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할 줄 아는 아기
잼잼을 가르쳤는데 엉뚱하게 도리도리를 하기 시작했다.
카미노를 걸으며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났을 때, 아주 많은 언어권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네’,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 ‘아니오’라는 뜻이라는 것을 보며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인지 궁금해 한 적이 있다. 당시 내 가설은 라틴어나 중국어 등 타문화권에 영향을 크게 미친 언어에서 고개젓기=no 였는데 이게 퍼져나가서 다같이 공유하게 된 것이 아닐까였다. 그러다 우연히 인도에서는 고개를 가로젓는 것이 Yes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사실인지 확인은 하지 못하였으나 이게 사실이라면 No는 어떻게 표현하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애를 키우며 가만히 보니 고개를 가로젓는 도리도리가 스스로 시작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밥먹으면서 부터였다.
애는 배가 부르면 더이상 먹지 않는다. (내가 본받아야 하는 것) 신생아 때는 젖을 먹다 배가 부르면 입을 떼고 입술을 닫는다. 아주 기본적인 표현이다. 먹기 위해 벌리고 기능이 끝나면 닫는다. 아주 깔끔한 입의 사용이다.
좀 더 자라니 입을 다물고 고개를 홱 돌린다. 입을 다무는 것 만으로는 애미가 못 알아차릴 까 걱정인지, 단호박같은 거절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 젖을 먹다가도 다 먹으면 입을 앙 다물고 고개를 아예 다른 쪽으로 젖혀버린다. 나는 이제 볼일 다 봤고 너님은 쳐다 보기도 싫다는 것이다. 화장실 들어갈 때 나올 때 다르다.
이유식을 시작하고 이제 입 안에 먹을 것을 넣어주는 숟가락이라는 도구가 생겼다. 애미가 길쭉하니 둥글한 걸 들고는 입 안에 뭘 자꾸 넣는 것이다. 옴뇽옴뇽먹다보면 배가 부르는데 그러면 입을 앙다물고 고개를 홱 홱 돌린다. 그럼 이유식만드느라 고생한 애미가 자기 마음 좀 알아달라고 한입만 한입만 하며 숟가락을 들고 입술을 두드리니 귀찮아서 아주 이리 저리 고개를 돌린다.
이제 몸의 근육들이 발달하고, 고개를 좌우로 빠르고 유연하게 휙휙돌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애미가 권하는 이유식에 도리도리를 하고, 물컵을 내밀면 입을 다시 벌려 마시고, 물을 다 마시면 물컵에 도리도리를 한다. 그럼 다시 이유식을 드신다. 진짜 신기하다. 가족 중 아무도 고개를 가로저으며 아니라고 말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 없고 애한테 가르친 적도 없는데 이걸 하는 것을 보면 진짜 개 짱 신기하다.
첫날에는 우연인가, 정말 아니라고 표현하는 건가, 긴가민가했다. 오늘 삼일 째 보고나니 맞는 것 같다. 기저귀를 갈 때 응가를 치워줄 때는 가만히 헤헤웃다가 쉬야를 한 기저귀를 갈 때는 도리도리하길래 그래도 해야지, 하고 기저귀를 벗기니 우앙하고 운다. 옷갈아입힐 때도 도리도리, 장난감도 이거는 도리도리, 저거는 손을 뻗으며 내놓으라 한다.
이게 스스로 배우는 것이라니, 나는 내가 다 가르쳐야만 애가 할 수 있는 건줄 알았는데 애는 스스로 자라나보다. 자기가 뭘 표현하고 싶으면 이렇게라도 배우고 노력하고 하나보다. 지도 사람이라고 기다 아니다 말하며 살겠다고 이런다.