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일요일 백화점

by 안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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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백화점은 주차지옥이다. 개장시간에 맞춰 도착해도 백화점에 적잖은 인파가 북적인다. 얼마 전까지 그랬을 것이다.


한산한 백화점에 들렀다. 그래도 올 사람은 온 듯하다. 그중 젊은 남녀 커플이 내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그들이 백화점을 방문한 이유가 무얼까. 올 이유야 한둘이 아니겠고, 커플룩으로 착용한 검은 색 마스크까지 둘 다 한껏 멋을 부렸기에 내 시선이 잠시 머문다. 코로나19 따윈 그들의 패션소품으로 여겨졌다.


여자의 허리를 휘감은 남자의 팔이 맵시 있게 아크를 그린다. 이젠 내 팔로는 그런 아크를 결단코 만들어낼 수 없으리라. 갑작스런 자각. 팔 안이 문제가 아니라 팔 자체가 문제이다. 적당히 힘을 빼고 아크를 축으로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힌 여자의 라인이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와 잘 어울린다. 백화점은 도회적인 현상이다.


평소였다면 그곳이 주차지옥으로 변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와야 했으리라. 오늘은 여유를 부려도 지옥과 맞닥뜨릴 일이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얼핏 세상이 평온하다. 아직 일요일 오전이었고 주차장과 달리 뉴스 속 세상은 아수라장이다.


백화점에서 돌아와 아점을 먹고 쉬려는데, 문자가 하나 날아왔다. 내일(월요일) 진행 예정이었던 <결백> 언론배급시사가 취소되었습니다.“는 내용이었다. 저녁엔 ”코로나19 대응 심각단계로 격상“이란 내용의 친절한 문자를 서울시로부터 받았다. 오전에 본 멋쟁이 남녀의 핸드폰에도 서울시가 같은 문자를 보냈겠다. 그들의 검은 마스크를 떠올리자 어쩐지 위로를 받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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