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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코스 카잔차키스 '그리스인 조르바'

안치용의 고전 뽀개기

by 안치용

20세기판 산초 판자와 팔슈타프를 하나의 인물로 응축시켜 놓은 알렉시스 조르바는 현대 문학이 창조해낸 가장 원기왕성한 “보통 사람” 중 하나이다. 피레우스 항의 한 카페에서 화자(아마도 젊은 지식인 시절의 작가 자신)는 “살아있는 심장, 거대한 게걸스러운 입, 아직 어머니 대지에서 완전히 분리되지 않은 위대한 야수의 영혼”인 조르바를 만나 완전히 매료되고 만다. 삶에 대한 조르바의 정열(그리고 과거에 광산 노동자 십장이었다는 그의 고백)에 대한 화답으로 갈탄 광산 노동자들의 감독을 맡아달라는 초청이 도착한다. 반짝이는 크레타섬을 무대로 우정과 피카레스크적인 모험들을 거쳐 조르바는 위험과 좋은 감정을 공평하게 유발하고, 화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자신의 학문적, 정통적인 접근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조르바의 놀라운 자연스러움과 젊은 화자가 적용하는, 보다 합리적이고 절제된 “고대 그리스”식 사고방식 사이의 철학적 논쟁이다. 거기에 따뜻하고 쾌적한 에게 해의 빛, 공기, 색깔, 냄새까지 더해져 문학의 최고급 야외 성찬이 펼쳐진다. 1957년 한 표 차로 알베르 카뮈에게 노벨 문학상을 놓친 카잔차키스는 여행안내서부터 번역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작품 목록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현대 그리스 문학을 국제적인 무대로 이끌어낸 것은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60)과 이 작품, 『그리스인 조르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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