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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프로그래머 Dec 18. 2020

남들보다 잘 살고 싶었다.

이번 생은 망했다 (이생망)


앞 글들만 본다면 독자들은 "뭐야 이 사람 어려움을 겪었는데 잘 사네." 혹은 "잘난 척하는구먼" 등의 반응을 보일 것 같다. 하지만 잘 살고 있지 않다.

병원 진료 때 교수님들은 종종 이런 말씀을 하셨다. "머리 수술했다고 실패하거나 못 살지 않는다. 머리 수술하고도 잘 사는 사람들이 많다. 너도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될 수 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서일까.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언제부터였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정말 그 누구보다 잘 살고 싶었다. 본업과 부업 그 경계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생활해왔던 나는 모든 것을 놓쳐버렸다. 신사임당 님의 영상을 보지 않았으면 잘 살고 있을까. 그것도 잘 모르겠다. 본업과 부업으로 얻는 부수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아니, 사실은 부업도 여러 가지였고 재테크에도 관심이 많았으니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고 싶었다. 온라인 쇼핑몰, 그 외 사업, 주식, 부동산, 경매 등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많은 강의를 들었다. 본업을 위해서도 강의를 듣고 공부하고 있었다. 강의는 강의만 들어서는 큰 효과가 없었고 그만큼 개인 공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남는 시간에는 본업 공부보다 부업이나 다른 관심사에 집중했다. 결국 본업도 부업도 뭐 하나 제대로 잡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 좋은 스승님을 만났고 그런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동아줄을 꽉 붙잡고 올라가면 그 분야에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쪽만 붙잡고 가도 모자란데 여러 줄을 붙잡고 올라가다 보니 지쳤고 한쪽만 붙잡고 있는 다른 사람에 비해 뒤쳐졌다. 모든 줄을 놓쳤고 지쳐서 놔버렸다. 아직 평균 수명의 반도 살지 않은 나였지만 '아... 이번 생은 망했다. (이하 이생망) '라고 생각했다.

많은 경험을 했지만 뒤쳐졌기에, 또 좋은 스승님들께 배울 기회를 놓쳤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스승님들께 못 배운다면 내 미래는 어떨까?' 등의 고민만 쌓여가는 요즘이다.


    

본업인 IT 개발, 부업인 온라인 쇼핑몰,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과 경매, 모든 것을 잘하면서 자산을 늘려나가고 싶었다. 이렇게 살다 보면 잘 살고 나름 부유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돌아보면 여러 가지를 하려고 한 이유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베이비 부머 세대 분들은 "노후를 잘 준비해야 한다. 회사가 노후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라고 하신다. 또 어떤 유튜버들은 본인이 "온라인 쇼핑몰로 성공했다.", "부동산, 경매로 성공했다.", "어떤 사업으로 성공했다." 등의 말을 자주 한다.

노후가 걱정되었기에 '노후를 위한 부를 축적해놔야겠다.'라고 생각했고 '본업만 믿고 살아갈 수만은 없다'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성공한 유튜버들을 보면서 '나도 저런 분야에서 성공해서 부를 축적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도 저도 아닌 삶을 살게 되었고 '이번 생은 망한 것인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 주변을 돌아보면 대부분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적어도 내 또래들은 나처럼 본업에 대한 불안을 갖고 있고 부업으로 무얼 할지 고민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무슨 사업을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 생각하며 살고 있다. 적어도 내 주위 친구들은 그랬다. 만나면 무슨 사업을 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하고 조언해준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지 모르겠지만 내가 만나는 청년들은 대부분 그랬다.

불안으로 부동산 공부하고 영 끌 해서 빚을 끌어안고 집을 사는 그런 청년들이 상당히 많다. 불안으로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부업을 하는 그런 청년들도 상당할 것이다. 국가나 정부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참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것인지, 잘 살고 있는 사람은 누군지 잘 고민해보고 생각해보고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해도 늦지 않은 것 같습니다. 성급하게 결정해서 저처럼 여러 가지를 놓쳐버린 삶을 살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다시 정신 차려 이번 생 포기하지 말고 정말 잘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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