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기행
#서체기행 ① 마흔 즈음에
27살에 서체 회사 영업사원으로 입사한 제게 서체는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만 46세에 서체 디자이너가 된 막스 미딩거와 허브 루발린의 인생을 보며 저도 꿈을 꿨었어요. 이제 40살이 된 저는 서체를 통해 사회와 관계가 형성된 제 삶이 썩 다행스럽다 생각됐습니다.
*막스 미딩거는 1910년에 태어나 1957년에 악치덴츠 그로테스크를 개선한 Neue Haas Grotesk라는 첫 서체를, 허브 루발린은 1918년에 태어나 1964년에 디돈(Didone) 스타일의 Pistilli Roman라는 첫 서체를 선보였습니다.
어제 오전에 만난 김진덕 서체 디자이너는 도안과 학부시절 레터링 수업을 좋아해 김교만 교수님 연구실에서 1984년에 일을 시작하셨고 1958년 생이시니 올해로 69세셨습니다. 저는 “리을 보다 기역이 더 낮아야 하나요?“ 라고 서체를 검수하며 여쭤봤습니다.
저녁에 만난 이용제 서체 디자이너는 1992년에 서체 디자인을 시작해 50세(지천명)가 됨을 기념해 천명(天命)이라는 서체를 디자인하고 계셨습니다. 제게 “서체 연구 모임에 왜 오세요?”라고 물어보셔서 “저도 서체를 좋아합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밤엔 서체 강의하며 만난 청년 최종현, 신초롱 수강생의 이메일을 읽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체 디자인을 짧은 시간에 가늠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습니다. 적극 공부하여 디자인 인사이트를 키우고 정진할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난 어떻게 해야 이탈 당하지 않고 존속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두렵고 무서운 이 거대한 세상과 어떻게 하면 연결 될 수 있을까? 라는 나약한 제 질문 앞에 서체는 친히 매개체가 되어줬습니다.
막스 미딩거, 허브 루발린, 김진덕, 이용제 서체 디자이너처럼 전 인생을 활용해 내가 동경하는 서체를 만드는 인생을 살고 싶어 삼천교에서 69세 서체 디자이너와 기록을 남겼습니다. 사진은 브랜딩그룹 신동호 사장님이 점심도 사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셨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