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선택한 CEO들…로버트 P 마일스/국일증권경제연구소
지금도 유효한지 모르겠지만 한때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사람이 게이츠이고, 다음은 버핏이었다. 버핏은 2등이지만 1등으로 하여금 몸을 낮추도록 만든다. ‘가치투자의 대부’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등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버핏의 조언을 받아들여 게이츠는 스톡옵션제도를 폐지했다. 경제정책을 놓고는 그린스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보다도 헤더웨이의 자산이 더 많다.
이런 외형적인 성공 말고도 버핏을 부각시키는 요소는 많다. 버핏은 자신이 CEO이면서 “CEO 연봉이 과다하다”고 비판하고, 또한 최대 수혜자이면서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배당세 폐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 책은 버핏이 선택한 CEO들을 통해 역으로 버핏을 조명한 저작이다.
인수에 앞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버핏은 ‘CEO 가치평가’에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 합격판정을 내린 뒤에는 인수후 CEO를 바꾸지 않는다. 버핏은 그들에게 신뢰를 보여주고 그들 또한 신뢰를 지킨다. 버핏의 CEO들은 “지역 신문 1면에 나서 안될 일은 절대로 하지 말라”는 버핏의 신념을 체화하고 지켜가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재미는 새로운 경로로 버핏을 살펴보는 데만 있지는 않다. 버핏의 후계자로 알려진 루이스 심슨 등 버핏이 발굴한 탁월한 CEO들의 경영철학을 함께 엿볼 수 있다. 이런 재미가 없다면, 이 책의 독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몇몇 ‘회장’ 직함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한정됐을 것이다.
또한 필부들에게도 “사람을 먼저 사고 기업은 나중에 사들인다”는 버핏의 철학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35년이 넘는 동안 버핏이 사들인 회사의 CEO들은 은퇴를 빼고는 경쟁기업으로 자리를 옮기기 위해 그만둔 사람이 없다. 권루시안 옮김.
로버트 P.마일스
투자전문가이자 저술가이며, 워렌 버핏 전문가로 유명하다. 버크셔 헤서웨이의 장기 주주이기도 하다. 또「세계 최고에 투자할 101가지 이유 :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와「워렌 버핏이 선택한 CEO」의 저자이다. 3대 대륙을 다니며 열성적인 참가자들을 모아놓고 '버핏 부 워크숍'을 진행해 왔다. 그의 기조연설 '어느 억만장자 CEO의 생각 : 이미지 속에서 나를 찾아내는 방법'은 전 세계 25개가 넘는 나라에서 판매되고 있다. 나이팅게일 코넌트의 오디오 시리즈「워렌 버핏처럼 부를 쌓는 방법」의 저자이자 강연자이며, 버크셔 헤서웨이 자회사 경영자들을 인터뷰한 비디오 프로그램「버핏 CEO 이야기」의 진행자이다. 저자는 미시건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살고 있다.
