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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Sep 07. 2024

테르 드 오트 (Terre-de-Haut)

어, 여기 관광객한테 인기 많은 곳이라 했는데, 왜 이렇게 거칠어 보이지





갑자기 사람들의 탄성이 터진다. 그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캐리비언의 해적’ (또는 고전 게임에 조예가 깊은 분들이라면 ‘원숭이섬의 비밀’) 에 나올 법한 비주얼의 바위섬이 눈 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시퍼런 바다 그리고 이 바다를 결연히 거부하듯 바다 위로 솟아 있는 바위들이 압도적 비주얼을 만들어 내고, 이 압도적 비주얼 속에 분명 무언가 대단한 것이 숨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테르 드 오트의 첫인상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기대는 페리가 항구에 도달함에 따라 확신이 된다. 페리가 섬에 다가감에 따라 거친 바위섬의 뒷편에 숨어 있는 잔잔한 바다와 평온한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고, 일단 이 풍경을 목도한 이상 이 섬에 대한 기대를 접을 도리는 없다. 어서 배를 내려 이 섬을 즐기고 싶을 뿐.





드디어 배를 내려 마을 광장으로 들어서는데 불편한 느낌이 전혀 없다. 소박한 섬마을의 모습이지만 카리브해의 눈부신 태양을 만나니 강렬한 인상이 되고, 처음 만나는 섬사람들이지만 카리브해의 여유와 친절함을 만나니 편안한 일상이 된다.


이렇게 편안해진 마음을 안고 마을을 돌아보기 시작한다. 마을 중심가 어디를 가든 들어가고 싶어지는 편안한 느낌의 식당, 바, 카페가 즐비하다. 그러니 급할 것이 없다. 마음 내키는 대로 돌아보다가 힘들어지면 쉬면 그만이다. 마을 초입부터 이러한 깨달음을 주는 곳이 어디 흔하던가.





즐거운 마음에 조금 걷다 보면 이내 이 섬이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전체도 결국 부분의 합이듯 (물론 부분의 합이 반드시 전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섬의 아름다움도 결국 건물 하나 하나의 합 아니겠는가.


그런데 건물 하나하나가 모두 예쁘다. 단순히 교회, 시청 등 종교 시설이나 공공 건물 뿐 아니라, 가옥 하나하나가 모두 잘 관리되어 있다. 화려한 건물은 드물지만, 파스텔 톤으로 깔끔하게 칠해진 건물이 카리브해의 찬란한 햇빛을 만나면 그 어떤 건물보다도 화려하게 빛나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이 섬에 온 이상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Fort Napoléon des Saintes. 18세기에 섬 북쪽 언덕에 건설되어 이 섬을 지키던 요새로, 여기에 올라야 비로소 섬의 경치를 제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


그런데 대체 왜 이 요새를 건설하게 된 것일까. 사실 이 섬이 프랑스령이 된지는 꽤 오래 되었지만, 1759년부터 1763년까지 영국이 이 섬을 잠깐 점령한 적이 있다. 이후 파리조약에 따라 이 섬이 프랑스에 반환되었지만, 프랑스인들은 이 경험이 꽤나 무서웠던 모양. 그래서 1777년에 이 요새를 짓고 방어 태세를 강화하게 된다. 그럼에도 1809년에 영국인들이 이 요새를 파괴해 버렸고, 이후 1867년 다시 건설된 것 (이 당시 나폴레옹 3세의 이름을 따서 요새를 명명). 허나 정작 다시 건설된 이후에는 한번도 방어에 쓰인 적이 없었다 하니 이 또한 역사의 아이러니.


여하튼 1997년 프랑스 문화재 (역사 기념물) 로 지정된 이래 이 요새는 이 섬의 대표적 관광자원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언덕을 올라 (입구까지 전동 카트나 택시로 올라갈 수 있으니 힘들지는 않다) 요새에 들어서면 생각보다 큰 요새의 규모와 함께 지난했을 이 섬의 역사가 한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요새를 나와 요새 성벽에 오르면 사방으로 탁 트인 이 섬의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팁 하나. 박물관을 먼저 관람한 후 요새 성벽에 올라 경치를 보는 편을 추천한다. 일단 이 섬의 환상적인 경치를 보고 나면 박물관 정도는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기 때문.





