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하인리히 뵐)
1972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하인리히 뵐의 소설. 황색 언론에 의해 처참하게 유린당한 한 개인의 명예에 관한 보고서이다. 뉴저먼시네마의 기수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은 소박한 카타리나 블룸이 어쩌다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었는지 조사하며 닷새간 그녀의 행적을 재구성하여 이를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974년 2월 24일 일요일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한다. 살인범은 27세의 평범한 여인, 카타리나 블룸. 그녀는 경찰에게 그를 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자백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 가정관리사로 일하면서 성실하고 진실한 태도로 주위의 호감을 샀던 총명한 여인 카타리나. 그런 그녀가 왜 살인을 저질렀을까.
소설은 2월 20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그녀의 5일간의 행적을 재구성한다. 경찰의 심문 조서와 검사, 변호사로부터 들은 정보 그리고 여러 참고인의 진술들이 그 토대가 된다. 시작은 2월 20일 수요일 한 댄스파티에서 시작된다. 카타리나 블룸은 그곳에서 괴텐이라는 남자를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그는 보기 드물게 진실하고 다정한 남자로 그녀가 기다려 왔던 남자다. 그런데 이튿날 경찰이 그녀의 집에 들이닥쳐 가택 수색을 벌이고.
그녀는 경찰에 연행된 뒤에 괴텐이 은행 강도에 살인 혐의까지 있는 질 나쁜 인물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언론과 경찰은 그의 뒤를 쫓고 있었다. 카타리나는 경찰의 조사를 받으며 묵비권을 행사하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녀는 세간의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특종을 찾아 헤매는 일간지 기자 퇴트게스의 시야에 포착된 그녀는 그의 사냥감이 되고 마는데...
하인리히 뵐(Heinrich Boll)
1917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다. 1937년 고등학교 졸업 후 서점에서 견습 생활을 하며 다방면의 독서에 열중하다가 이듬해 쾰른 대학에 등록해 독문학과 고전문헌학을 공부한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나치 군에 징집되어 6년간 프랑스, 소련, 헝가리 등 여러 전선에서 복무한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그는 쾰른에 정착, 패전의 폐허 위에서 빈한하게 생활하는 중에도 공부를 계속하는 한편,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한다. 그리하여 1949년 병사들의 절망적인 삶을 묘사한 『기차는 정확했다』를 시작으로, 참혹한 참전 경험과 전후 독일의 참상을 주로 그린 작품들을 발표했다. 1951년 ‘47그룹 문학상’을 받으면서 문인으로서의 위치를 다졌고,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1953)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비평가와 독자들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소비 사회의 세태에 대한 회의가 담긴 이 작품을 계기로 그 전까지 전쟁과 비인간성에 주목하던 뵐 문학의 주제는 불균형한 사회 발전과 물질주의의 폐해로 옮겨간다. 사회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문제작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비롯해 『9시 반의 당구』, 『어느 광대의 견해』, 『신변 보호』 등의 대표작들이 있다.
1967년 독일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수상한 그는, 1971년 독일인으로는 최초로 국제펜클럽 회장으로 선출된다. 이미 독일 국내에서 정치적, 사회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데 거침이 없었던 그는 국제펜클럽 회장이 된 후 박해받고 있는 여러 나라의 작가들을 돕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실적으로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항상 사회에서 소외받고 억압당하는 약자의 편에 서고자 했던 그의 작품 세계는 1972년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더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재 그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사랑받는 독일 작가의 하나로 꼽힌다. 1985년에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