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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HS Sep 14. 2024

몬세라트 (Montserrat)

카리브해에 아일랜드의 자취가?


“Enjoy Montserrat!”


입국 심사관이 찍어주는 입국 스탬프의 모양이 어딘가 낯익다. 분명 카리브해에 있는데, 녹색 세잎 클로버 모양 스탬프가 영락 없이 아일랜드의 느낌이기 때문. 그도 그럴 것이, 다수의 아일랜드인들이 몬세라트에 1600년대부터 정착했기 때문.


그런데 처음에는 영국인 상인이 부리는 노동자 (또는 노예) 신분으로 몬세라트의 플랜테이션으로 이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 중에서도 점차 자본가로 성장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한다. 그러자 이들은 다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예 (주로 아프리카계 흑인들) 를 데려다 일을 시켰다 한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런 것일까.





카리브해의 대부분의 공항들은 그나마 평지가 확보되는 바닷가 저지대에 위치한다. 그러나 몬세라트 공항은 예외다. 해발 고도 170m에 달하는 언덕 위 평지에 위치해 있다. 이렇게 된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지만 다음 페이지에서 다루기로 하고 (힌트: 화산), 일단 언덕 위에 위치한 공항의 모습이 절경이 따로 없다. 사바 공항의 활주로 (길이 400m) 보다는 길지만 그래도 겨우 550m에 불과한 활주로가 언덕 위에 살포시 얹혀져 있고, 여기에 하루에 세 네 번 비행기가 잠시 앉았다 떠난다.





1995년 7월. 1550년경 마지막으로 분출했던 Soufrière Hills가 다시 분출을 시작했다. 산자락 아래의 옛 수도 Plymouth 등 마을들이 긴급히 소개되었고, 이들 마을들은 곧 화산 쇄설류와 진흙탕에 파묻혀 버리고 만다. 현대판 폼페이인 셈. 그래도 현대의 폭발이었기에 폭발 징후 등을 적시에 모니터하여 사람들을 대피 시켰고, 그래서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20명 남짓).


지속되는 화산의 분화로 인해 섬 남부의 피해는 점차 늘어갔고, 결국 1997년 옛 공항도 폐쇄되고 만다 (그리고 곧 화산재에 깊이 파묻혀 버리고 만다). 그래서 2005년 새 공항이 완공될 때까지 8년간 이 섬은 페리 (그리고 헬리콥터) 외에는 오갈 방법이 없었다.


다행히도 2013년 마지막 분출 이후 아직까지 추가적인 분출은 없었고, 그에 따라 낮은 수준의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hazard level 0~5단계 중 1단계). 그러나 몇 십 년이든 몇 백 년이든 충분한 시간이 흐르기 전 화산 피해 지역으로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일은 없을 것이다.





1995년 그날, 몬세라트의 옛 수도 Plymouth의 뒷산 Soufrière Hills가 분출했고, 곧 화산 쇄설류가 도시를 덮쳤다. 건물들은 화산재에 파묻혀 버렸고, 화산 쇄설류의 고열로 (1,000℃에 달함) 금속과 유리까지도 녹아 내렸다. 다행히 주민들은 미리 대피하였지만, Plymouth를 삶의 터전으로 삼던 이들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어 버리게 되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전해 주던 가이드도 실은 Plymouth 외곽에 살았다 한다. 가족이 운영하던 Plymouth의 서점은 화산재에 파묻혀 버렸고, 이들의 집은 외곽이라 화산재 쌓이는 수준에서 끝났지만 접근 금지 구역에 포함되면서 이주해야만 했다고. 이들에게 화산이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궁금해졌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 하고, 어떻게든 변화한 환경에 맞추어야 한다. 일단 1995년 화산 분화 직후 Montserrat Volcano Observatory를 설립, 이후 화산 활동을 촘촘히 감시하고 있다. 화산이 새로운 관광 자원이 된 것은 물론이고, 화산 분화 결과 대량으로 쌓여 버린 화산암과 화산재가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이 되었다. 모래, 자갈, 분쇄암 등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액의 35%에 달할 정도.


인구도 느리지만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화산 분화 전 12,000명 정도에 달했던 인구는 1995년 화산 분화 이후 2,000명 정도까지 급격히 감소하였으나, 다시 조금씩 늘어 2023년 5월 드디어 5,000명을 돌파했다. 화산 분화로 섬 북쪽 1/3 정도에만 거주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념비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섬 전체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점. 폼페이가 연상되는 섬 남쪽과 달리 북쪽은 화산의 영향권에 들지 않았고, 지금도 그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


열대 우림과 풀밭이 적절히 섞여 있어 질릴 새가 없고, 푸른 바다가 더해지니 가히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거기에 강렬한 태양까지 더해지니, 선계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저녁을 먹고 Bush rum (다양한 잎과 나무 껍질 등을 블렌딩한 럼으로 레시피는 비밀) 을 마셔 보러 근처 바에 들어갔다. 그런데 주인장이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아까 박물관에서 봤잖니. 그새 잊은 거야?”