목차
책머리에 - 워렌 버핏을 닮고자 하는 이들에게
머리말 - 남 모르는 진짜 이야기의 발견
감사의 말 -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1부 버핏의 CEO
1장 시작하면서 - 워렌 버핏의 CEO들
2장 버핏 CEO의 선별
2부 버크셔의 자금줄 -보험사들
3장 행정가 - 토니 나이슬리, 제이코 보험
4장 백업 자본배정자 - 루이스 심슨, 제이코 보험
5장 우연한 경영자 - 아지트 자인, 버크셔 헤더웨이 재보험 사업부
3부 버크셔의 설립자들
6장 타고난 사업가 - 로즈 블룸킨,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7장 선각자 - 알 율치, 플라잇세이프티 인터내셔널
8장 혁신가 - 리처드 샌툴리, 이그제큐티브 제트
4부 버크셔의 CEO 가족 - 제2대와 제3대
9장 사도 - 도널드 그레이엄, <워싱턴 포스트>
10장 3세대 가업 계승자 - 어빈 블룸킨, 네브라스카 퍼니처 마트
11장 은퇴한 경영자 - 프랭크 루니, HH 브라운 슈즈
12장 원칙 있는 경영자 - 빌 차일드, RC 윌리 가구
13장 평생의 반려자 - 멜빈 울프, 스타 퍼니처
14장 쇼핑의 흥행사들 - 엘리엇·배리 테이틀만, 조던 퍼니처
5부 버크셔의 CEO 후계자들 - 전문 경영인들
15장 흑자전환 경영자 - 스탠 립시, <버펄로 뉴스>
16장 의리파 - 척 허긴스, 시즈 캔디
17장 전문가 - 랠프 쉐이, 스콧 펫처 회사
18장 발탁된 CEO - 수잔 자크, 보샤임즈 보석
19장 소매상인의 보석 - 제프 커멘트, 헬츠버그 다이아몬드
20장 신참들 - 랜디 왓슨·저스틴 브랜즈,해럴드 멜튼·애크미 빌딩 브랜즈
6부 결론
21장 버핏 CEO의 비교
22장 버핏 CEO의 평가와 보상
23장 버핏 CEO의 기회
24장 버핏 이후의 버크셔
부록
버핏 CEO 인터뷰 목록
버핏 CEO의 계보
버핏 CEO 표준업종코드 번호
버핏 CEO 연표
워렌 버핏은 투자를 할 때, 기업 자체도 보지만 CEO를 더 중시한다. 버핏이 사들인 많은 회사들의 CEO들은 버핏에게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셈이다. 경영자를 어떻게 선정·관리·평가·보상하고 모기업의 구조 안에서 어떤 위치를 잡아주기에 그 같은 헌신과 의리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가 바로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즉,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훌륭한 회사의 일부분을 사들이며, 경영자를 존경하고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한다. 경영자들만 고려한다. 그런 다음 그처럼 뛰어난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천천히 회사 전부를 사들인다. 사들인 기업들을 마치 자그마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 관리한다.
“애초에 내 관심을 끌었던 일을 경영자들이 그대로 계속하게 한다”라는 간단명료해 보이는 이 원칙이 바로 버핏과 버크셔 헤더웨이를 최고로 만든 경영 철학인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선별된 기업을 인수할 때, 버핏과 버크셔는 최대한 적당한 가격에 좋은 기업을 사들인다. 좋은 가격에 적당한 기업을 사는 게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그러고는 기업인들이 어떻게 하든지 간에 (그들이 필요로 할 때는 빼고) 전혀 간섭을 하지 않고 신뢰하는 것이 바로 버핏과 버크셔가 하는 가장 큰 일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CEO들은 공통적으로 직원들을 항상 신뢰하고 고객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노력, 기부는 물론이고 각종 봉사를 통한 사회 환원을 해 나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CEO들의 기업에 대한 열정과 원칙을 굽히지 않는 신념을 바라보는 것은 독자들에게 커다란 소득이다.
104세 CEO의 열정, 기업 경영과 사회 봉사 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하지 않는 이상적인 CEO들의 모습이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순간, 정경유착과 각종 비리로 얼룩진 한국의 상황이 겹쳐지면서 시사하는 바가 커진다. 이 책이 지금 이 땅에서 가치를 발하는 바는 바로 이 부분에 있을 것이다.
한편, 저자의 또 다른 관심은 워렌 버핏 이후의 버크셔 헤더웨이를 이끌어갈 후계자에 있다. 하지만 인터뷰를 한 모든 CEO들은 버핏 이후의 버크셔 헤더웨이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은 버핏과 버크셔 헤더웨이가 탄탄히 다져놓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경영 철학에 그들이 깊은 감사와 동감을 표명한다는 뜻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그래도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누가 버핏을 이을지 그 답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작게는 성공하는 경영 철학과 사업 운영 방법의 모든 것을 알려줄 뿐 아니라, 넓게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까지도 얻을 수 있어 그 가치가 크다고 하겠다. 가정을 꾸리는 것부터 하나의 학교나 회사, 심지어 국가 경영에 이르기까지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며 어떤 사람을 써야 제대로 된 경영이 될 수 있는가, 어떤 생각을 갖고 사람이나 사회를 대해야 하는 것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새해를 준비하고 한해를 마무리하는 현 시점에서 가장 안성맞춤인 책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