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노트: 홉, 홉, 요, 요로 소통하기
아이슬란드에 레지던시를 와서 노르웨이에 사는 대학 친구와 얘기한다.
여기 사람들은 말하다가 홉~ 숨을 들이쉬면서 대답하고 요- 하면서 서로의 말을 들어.
노르웨이 사람들도 그래. 아마 스웨덴에서도. 요우- 인지 야우- 인지 요. 인지 조금씩 다를 뿐.
홉과 요로 대부분의 말을 대신하며, 에너지를 아낄 수 있어 좋다는 친구의 말.
아이슬란드의 사람들은 커다란 키로 꼿꼿이 서서 한참을 홉, 홉, 요, 요, 하며 소통한다.
홉은, 성대를 쓰지 않는다. 입을 모으고 숨을 살짝 들이쉬는 소리다. 목소리가 없고, 공기의 소리만 있다. 혓바닥과 이빨 뒤쪽을 쓰며 소리 내는 씁이나 쯧과는 다른, 오므린 입술 사이로 공기가 살짝 지나가는 소리다. 요는, 인토네이션intonation, 즉 성조가 상황에 따라 약간씩 다르다. 수긍하는 요, 감탄하는 요, 결론짓지 않되 상대에게 반응하기 위한 요, 불쾌함을 드러내는 요, 고마움을 표하는 요.
홉 숨소리를 내고 요 짧은소리를 내는 동안 몸짓은 변화가 없다. 손은 편안히 제자리에 있고 머리도 움직이지 않는다. 모든 대화 동안에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 마주 보고 허리를 곧게 펴고 서 있다.
필요한 말과 적당한 뉘앙스를 소통하고 나머지는 숨소리에 맡긴다. 침묵보단 예의 있고, 여담은 없다.
사우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문득 침묵을 즐기며 조용히 바깥을 구경하거나, 숨을 쉬고 자기 몸을 어루만지며 마사지하던 각자의 사람들.
영하의 바깥에 나가 물을 길어 오고, 난로 위 달궈진 돌에 물을 붓고, 시원한 소리를 내는 뜨거운 수증기를 맞으며 작은 탄성을 지르고, 숨이 막힐 때쯤 나가서 찬 바닷물에 몸을 담근다.
과장이 없는 소통. 과장 없는 예의, 과장 없는 침묵, 과장 없는 웃음, 과장 없는 감탄, 과장 없는 친밀도, 과장 없는 거리감. 과장이 없는... 편안한 비-소통.
내가 꿈꾸던 것들.
가십gossip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던 친구들을 생각한다.
가십은 인간사의 핵심이며 커뮤니티의 본질이고 이익을 간파하고 위험을 피하게 해 준다는 것. 사회적 안전망이 없는 곳에서는 가십이란 생존과 연결된 문제다.
그리고 멕시코 와하카에서 만난 친구들을 이어 생각한다. 가십 없이 가능했던 소통들. 그들의 서툰 영어와 나의 더 서툰 스페인어를 번갈아 서로 해석하느라 더욱 서로를 관찰하고 귀를 세우곤 했다.
어느 문화권이나 대화를 할 때 사용하는 감탄사나, 비언어적 소리나, 과장을 보탠 반응방법이 다르다. 이것을 파악해야 새로 만난 사람과 소통하고, 서로의 서툰 언어를 넘어 호의와 친밀감을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적도와 중위도, 극지방의 생활방식이나 소통방식을 비교관찰하려 하는 나의 습관이 미련하다. 지역이나 민족적 요인보다도 각 인원이 속한 작은 그룹의 정체성이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멕시코인들의 마일드하고 상냥한 소통방식을 생각하며, 아이슬란드인들의 다른 성격의 마일드함을 본다.
각자 다른 친밀도를 가진 개개인과의 소통방식을 생각하면 이런 관찰이 별로 의미 없게 느껴진다. 어떤 이에게는 내 대화방식이 너무 건조할 것이고, 다른 이에게는 너무 끈적할 것이다.
그 사이에서 서로의 이야기가 들린다면 그것은 너무나 기적적인 일이 되어, 지구의 다른 위도와 고도에서 각자의 생활을 하다가도 서로를 생각하고 이야기를 되뇐다.
얇고 긴 끈이 서로 다른 시간과 속도를 연결하고, 잘 보이지 않는 튼튼한 힘을 형성한다.
레지던시의 도서관에서 설립자의 친구 Dieter Roth의 책을 본다. 알고보니 그는 지금 내가 수업하는 학교에서 60년대 중반 경에 수업을 했다. Non-teaching as teaching 이라는 모토로 유명했다는 Roth.
그는 평생 스위스와 독일, 아이슬란드와 미국 사이를 이동하며 얇고 긴 끈을 수없이 만들다가 어떤 커다란 막을 만든 것 같다. 그 막 아래에 후대 예술가들이 모이고, 레지던시가 운영되고, 나라는 사람이 찾아와 사우나를 하고 북극해 피요르드의 검은 모래에 발가락을 비빈다.
Roth가 스위스와 독일에서 나고 자라 결국 아이슬란드에 정착하며 그 삶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기억난다.
그는 유럽 본토의 삶과 아이슬란드의 삶을 비교하며, 아이슬란드의 삶은 험하지만 영혼은 아름답고, 본토 유럽 (아마도 그가 속했던 서유럽)의 삶은 아름다우나 영혼은 험하다고 쓴다.
한국과 미국, 아이슬란드와 멕시코를 오가는 나는 어떤 비교감상을 남길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