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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Nov 15. 2024

그랜드 케이맨 (Grand Cayman)

(아마도) 한국과 가장 먼 카리브해





Henley Passport Index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한민국 여권 파워는 세계 3위로, 세계 191개 국가 (또는 지역) 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여행 직전까지 해당국 비자가 안 나와 발 동동 구르던 이야기는 한국인에게는 이미 먼 옛날 ‘구전동화’가 된 듯 하다.


그런데 미주 (북/중/남미) 에서 유일하게 한국인에게 비자를 요구하는 곳이 있으니, 바로 영국령 케이맨 제도이다*. 정작 영국 본토에서는 한국인에게 무비자 입국에 자동 출입국 심사 서비스 이용까지 허용하는데, 영국령 중에서도 유일하게 케이맨 제도만 요지부동이다. 그만큼 가볼 가치가 있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케이맨 제도가 영국령인 까닭에, 과거 케이맨 제도 비자는 세계 각지의 영국 대사관을 통해 받아야 했다. 세계 어느 나라 비자나 신청서 쓰랴 요구 서류 준비하랴 번거로운 것은 매한가지이겠지만, 영국 대사관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까닭에 여기에 영국 정부의 ‘느림의 미학’까지 추가되었고, 템플 스테이하는 마음가짐으로 느긋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함양되는 대한민국 일처리 속도에 대한 감사 그리고 애국심은 덤.


단, 2024년 들어 드디어 케이맨 제도 정부에서 자체적으로 비자를 발급하도록 체계가 변경되었고, 이제는 온라인으로 비자 신청 및 1~2주 내 비자 수령이 가능하다. 여전히 비자를 받아야 하는 부분은 번거롭지만, 그래도 과거 대비 엄청나게 개선된 셈. 케이맨 제도에 방문할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케이맨 제도의 인구는 약 7만 8천 명이지만, 이 중 절대 다수인 7만 6천 명 정도가 가장 큰 섬인 그랜드 케이맨에 모여 산다. 그래서 그랜드 케이맨 (특히 수도인 조지타운 일대) 은 생각보다 북적거리며, 카리브해에서 보기 드문 교통 정체도 간간이 발생한다. 하긴 연간 관광객만 2백만명 이상이며 이들 중 절대 다수가 그랜드 케이맨으로 유입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랜드 케이맨의 관광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더 심한 정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일지도.


하지만 공항 근방의 복잡함만 보고 지레 실망할 일이 아니다. 동서 길이만 30km가 넘는 비교적 큰 섬인데다 섬 곳곳에 좋은 비치가 산재해 있어, 조지타운 일대만 벗어나면 금방 한적해진다. 게다가 가장 관광객이 많은 섬 서부도 ‘Seven Mile Beach’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비치 길이만 10km에 달해 (제대로 반올림을 했다면 ‘Six Mile Beach’가 되었겠으나 약간의 과장을 덧붙이기로 한 모양이다) 관광객이 좁은 면적에 집중되는 느낌은 생각 외로 별로 없다.


이렇듯 10km에 달하는 비치를 따라 수많은 고급 호텔들이 즐비하며, 흡사 미국이나 유럽의 고급 휴양지를 연상시킨다. 호텔 앞으로는 끝 없는 비치가 펼쳐지고 뒤로는 수많은 고급 레스토랑, 바, 클럽 등이 이어지니 심심할 새가 없을 터. 단, 가격 또한 상당히 비싸니 이 지역이 부담스럽다면 섬 다른 지역의 조금 더 저렴한 호텔을 잡고 필요에 따라 이 지역에서 즐기다 가도 괜찮을 듯.





이미 예상했겠지만, 케이맨 제도의 물가는 카리브해에서도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허나 다행인 것은 최소한 가격 대비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지는 않다는 것. 실제로 Google이나 TripAdvisor 등에서 검색해 보면 대부분 식당이 5점 만점에 4점 이상 준수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Czech Inn Grill과 같이 수수한 외관에 속지 말 것. 현지인 (렌터카 업체 직원) 의 추천이 없었다면 아마 별 볼 일 없겠다며 지나쳤을 터. 그러나 추천을 믿고 Jerk chicken & pork combo 그리고 음료 한 병을 주문했다. 이것만으로도 가격은 이미 30 달러에 육박.


