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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치용 Feb 21. 2020

코로나19와 진짜 '마귀'

한국 사회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는 신천지 예수교회의 이만희 총회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마귀의 짓”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만희 총회장은 21일 ‘총회장님 특별편지’라는 제목의 공지 글에서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다. 욥의 믿음과 시험같이 우리의 발전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사태를 평가했다. 이 총회장은 “우리는 하나님의 씨로 난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의 가족이다. 이 모든 시험에서, 미혹에서 이깁시다”라고 말했다. 책임 있는 종교인이라면 사과가 먼저이고,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겠다고 선언하는 게 합당했을 것이다.


신천지와 달리 코로나19 확산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닌 개신교의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이 구약성서에서나 볼 법만 왜곡된 설교를 하고 있는 것도 명백히 종교의 사회적 책임에 어긋나는 일이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양곡교회 지용수 담임목사는 지난 9일 ‘전염병을 끝내는 길’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얼마 전부터 중국 정부가 하나님을 탄압하고, 선교사를 쫓아내고 교회를 폭파했다”며 “조심스럽지만 전염병은 하나님이 주시는 것, 우리 아빠가 주시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의 순복음 대구교회 이건호 목사 역시 지난 9일 설교에서 “중국 시진핑이 하나님 눈에 악한 정책을 만들었다”며 “성경이 말하는 전염병은 범죄한 백성들과 그 시대에 대한 하나님의 징벌로 하나님이 지금 중국을 때리고 시진핑을 때리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교회가 사회를 걱정하거나 치유하는 기능을 잃고 사회가 교회 걱정한 지는 이미 오래 됐다. 신천지처럼 물리적으로 사회에 위해를 가하거나 언론에 보도된 개신교 목사들처럼 정신적으로 위해를 가하는 행태는 두 말할 필요 없이 비(非)기독교적인 것이다. 이들은 현대를 구약시대로 받아들이는 심각한 시대착오를 일으키고 있으며 기독교 하나님을 악막적인 것으로 몰아간다.

만일 정말로 마귀이든 사탄이 있어 이 세상에 개입하였다면, 내가 보기에 그들이 마귀이자 사탄이다. 예수가 지금 재림해 그들을 보며 할 말은 “마귀야 물러나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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