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빛의 기묘한 초대장

자정을 넘긴 첫 새벽 산책

by 성장흐름


가끔 지친 몸으로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 이상한 밤이 있다. 오늘이 딱 그랬다. 늦은 저녁을 먹고 누워서인지, 잡생각이 많아져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감아도 도통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분을 뒤척이다 베란다 창문을 쳐다보았다. 구름과 구름 사이 노랗게 보이는 달빛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달빛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했다. 구름이 지나감에 따라 사라질 듯 말 듯 움직이는 달빛은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일으킬 것 마냥 일렁이고 있었다. 기묘한 그 기분에 나도 모르게 몸을 일으켰고, 슬리퍼를 신은 채 집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이때 언뜻 시계를 봤는데 1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더라.


달은 내가 집에 있을 때는 묘한 기분으로 나를 초대하더니, 내가 밖에 나오자 바람을 일으키며 손을 내밀었다. 나는 거리낌 없이 그 손을 잡았고, 이끌리는 대로 달과 함께 걸었다.


귀뚤귀뚤- 귀뚤귀뚤-

시익시익- 시익시익-


밤벌레들의 소리와 바람에 서로를 부딪히는 풀 소리는 생생한 배경음악이 되어주었다. 이어폰을 끼지 않았지만, 자연이 내게 선물한 그 소리가 내 마음을 따스하게 적셔주었다. 그 덕분에 태풍 같은 바람이 나를 지나갈 때도 전혀 춥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일까? 빛나는 달과 흔들리는 풀들이 전부 나를 가리키는 것만 같았다. 이야기를 나눌 친구 하나 없었지만, 나는 미소를 머금고 걸었다.


밖에서 놀다가 자정을 넘기고 집에 들어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자정을 넘기고 집을 나선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어색해하거나 낯가릴 필요는 없었다. 내가 걷는 내내 달이 길을 비춰주고 있었고, 벌레들은 그 어느 가을과 동일한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걷는 동안 잡생각과 걱정거리는 바람에 날려 온데간데 없어졌고, 기쁨만이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 마음을 들고 집으로 올라가면 잠이 참 잘 오겠다는 생각에 나는 달빛을 놓아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다시 베란다를 바라보니 아까보다는 거센 바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마 해가 다시 뜨기 전까지는 바람이 골목대장 역할을 하려나보다.


참 다행이다.
잠들기 전에 소중한 선물을 하나 받았네.






만일 내가 베란다를 쳐다보았을 때 커튼이 창을 가렸더라면, 그래서 기묘한 달빛의 초대장을 받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이 선물은 받지 못했을 것이다.


이 산책이 하루의 끝인지, 하루의 시작인지 아직도 헷갈리지만,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 이 산책을 회상하면 틀림없이 나는 추억에 젖을 것이다.


어쩌면 잠이 안 오는 어느 밤- 누군가 오늘처럼 기묘한 초대장을 보내주지는 않을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