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스며든 바람을 맞으며 생각해 본 것들
오늘 아침 출근길
파주행 셔틀 안
난 항상 창밖의 빛이 싫어 커텐을 친다
하지만 오늘은 옆에 앉은 여자의 향수 냄새가 코를 찔렀다
코가 아팠다
냄새에 민감한 난 고개를 구십 도 돌려 창밖에 코를 가져다 댔다
커텐을 다시 열었다
유리벽에서 바람이 스며들어왔다
솔솔
그렇게 스며든 바람을 좋아한다
투명한 유리 사이로 걸러진 바람은
뭔가 순수 자체같다
소량이지만 충분히 개운하다
갑갑한데 그 바람이 있어 답답하지 않았다
이 바람마저 없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다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나에게 설국열차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이 누구일 것 같냐고 물어봤다
그냥 불현듯 자체 질의문답이었다
두 명, 아니 세 명이 떠오른다
하나. 자신의 아이를 보호하려하지만 실패한 아버지
그에게 내린 형벌
영하 60?도 육박하는 밖
달리는 기차의 창문 밖으로 팔을 내밀게 한다
꽁꽁 언 팔을 도끼로 내려친다
뚝.
그의 표정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둘. 그의 아들
영문도 모른 채 몸의 치수를 재고 끌려 간 곳
엔진
엔진을 운행하기 위해선 어린 꼬마들의 체구가 필요했다
그 체구만한 공간
거대한 톱니바퀴가 돌고
위험천만한 기계 소용돌이 속에 들어간 아이의
영혼엔 초점이 없다
셋. 가장 고통스러울 것 같은 사람은 바로
바퀴벌레 양갱을 제조하는 인부
요리사 경력이라는 이유만으로 끌려간 남자
기차 한 칸이 모두 흰색
중심부엔 양갱이 차곡차곡 만들어지고 있다
언뜻봐선 위생스럽기 그지없는 곳
오로지 그 남자만이 몇 해는 그 공간에서 머문듯하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오는 데도 헛소리에 도대체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한다
양갱의 원재료가 무언지 뚜껑을 열어보니
바퀴벌레들이다
득실득실
이렇게 3명을 떠오른다
설국열차는 나같은 폐쇄공포가 있는 사람들에겐
모두 치명적이다
유리창 바람을 쐬며
설국열차의 이 세가지 폐쇄로 고통받은 군상을 떠올렸다
그리고 바람이
안도시켰다
작은 바람 하나면 될텐데
지금은 마치 설국열차 꼬리칸에서
양갱 제조 칸에 들어 선 것 같다
매우
혼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