그런데 굳이 Fort Napoléon des Saintes에 올라야만 이러한 절경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섬에서 웬만한 고지대에 오르기만 하면 어느 쪽으로 바라보아도 절경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 그러니 어느 한 스팟에 득달같이 달려갈 필요가 없다. 그냥 여유롭게 즐기다 자연스럽게 절경까지 가슴에 담고 내려오면 된다.





단, 여름동안 이 섬의 비치는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바로 여름철에 마구 떠밀려오는 해초 (주로 모자반) 때문. 카리브해 많은 섬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일부 섬들의 경우 밀려오는 대로 최대한 빨리 치우는 반면 테르 드 오트에서는 일부 쌓여도 크게 개의치 않는 듯하다. 물론 바다야 여전히 아름답지만, 가까이 다가가면서 느끼는 해초의 냄새가 썩 유쾌할 수는 없는 일. 그래도 비치 외에도 볼 것 많은 휴양지이니 비치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즐거움에 집중해도 충분하다.





꼭 해봐야 할 일: Fort Napoléon des Saintes 관람하고 절경 감상하기, 테르 드 오트 거리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식당/카페/바 들어가 여유를 즐기기, 전동 카트로 자유롭게 섬 돌아보기.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도 크게 더워지지 않음. 5월~11월 우기/허리케인 시즌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4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중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윈드워드 제도 (Windward Islands) 에 속하며, 과들루프 섬 남쪽 약 10km 및 도미니카 섬 (Dominica) 북쪽 약 3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정기 항공편 없어 과들루프의 Trois-Rivières 및 Pointe-à-Pitre 등지에서 페리로 이동 필요. 과들루프 공항까지는 마이애미 (MIA) 에서 주 2회 정도 직항편 운항하며 (비행 시간은 3.5시간 선), 마이애미까지는 뉴욕, 애틀랜타, 댈러스 등 한국발 주요 행선지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2~3시간 선). 한편 파리 (CDG, ORY) 에서 하루 3~6편 직항편 운항중.

입국 요건: 과들루프 (테르 드 오트 포함) 는 프랑스령인 까닭에 프랑스 입국 규정이 동일하게 적용되어, 대한민국 국민은 과들루프도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90일).

화폐 및 여행 경비: 유로가 공식 화폐로 환전 필요. 대부분 매장에서 신용카드 사용 가능하나, 혹 해외 결제 관련 문제 발생 대비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테르 드 오트에는 Crédit Agricole 및 Banque Postale ATM이 존재하나, 그 외 지역에는 ATM 부재.

언어: 프랑스령인 까닭에 불어가 공용어이며,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불어 외 언어 (영어 포함) 로 의사소통 불가한 경우 많아 유의.

교통: 섬이 크지 않아 (섬 종단 기준 5km 선) 대부분 전동 카트를 대여 (택시 투어 또는 도보도 종종 선택). 택시 이용 시 섬 종단 기준 20~30유로 선. 전동 카트는 하루 80~100유로 선이며, 대여 시 운전면허증 필요하니 유의.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 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on-guadeloupe/other-accommodations).

숙박: 섬 전역에 다수의 호텔이 위치하며, 저렴한 호텔은 일 100~150달러 선이나 더 비싼 호텔도 존재 (일 300~400달러 선). 빌라 렌트도 가능.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accommodation).

식당/바: 테르 드 오트 마을 내 대부분의 식당이 위치. 프렌치 또는 캐리비안 요리가 대부분이며, Les Balancoires, Ti Kaz La, Au bon Vivre 등을 추천. 자세한 정보는 과들루프 관광청으로 (https://www.lesilesdeguadeloupe.com/tourism/en-us/restaurants).

전압/콘센트: 230V/50Hz에 플러그 타입 C/E 사용 (즉, 프랑스와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없음.

국제전화 국가 번호: +590 (생 마르탱, 생 바르텔레미와 공유).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17, 의료 15), 과들루프 관광청 (+590-590-820-930),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33-1-4753-0101),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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