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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Sep 04. 2024

마리 갈란트 (Marie-Galante)

‘The Big Pancake’





과들루프에서 페리로 단 한 시간이면 닿는 곳인데, 느낌이 전혀 다르다. 과들루프가 험준한 산에 활화산까지 존재하여 제법 거친 느낌을 주는데 반해, 마리 갈란트 섬은 전반적으로 평탄한 지형이다 보니 페리로 다가가면서부터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 그래서 이 섬의 별명도 마치 팬케이크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the Big Pancake.’


그러나 이 ‘거대한 팬케이크’의 이곳 저곳에는 다양한 즐거움이 숨어 있다. 그림 같은 비치와 바닷가 절벽 기암 괴석, 옛 플랜테이션의 흔적과 아직도 성업 중인 럼 양조장, 그리고 한가로운 마을과 정겨운 사람들까지. 크기는 과들루프의 1/8에 불과하지만 즐길 거리는 절대 부족함이 없으니, 숨겨진 보석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터.





섬 어디를 다녀도 푸르르다. 아니, 그냥 푸르른 것이 아니라 그 푸른 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마치 한없는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듯한 하늘 아래 이 끝없는 푸르름, 그리고 이 풍요로움이 선사하는 안정감은 카리브해 어디를 가도 쉽게 발견하기 어려운 느낌이다.





이 풍요로움을 사람들이 그냥 보고 넘겼을 리 없으니, 우후죽순 들어섰던 플랜테이션들이 바로 그 흔적. 지금은 그저 유적이자 관광 자원일 뿐이지만, 부지와 시설의 규모를 고려하면 과거 얼마나 융성했었을지 익히 짐작 가능하다.





그러나 이 섬의 풍요로움이 과거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오늘날에도 이 작은 섬에 유명한 럼 양조장만 세 개가 있고, 그 외에도 대형 설탕 공장이 가동 중에 있다. 그리고 각 양조장 별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살려 다양한 제품을 생산 중에 있다.





마리 갈란트 섬에서는 비치가 아쉬울 때 힘들게 이동할 필요가 없다. Grand-Bourg, Capesterre, Saint-Louis 등 주요 마을 바로 앞에 환상적인 비치가 펼쳐지기 때문. 그냥 비치 타올 등 필요한 물품만 가볍게 챙겨서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된다.





마을 앞 비치도 이미 충분히 좋은데, 조금만 발품 팔아 나가면 더 환상적인 역대급 비치를 만날 수 있다. 이렇듯 이 섬에서는 대부분의 즐거움이 10~20분 드라이브면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이 섬에서의 여행이 편하면서도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





아무리 별명이 ‘the Big Pancake’일 정도로 전반적으로 평탄한 지형이라 해도 (얕은 해저에 산호 등이 쌓여 형성된 두터운 석회암층이, 대서양판이 카리브판 아래로 섭입됨에 따라 융기하면서 섬이 되었기 때문), 특이하게도 동북쪽 해안에는 야트막한 절벽과 기암 괴석이 간간이 나타난다. 카리브해 지역이 위도상 편동풍이 불다 보니 상대적으로 동쪽 해안에 침식 작용이 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 여하튼 Gueule Grand Gouffre나 Caye Plate와 같은 기암 괴석이 부드러운 비치의 연속에 자칫 단조로워질 수 있는 이 섬의 모습에 악센트를 더한다.





바로 옆 과들루프 섬 인구가 38만인데 반해 마리 갈란트 섬의 인구는 불과 1만명 정도. 그리고 이 인구는 크게 Grand-Bourg, Capesterre, Saint-Louis 등 세 개의 마을 (인구순) 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이 세 마을의 느낌이 조금씩 다르다. 일단 Grand-Bourg는 인구 5천명의 가장 큰 마을 답게 주요 시설도 몰려 있고 번화한 느낌도 조금 난다. 그에 반해 Saint-Louis는 인구 2천명의 작은 마을이다 보니 한적한 시골 마을의 느낌이 강하고, Capesterre는 바닷가 휴양지 같은 느낌이 난다.


그러나 어느 마을이든 사람들의 모습은 모두 여유가 넘친다. 이 여유에 동화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리라.





볼 것만 많다고 좋은 관광지는 아니다. 이곳 저곳 다니다 맘 편히 쉴 카페도 필요하고, 해질녘엔 비치바에서 맛난 음식과 술도 즐길 수 있어야 진정한 여유일 터.


그런 의미에서 마리 갈란트의 레스토랑/바 신은 참 고맙다. 작은 섬이지만 관광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 있다. 아침에는 동네 빵집에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비치바와 카페가 들어서 더워진 몸과 마음을 정화해준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에 술 한 잔 곁들여가며 밤이 깊어 간다.





꼭 해봐야 할 일: 마음에 드는 비치를 골라 여유를 즐겨보기, Bielle, Bellevue, Poisson 등 럼 양조장에서 다양한 럼 마셔보기, Gueule Grand Gouffre 등 절경 감상하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크게 더워지지 않음. 5월~11월 우기/허리케인 시즌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중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에 속하며, 과들루프 섬 남쪽 약 30km 및 도미니카 섬 (Dominica) 북쪽 약 3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정기 항공편 없어 과들루프의 Pointe-à-Pitre 및 Saint-François 등지에서 페리로 이동 필요. 과들루프 공항까지는 마이애미 (MIA) 에서 주 2회 정도 직항편 운항하며 (비행 시간은 3.5시간 선), 마이애미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2~3시간 선). 한편 파리 (CDG, ORY) 에서 하루 3~6편 직항편 운항중.

입국 요건: 과들루프 (마리 갈란트 포함) 는 프랑스령인 까닭에 프랑스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과들루프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유로가 공식 화폐로 환전 필요.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하나, 택시 등 이용 시 대비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Grand-Bourg에는 Crédit Agricole, BNP Paribas, Banque Postale 등 ATM 존재하나, 그 외 지역에서는 ATM 찾기 어려울 수 있음.

언어: 프랑스령인 까닭에 불어가 공용어이며,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불어 외 언어 (영어 포함) 로 의사소통 불가한 경우 많아 유의.

교통: 섬이 생각보다 작지 않아 (섬 일주 기준 55km 선) 차량 이용 필수. 택시 투어는 100유로 선이며, 택시가 많지 않아 사전 예약 필요. 렌터카는 하루 50~70유로 선이며, 우측 통행에 주요 도로 포장 상태 양호한 편.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 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on-guadeloupe/other-accommodations).

숙박: 남쪽 해안 (Grand-Bourg와 Capesterre-de-Marie-Galante 사이) 에 대부분의 호텔이 위치하며, 가격도 비싸지 않은 편 (일 100~150달러 선).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accommodation).

식당/바: Grand-Bourg, Saint-Louis, Capesterre-de-Marie-Galante 등 주요 마을에 대부분의 식당이 위치. 프렌치 또는 캐리비안 요리가 대부분이며, La Playa, Le Murat (프렌치/캐리비언) 및 Dantana Café (비치바)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restaurants).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C/E 사용 (즉, 프랑스와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없음.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0 (생 마르탱, 생 바르텔레미와 공유).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17, 의료 15), 과들루프 관광청 (+590-590-820-930),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33-1-4753-0101),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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