술이 너무나 출중하십니다.



내가 뭐라고 이런 칭찬을 듣는가

그저 

고통을 귀담아 듣고 

할 줄 아는 치료 간단히 한 것 밖에 없는데 

비타민 음료까지 사주시고 가신다.

돌팔이라 욕먹지 않은것만 해도 감사하다.

치료라는게 항상 효과가 있는게 아니니 말이다. 


내가 개원한 이유는 이런 힘든 환자분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정직하고 바른 치료

비급여를 남발하지 않는 치료 

돈이 없어도 실비가 없어도 

오는게 꺼려지지 않는 병원 

애써 혼자 끙끙 병을 키우는게 아니라

궁금하면 찾아와서 묻고 해결할 수 있는 병원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그런 환자를 만나고 싶었고 

그렇게 꿈꾸던 공간이 만들어져가고 있고 

힘들어 하는 환자분들이 오시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무료진료소에서 통증 치료 봉사를 했었다. 

2년을 하다가 코로나로 무료진료소가 문을 닫게 되었고

다행스래 이런 공간을 열게 되었으니 나는 참으로 복이 많은 사람이다.


마치 훌륭한 의술을 가지고 절대 비기를 가지고 치료하는 것 같지만 

절대 아니

그렇지 아니하다. 


통증 치료에서 내가 하는 역할을 극히 미미하다. 

난 왜 아픈지 찾아보고 회복할 수 있는 물꼬만 터주는 역할일 뿐. 

나머지 치유는 내 몸이 하는 것. 

난 그런 회복의 치료를 하고 싶다. 

이곳이 치유의 공간이 되길 기도한다. 


신경외과 의사로 칼잡이로 살아왔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베라는 속담은 의료에서는 완전히 틀렸다. 

어떻게든 칼을 뽑지 말고 설사 뽑았다 하더라도 더 심사숙고 해서 다시 칼집으로 넣을 각오를 해야 한다. 


개원을 하고 환자분들께서 찾아주신다. 

첫 진료를 보고 다시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이 너무나 고맙다.

내가 뭐라고. 

그럼에도 나의 진심을 알아주시는거 같아서 감사하다. 


250원, (만 받고도 치료를 잘해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250원, (이지만 저를 찾아수시고 믿어주시고 몸을 맡겨주셔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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