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의 판테라 유복자 입양기
그들이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다.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 모비 딕의 순교.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저기 위로 영원회귀의 입구. 손을 뻗는다. 어두워 손끝이 보이지 않는다. 엘리야가 십자가를 지고 질주한다. 은거한다. 그 곳 굴에 들어가 거기서 머물더니 여호와의 말씀이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하니 향유고래에 올라탄 그가 울부짖는다. Who is getting it up? 커츠 대령이 공포 horor, 공포 horor 라고 외치자 에이해브 선장이 아모르 파티란 말이 적힌 작살을 모비 딕에게 던진다. 불수레와 불말들이 두 사람을 갈라놓고 엘리야가 회오리 바람으로 하늘로 게걸스럽게 그리고 신성하게 입을 벌린 검은 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엘리야가 듣고 겉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가 굴 어귀에 서매 소리가 그에게 임하여 이르시되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절벽이었고 위에서 내려다본 절벽의 밑단이 까마득하게 하얬다. 눈의 고장인 양 중력에 굴복하여 하늘에서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그 사이로 스타벅스 간판이 반짝인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피할 수 없는 모임에라도 가면 화장실을 빈번하게 들락거리는 사람이 하나씩 늘어나 있다. 방광을 제대로 비우지 못하고 잔뇨감을 지니고 돌아서는 이들과 달리 시원하게 소변을 볼 수 있다. 요관은 정상이다. 자지에서 오줌만 나온다. 마리아의 질로 예수만 나왔다. 그리로 들어간 인간은 없다. 소변을 보며 오줌을 뿜는 기관을 지각한다. 넛지를 생각하며 오줌발을 강하게 해 파리 모양을 겨냥했다. 그림이 아니라 진짜 파리였다. 오줌 묻는 날개를 털며 발사대를 떠난 ICBM이 돌격해 왔다. 가만 두라 엘리야가 와서 그를 구원하나 보자 화장실 창밖으로 대설이었다.
아내는 입이 아프다고 말했다. 스티븐은 사람이 죽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갓집 강아지는 못 되고 눈치가 발바닥인 모세가 식탁 밑에서 다리를 계속 건드렸지만 무시했다. 놀기에 적당한 시간과 장소를 그 나이가 들도록 아직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다. 아내가 끓인 계란파국이 그릇에 담겨 마후와 내 앞에 각각 놓였다. 자신이 먹을 국은 뜨지 않았다. 열무김치와 멸치볶음, 구운 햄 열댓 조각 등 몇 가지 밑반찬은 공유하도록 가운데 두었다. 반 공기가량의 잡곡밥이 각자의 앞에 마지막으로 위치했다. 기왕 아침이라면 우유와 시리얼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상차림을 마치고 아내가 동석했다. 간단한 동작으로 먹자는 말을 대신하곤 기계적으로 밥공기에 젓가락을 대었다 입으로 가져갔다. 밥알을 세듯 한알 한알 입에 넣고는 끝이 없이 씹었다. 마후 또한 보조를 맞추며 밥알을 알 단위로 입 안에 날라서 씹었다. 마후가 긴 간격을 유지하며 국물을 아주 조금씩 떠먹는 게 두 사람이 만든 풍경의 차이였다.
당연히 못 올 곳이 아니었고, 아내의 집이기도 하니 그녀가 나에게 사전에 방문을 허락 받을 이유가 없었다. 한국에 온다 정도, 아메리카에서 몇 시 비행기를 타서 언제 한국에 도착한다는 정도는 가족 간이니 으레 알려지기 마련이다. 정말 드물지만, 갑자기 출발하며 취한 연락이 닿지 않았을 때 뉴욕에서 문자를 남기고 탑승하는데 공교롭게 이번이 그런 드문 사례 중의 하나였다.
출국 전과 입국 후에 남긴 아내의 문자를 뒤늦게 핸드폰에서 확인한다. 사람을 죽여야 했으니 문자 따위가 눈에 들어왔겠는가. 술병 하나와 사람 하나를 챙겨서 그곳을 나왔다. 사람과 술을 차에 태워서 운전했다. 아마 집에 도착한 듯했다. 긴 꿈과 모세, 그러곤 아침이었다. 그리고 마리아가 방문을 열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