그랬다. 박물관 리셉션를 지키고 있던 분이 동네 바도 운영하고 있었던 것. 덕분에 공짜 술도 얻어 마시고, 작은 섬의 정이 이렇다.





꼭 해봐야 할 일: Plymouth 가보기 (가이드 인솔 필요), 몬세라트 화산 관측소 방문하기, Bush rum 마셔 보기, Runaway Ghaut 청정수 마셔 보기, 청정 바다 다이빙 해보기 (숙련된 다이버만).

날씨/방문 최적기: 겨울 기준 매일 20~30도로 따뜻하며, 여름에는 25~33도로 다소 더움. 6~9월 여름 날씨, 7월~12월 우기* 및 12~1월 성수기 제외 시, 2~5월이 방문 최적기.

위치: 카리브해 북부 소앤틸리스 제도 (Lesser Antilles) 및 리워드 제도 (Leeward Islands) 에 속하며, 안티가 (Antigua) 섬 서남쪽 약 40km에 위치.

시간대: 대서양 표준시 (한국보다 13시간 느림). DST (서머타임) 제도 없음.

항공편: FlyMontserrat (http://www.flymontserrat.com) 및 BMN Air (https://booknow.antigua-flights.com) 가 안티가 공항 (ANU) 에서 각각 하루 1~3편 직항편 운항 (비행 시간은 20분 선). 안티가 공항까지는 한국발 행선지인 뉴욕에서 직항편 이용 가능 (비행 시간은 4.5시간 선).

입국 요건: 몬세라트는 영국령이며, 대한민국 국민은 몬세라트에 무비자 입국 가능 (최장 6개월이라 하나, 항공권/숙박 등 여행 계획에 맞게 체류 기간 부여하니 유의).

화폐 및 여행 경비: 동카리브 달러 (XCD) 가 공식 화폐로, 고정 환율제 채택 (1 USD = 2.7 XCD). 미 달러 받는 곳도 많으니 (단, 거스름돈은 XCD로 줄 수 있음) 미 달러와 동카리브 달러를 동시 소지하고 환율 계산해 유리한 쪽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 아울러 신용카드가 널리 사용되나, 택시 등 현금 필요할 수 있고 ATM이 하나밖에 없으니 충분한 현금 소지 권장.

언어: 영어가 공용어로 영어 의사 소통 문제 없으나, 현지인 간에는 Creole (현지어) 종종 사용.

교통: 화산 활동에 따른 섬 남부 진입 금지로 섬 북쪽에서만 이동 가능하나, 산이 많고 도로가 좋지 않아 대부분 이동 시 차량 이용 필수. 택시 요금은 공항 기준 8~25달러 선. 렌터카는 하루 40~50달러 선이나, 좌측 통행이며 도로가 험해 운전에 자신 없는 경우 택시를 추천. 아울러 50 XCD에 visitor’s permit 발급 받아야 (3개월간 유효) 운전 가능하니 (입국 전 온라인 발급 (https://drivers.gov.ms) 또는 입국 후 공항이나 경찰서에서 발급 가능).참고. 자세한 정보는 몬세라트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montserrat.com/getting-around).

숙박: 호텔은 몇 개 없지만 (Tropical Mansion Suites, Vue Pointe Hotel 정도) 게스트하우스나 빌라 렌트 옵션도 훌륭하니 참고. 가격도 대부분 일 100~150달러 선으로 매우 합리적. 자세한 정보는 몬세라트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montserrat.com/places-to-stay).

식당/바: 식당이 많지 않으며 대부분 캐리비안 또는 양식 제공. 캐리비안 요리는 The Attic, 양식은 Olveston House나 Ziggy’s를 추천하며, Hank’s Beach Bar에서는 석양과 함께 식사 및 주류를 즐길 수 있음. Hilltop Coffee House에서는 경치를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고, 화산 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사진 자료도 볼 수 있음. 자세한 정보는 몬세라트 관광청으로 (https://www.visitmontserrat.com/food-restaurants).

전압/콘센트: 230V/60Hz에 플러그 타입 A/B 사용 (즉, 전압은 한국과 동일하나 플러그 타입은 미국과 동일). 따라서 대부분 한국 전자기기의 경우 여행용 어댑터 필요.

국제전화 국가 번호: +1-664.

주요 연락처: 긴급전화 (경찰 999, 의료 911), 몬세라트 관광청 (+1-664-491-4703, +1-664-415-4700), 주영국 대한민국 대사관 (+44-20-7227-5500), 주도미니카공화국 대한민국 대사관 (+1-809-482-6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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