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부터는 쉽더라.

우리는 친구들과 '두 번째'를 나눈 사이다.

by 성장흐름


달빛의 초대로 시작한 첫 새벽 산책은 성공적이었다. 머지않아 나는 두 번째 산책을 시작하게 된다.


저번보다 편안한 산책이었다. 첫 산책은 달빛과 바람이 나를 리드해서 이리저리 데리고 다녔다면, 이 두 번째 산책에서 나와 자연은 친구가 된다. 첫 만남에 자기소개하고 어색함을 푸느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면, 이번에는 서로 장난도 치면서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을 떠올려볼까? 새해가 되어 학년이 바뀌면 올해에는 어떤 친구들과 한 반을 쓸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그리고 첫 며칠은 새로운 아이들과 어색한 기류가 형성된다. 하지만 어색함은 금방 웃음으로 바뀌고 서로 장난을 주고받는 사이가 된다.


나와 자연도 딱 그랬다. 처음에는 밤바람도, 달빛도, 수풀과도 어색했다. 그 가운데 누구랑 친해질 수 있을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지나면 그런 걱정은 애당초 필요가 없었다는 듯 서로 각별한 사이가 된다. 첫인사를 건네기 어려워 머뭇하던 사이에서 이제는 작별 인사를 할 때 아쉬운 사이로.


벤치에 기대어 올려다본 장면,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가로등 불이 나를 반긴다.


'그러고 보니, 내 친구들이랑은 어떻게 친해졌을까?'


친구들의 첫인상은 기억나는 반면, 언제 친해졌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확실한 점은 친해지기 위해서는 두 번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람은 처음을 지나 두 번째를 함께 겪으며 가까워지고 마음을 열게 된다. 지금 곁에 두고 있는 그 소중한 친구들과 우리는 두 번째를 함께 나눈 사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시간이 아득히 지나고 나면 두 번째는 잊힌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첫인상 토크는 할 수 있어도, 둘째를 기억하는 것은 참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두 번째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 '두 번째'는 뿌리 같은 존재이다. 뿌리는 시간이 지나면 흙 속에서 엉키고 또 엉켜서 밖에서는 보이지도 않지만, 사실 뿌리가 없으면 아무리 화려한 나무라 할지라도 쓰러지고 만다.


반면, 뿌리를 잘 지켜낸 나무는 튼튼하다. 그렇게 보란 듯이 자라난 나무는 참 아름다워서 바라보는 이들을 사로잡기도 한다. 즉, 두 번째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서 넘어지는 나무가 될지, 아름다운 나무가 될지는 달라지는 것이다.






밤길을 걷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지요. 이 산책에서 제 머릿속을 채운 키워드는 '두 번째'였습니다. 처음과 끝 사이 그 어딘가에서 '두 번째'가 지니는 의미는 상당합니다. 사람이든, 일이든 두 번째를 겪으면서 더 사랑하게 되거나 덜 사랑하게 되죠. 그렇지 않나요? 저는 특별히 '두 번째'가 관계적인 측면에서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이 그들과 각별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는 틀림없이 좋은 두 번째를 가지고 뿌리를 가꾼 덕분일 것입니다.


곧 친구와 함께 산책하기로 약속했다면, 이번에는 '두 번째'를 나누어보는 것 어때요? 첫인상도 슬쩍 물어보았다가 여러분이 친해진 순간도 나누어보는 겁니다.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실컷 걷다 보면 밤에 잠도 잘 올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