그런데 맛을 보니 아까운 가격이 아니었다. 그간 Jerk chicken만 십 수 번 넘게 먹었는데, 이렇게 ‘겉바속촉’에 향신 밸런스까지 잘 맞는 경우는 드물었다. 캐주얼의 가면을 쓴 호텔 요리를 먹는 느낌이랄까. 이렇게 케이맨 제도 비자를 받다 생긴 ‘사리’가 조금씩 녹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럼은 위스키 등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류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그러하다. 카리브해 현지 기준 저렴한 럼은 일반적으로 병당 20 달러 아래로 구매 가능하고, 마시기 좋은 고품질 럼도 50~100달러 선에 구매 가능하다.


그래서일까, 카리브의 양조장들은 더 품질 좋고 마시기 좋은 럼을 만들어 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다양한 스파이스나 향을 첨가하고, 셰리나 버번을 숙성 시켰던 오크통을 사용하여 숙성하고, 숙성 기간을 늘리는 등의 시도는 이제는 일반적인 수준. 여기에 한정판 럼 판매는 거들뿐.


그런데 이를 뛰어넘는 고민의 흔적을 바로 이곳 Cayman Spirits Co.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이 판매하는 Seven Fathoms 럼은 해저에서 숙성시켜 증발량을 줄일 뿐 아니라 럼으로서는 상당히 독특한 풍미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러한 고민과 시도가 지속되는 한 럼의 진화 또한 계속되지 않을까.





꼭 해봐야 할 일: Seven Mile Beach 중 일부라도 걸어 다녀 보기, Cayman Turtle Centre에서 바다거북과 교감하기, 밤에 Bioluminescent Bay에서 카약 타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5도로 다소 더움. 5월~11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서부 대앤틸리스 제도 (Greater Antilles) 에 속하며, 자메이카 서북쪽 약 300km에 위치. 케이맨 제도 내에서는 최서단에 위치 (리틀 케이맨 서쪽 약 100km 지점).

시간대: 미 동부 표준시 (한국보다 14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그랜드 케이맨 공항 (GCM) 까지 직항편 이용이 가능 (비행 시간은 미국 내 출발지에 따라 상이하며, 통상 2.5~4시간 선).

입국 요건: 대한민국 국적자는 사전 비자 발급 필요 (북/중/남미 전체에서 유일하며, 전세계 영국령 중애서도 유일). 비자는 세계 각지 영국 대사관을 통해 발급 받을 수 있으며, 한번 입국 시 최장 30일 체류 가능. 단, 대한민국 국적자라도 케이맨 제도/영국/미국/캐나다 영주권 소지자는 무비자 입국 가능. 또한 크루즈선 기항중 관광 목적 하선 시 1일 무비자 입국 허용.

화폐 및 여행 경비: 케이맨 제도 달러 (KY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KYD = 1.2 USD). 그러나 미 달러도 통용되어 별도 환전은 불필요 (단, 일부 거스름돈을 KYD로 줄 수는 있음).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국령인 관계로 영어가 공용어.

교통: 생각보다 섬이 커 (섬 일주 거리 70km 이상) 근거리 이동 외 택시나 렌터카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며, 공항 기준 Seven Mile Beach 지역은 20~30달러 선, East End 지역은 110~130달러 선, 섬 일주 시 160~200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50~80달러 선이나, 영국령인 관계로 좌측 통행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자세한 정보는 케이맨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caymanislands.com/en-us/experiences/transportation).

숙박: 고급 호텔 숙박료는 상당히 고가이며 (일 700~800달러 이상), 일반 호텔도 싸지는 않으므로 (일 300~400달러 이상) 예산 등 고려한 합리적 선택 필요. 대신 3성급 호텔/리조트도 비교적 양질의 시설/서비스를 제공하니 참고할 것. 자세한 정보는 케이맨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caymanislands.com/en-us/accommodations).

식당/바: 조지타운 및 Seven Mile Beach 지역에 대부분의 식당이 모여 있으며, 동/서양 및 캐리비안 요리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음 (그러나 한식당은 없음). 물가가 싸지 않으므로 (일반적 식사 1끼당 30~50달러 선) 식당별 대략적인 가격대를 사전 확인 후 방문 추천하며, 평 좋은 고급 식당의 경우 대부분 사전 예약 필요. 자세한 정보는 케이맨 제도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caymanislands.com/en-us/plan-your-trip/our-local-business).

전압/콘센트: 12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345.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의료 911), 케이맨 제도 관광청 (+1-345-949-0623),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자메이카 대한민국 대사관 (+1-876-924-2731/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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